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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과 사색

October 22nd, 2007

이 글은 별로 짜임새 있는 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내 머리속은 그다지 짜임새 있지 않기 때문이다.

10월 3~7일 편안하고 즐거웠던 여행이 있기 바로 2일전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했었다.
그리고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일시적으로 삶의 고통을 잊은 채 즐거운 나날들을 보냈다.
10월 6일밤부터 10일밤까지 매일 술을 마셨다. 사는 게 특별히 힘들어서도 아니고, 그저 흐름을 탔다.
당시에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타격이 컸던 듯 하다.

소심함을 잘 묘사해주듯 지워지지 않는 과거의 몇가지 기억의 편린들을 제외하면, 난 과거를 거의 기억하지 않는다.
기억하고 노력한 적도 없다. 이것은 내가 요새 망가졌음에서 기인했다기보다는 아주 어려서부터 그런거다.
유치원 끝나고 돌아오면 어머니가 ‘오늘은 유치원에서 뭘 배웠니’ 물었을 때, 난 정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이렇게 기억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최근 5일간 술을 마신 기억이 없다는 말을 하려고 해서이다.
5일간 술을 안마셨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14시간 정도였고 속도 좋지 않았다.
술 한 방울 안마시고 금요일부터 일요일 오후 4시까지 쓸데 없는 짓을 포함하여 기억에 남을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토요일 쯤이였던가, 분별없는 독서와 사색으로 만들어낸 내 자아가 어떤 것을 발견해냈다. 내가 너무 무기력하다는 것이였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지켜오던 많은 것들이 이미 내게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 어떠한 계기를 통해 그것을 복구할 수 없을거라는 믿음도 강렬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유치하게 느끼-는 것마저 이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이 재밌다는 영화를 봐도 별다른 감흥이 없고, 오래된 친한 친구의 오퍼도 그다지 땡기지 않는다.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 관심이 생기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으나 스스로 봐도 이건 좀 아니라고 생각됐다.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와르르 무너진다. 혹시라도 이 무미건조한 글을 여기까지 읽은 인내심 있는 독자가 있다면 당신만은 이러지 않길 바란다. 한 번 깨지면 회복하기 어렵다. 버티는 것이 훨씬 쉽다. 물론 버티는 순간에는 이런 생각 안들테니 역시 소용없는 일일테지만 말이다.

담배를 처음 피우고 중독된 것과도 비교 설명이 가능하겠다. 난 작년 가을 사이버대학 과목 중 한 과목을 포기했다. 이유는 단순히 교수님의 목소리 주파수가 내 귀와 너무 맞지 않아서였다. 그래서 수업도 듣지 않고 과제도 제출하지 않았으며 결국에는 시험조차 치르지 않았다. 이러한 결심을 하는 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아니, 이런 행동에 용기라는 멋진 단어를 가져다 붙이는 게 대단히 어색하지만서도 아무튼 그것은 내겐 큰 결심이였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게다가 학점이 쓸만하게 나왔다.

그런 행동을 하면 세상이 무너지고 큰일날줄 알았는데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그런 행동을 다시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왜.. 모든 게 처음만 힘들지 않나. 나쁜 짓도 처음만 힘들다. 담배를 피우기 전에는 담배가 상당히 안좋은 녀석인줄 알았다. 그런데 한 대 피우고 나니 별거 없었다. 아니, 이런 것에 사람들이 왜 중독되는지 이해조차 되지 않았다. 그렇게 서서히 안좋은 것에 중독된다. 차라리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보다 더 큰 것이라고 착각하여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다.

개구리를 끓는 물에 넣으면 바로 나오지만, 미지근한 물에 넣어서 서서히 데우면 죽어버리는 것과 같다.
미지근한 물이건 뭐건 언젠가 끓는 물이 될 것이라는 선견지명을 가지고 들어가지 않는 것이 최고다. 한 번 들어가면 .. 매혹적이다. 철저히 이성적인 교육을 통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미지근한 물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보름만에 운동을 개시했다. 개구리 이야기와는 관련이 없어 좀 깬다. 자전거로 여의도공원을 왕복했다. 7년전 팔팔한 나이에는 40분에 주파했었는데, 이번에는 목적지에서 만날 사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80분이 걸리는 쾌거를 기록했다. 이런 니미 옘병. 오후 5시 20분에 집에서 나간 나는 여의도공원에서 좋아하는 동생을 만나 잠깐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집에 돌아왔을 뿐이였는데 저녁 8시 30분이 되었다.

내가 운동을 해서 그런지, 아니면 좋아하는 사람을 보고 와서 그런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혈류량이 더 높아진 게 분명하다. 돌아와서 나의 액티비티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운동은 축 쳐지는 아침에 꼭 해야겠다. 이유를 다른 데서 찾지 말자. 그냥 활력의 부족이다.

하기 싫은 것만을 해볼까. 하기 싫은 것도 시작하고나면 재미있는 일로 바뀐다. 한창 프로그래밍에 꽂혀서 나름 잘나가던 시절에는 이런 짓을 상당히 잘했다. 뭐든 재미있는 것으로 바꿔버리는 마법을 부릴 수 있었다. 그런데 철학서를 몇 권 읽다보니 이거 참 무의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아니, 잠깐의 쉬는 시간이 생기거나 일을 진행함에 있어 조금이라도 불편함이 생기면 바로 그 일의 의미? 를 찾으려 한다. 물론 그 일이 별로 하고 싶지 않아졌을 때 그 일에 대한 의미를 찾으려 한다면 부정적인 결과만 나올 것이다. 최소한 내 머리속에서 그런 프로세싱을 한다면 그럴 것이다.

입증하며 사는 것이 더이상 사는 것이 아닐지라도, 나같은 사람은 입증하며 살아야 할것만 같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입증하며 살았을 때는 부와 명예도 가질 수 있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창출해줬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이것이 정말 무엇인가를 위한 과정이란 말인가? 웃기시네. 그냥 개판인거다.

결론은, 운동을 열심히 해서 혈류량을 늘린 후 한없이 입증하며 살아야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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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October 22nd, 2007 at 15:26 | #1

    우울한데? -_-

  2. October 22nd, 2007 at 15:25 | #2

    우연히도 바로 저런글이 뜨네. 역사는 반복될 뿐.

  3. October 22nd, 2007 at 15:23 | #3

    퇴근 후 나는 그동안 중단했던 조깅을 다시 시작할 생각이었다. 운동복을 꺼내 입고 심박 측정기까지 찼다. 그러나 내 마음속 악마는 질기게 물고 늘어져 끝내 나를 소파에 주저앉히고 말았다. (귀차니즘 4588, rath offers at 200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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