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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성 성격에 대해

April 26th, 2008 9 comments

아직 안심하기에는 너무나도 이른 시기가 맞습니다만, 극심한 회피성 성격인 저는 와이프를 만나면서 회피성 성격을 많이 고쳐가고 있습니다.

본질에 가까워지면서 제 회피성 성격이 아주 어려서부터 저와 함께 성장해온 제 자신의 일부임을 알게 되었으며, 괴롭고 힘들지만 서서히 문제에 직면해보고 있습니다.

요새 즐기는 것은 제 생활 습관 중 회피성 성격으로 인해 생긴 습관들을 하나둘씩 잡아가는 일입니다.

회피성 성격을 가진 사람이 숨어지내기 좋은 곳은 어디일까요?
회사 일 입니다.

피하고 싶은, 난감한 모든 종류의 잡무들로부터 해방해주는, 그 이름도 해맑고 깨끗한, 회사 일.
회사 일 외로 생긴 모든 일들을 아주 쉽-게 회피할 수 있게 해줍니다.

회사원은 회사에서 일을 해야 합니다. 게다가 밥 먹고 살 수 있게 봉급을 주는 원천입니다. 단순히 생업의 문제로라도 여러가지를 회피할 수 있게 해주지만, 당장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는 사람일 경우에도 얼마든지 단아한 이유를 만들 수 있습니다. 주위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한 번 주의깊게 살펴보십시오.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 지켜보면 됩니다. 하는 일이 자주 바뀌던가요? 아- 아- 두번 일어난 일은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고, 일 이외의 것에서 회피한 그 사람은 일이란 world 내에서도 열심히 회피를 꾸미고 있습니다. 이 일하다가 더이상 도망칠 곳이 없으면 다른 일로- 또 다른 일로- 슥- 슥- 슥-

이것이 참 매혹적인 회피 장소인 이유는 또 있습니다. 성공적으로 회피하기 위해서는 일상에게 틈과 여유를 주지 않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분야도 계속 바뀌면서 쉬지 않고 일한다니요! 해당 업무 스킬도 디룩디룩 쌓여갈테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와- 정말 대단하세요’ 라는 칭찬까지 받습니다.

이유가 이렇더라도, 사실 이렇게 칭찬받는 것이 규탄받아야 할 일이거나 손가락질 받을 일만은 아닙니다. 현실을 떠나 은하계 저- 어느 세상에서 열심히 살았으니, 현실은 회피했을 망정 그 세상에서라도 칭찬을 받아야할 것이 아닙니까-

이런 사람은 한 회사 내에서 하는 일을 자주 바꾸기도 하지만,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으면 회사를 옮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러나 변하지 않는 것은, 회사 외적인 것을 계속 피한다는 것이지요.

도대체 그 사람은 무엇으로부터 계속 회피하는 것일까요?

아- 아- 그것은 이상심리학 시리즈 회피성 성격장애를 읽고 작성한 작년 8월 포스트에 있습니다.

저도 극심한 회피성 성격을 가진 사람인데, 회피하는 행동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 나름 고도의 지능적인 수법들로 사회적 문화적 통념, 윤리, 도덕 등에 빌붙어 다닙니다.

회피하는 생활도 자신의 마음 입장에서는 그리 나쁘지 않은 생활이기에, 본인 스스로 제 글을 읽든, 회피성 성격에 관한 여러가지 글을 읽든 사실 마음 속 저- 깊은 곳에서는 회피성 성격을 없애려는 마음이 별로 없기 때문에 고쳐지지 않습니다. 왜냐구요? 편하거든요-

회피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안타깝게도 일시적으로 편한 마음이라 주기적으로 고뇌가 되풀이 되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일들을 쉽게 회피하고 마음속 저- 깊은 골방 속에서 유유히 혼자 담배나 뻐억 뻐억 피며 쉴 수 있으니까요.

제가 여태까지 얻은 키는, 문제나 스트레스 상황이 생겼을 때 이것이 내 문제임을 받아들이고 괴롭고 진전이 전혀 없더라도 피하지 말고 느긋하게 싸워나간다. 입니다.

이 문구. 분명히 과거에 읽었던 수많은 자기관리, 처세책에서도 많이 읽었지만, 요즘 처럼 느껴진 적은 없었습니다. 유명하고 좋은 인용구들에 기대면, 자기 자신을 직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왠지 저것만 외우면 모든 게 잘 될것만 같은 기분에 도취되기도 합니다.

말 나온 김에.. 스트레스와 어려운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제가 자주 선택하곤 했던 공부법을 하나 소개합니다.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면,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무수히 반복 훈련을 합니다.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여 전혀 머리를 쓰지 않고도 할 수 있게 되면, 그 일을 해나감에 있어 스트레스나 어려운 상황이란 것은 없어집니다. 하하 -_- 이렇게만 쓰면 좀 식상해보이지요? 어떤 것을 배우기 시작할 때 아직도 전 의식적으로 이런 행동 패턴을 이용합니다. 프로그래밍을 한창 버닝할 시절.. 이클립스의 수많은 자동화 툴들.. 남의 예제코드 따위 안씁니다. 무조건 조낸 반복하는 겁니다. 2000년대 초 언젠가는 프로젝트를 잘 시작하지 못하는 제 모습이 싫어서, 프로젝트를 밥 먹듯이 시작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빈 디렉토리에서 vi 로 파일명을 새로 만들고 새 클래스를 만들고 메인 메서드를 만들고 1초의 주저함도 없이 줄줄 코드를 써내려 가곤 합니다. (코드의 품질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잘못된 방법으로 100번 반복하는 것은 좋지 않겠죠? 이 짓을 시작한 이유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잘하려고 이 짓을 하는 게 아닙니다. 괴롭거나 어려운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이 짓을 하는 겁니다. 인간적인 전두엽 쪽 뇌를 안쓰고 일하는 것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반복해도 머리를 써야하는 부분을 찾아 어떻게든 제거해야 합니다. 그러면.. 기초 공부를 하게 되죠. 이런 연유로 기초에 다시 집착하게 되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저 사람은 기초가 튼튼해!’ 라는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하하하

묘한 시각에서 본다면 ‘이것도 좋은 훈련 방법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네요. 어디까지나 이것은 부수입입니다. 따라하지 마세요 —

이 지경까지 되면, 회피성 성격이 만들어준 좋은 결과물(?)들도 쌓였습니다.
더더욱 버리기 어려워집니다. 아니 여태까지 잘 살아왔다고 충분히 착각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회피성 성격을 버릴 이유를 찾을 수 없습니다. 여태까지 글을 제가 쓰고도, 회피성 성격을 버리지 않을 이유는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래도.. 계속 회피하며 살다가 늙어 죽거나, 사고로 죽는다면 조금 안타깝지 않겠습니까?

쓰다보니 회피성 성격을 너무 좋지 않은 거라고 한 느낌이 있군요.
습관화된 회피가 아닌 자기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회피성 성격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피는 나쁜 것이 아니잖아요!
50m 앞에서 맘모스가 나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데 가만히 앉아서 칼을 갈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제가 인지하지 못하던 숨은 회피성 성격들을 깨닫는 데는 사랑하는 아내의 도움이 무엇보다 컸고, 그 다음으로 책의 도움이였습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

큰 챕터 1, 2를 추천합니다. 1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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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

April 20th, 2008 3 comments

책임감.

작년 어느땐가 서점에 갔다가 제목에 낚여서 구입한 책임감 중독 이란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을 때만 해도 그저 ‘아~ 맞아. 이런 사람 있어. 아~ 맞아 나도 자주 이러는데’ 하며 1주일간 마음속에 머무를 휘발성 감정만 남았었지요.

‘책임감 중독’ 책의 내용들을 보며 많은 공감을 했었는데, 제가 협업을 잘 못하는 이유를 아주 잘 설명해주는 문구들이 많았었기 때문입니다.

협력은 모두가 책임을 느낄 때 일어난다. ‘내가 책임질 테니 당신은 빠져’ 라거나 ‘당신이 책임져. 나는 빠질 테니’ 하는 상황에서는 협력이 생겨나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 잘못된 책임감에 대해 어느정도 무의식에서 지워나가는 것은 성공했지만, 책임감 중독에서 어떻게 빠져나올까에 대해서는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했지요.

상대방이 저에게 A를 하기를 원했고, 제가 A를 하기 원했는데, 사회적 상황은 상대방이 저에게 A를 하라고 시켰고 그것을 실패했을 때 큰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계약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사실 안해도 그만이지만, 책임감 어쩌구 하면서 욕먹을 소지가 충분히 있는 상황입니다.
그와는 별개로 사실 제가 A 하기를 원하는 것이 훨씬 컸기 때문에 2-3일 밤을 새우면서 그 일을 처리했을 때, A와 관련된 사람들은 제게 책임감 있다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에.. 명백한 오해죠 -_-

어떤 일에 대해 자신에게 지워진 책임 Boundary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이미 어떤 일에 대한 책임을 인식할 때 사람들과 다른 View를 가지고 시작하니, 어떤 경우에는 참으로 무책임한 사람이 되고 어떤 경우에는 무척이나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보여집니다.

한국어를 잘 못하고 한국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저에게는 또 하나의 어려운 일이 있는데, 무슨 일을 할 때 제가 가지는 책임과 권리에 대해 누가 속시원히 설명해주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저처럼 눈치 없는 사람은 쉽게 어울려 살기 힘들지요 -.- 대놓고 물어봐도 대답 안해주는 사람들.. ToT

어떤 Role 을 맡으려면 이러이러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 라고 했을 때, 실제로 주어지는 책임보다 훨씬 큰 책임이라고 생각한 경우 책임감이 큰 사람은 그 Role을 회피하게 됩니다. 그렇게 큰 책임을 지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큰 책임을 받게 되어 평소의 자신의 리듬을 깨고 싶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반대의 경우 사실 엄청난 책임인데 별로 큰 책임이 없다고 생각될 경우, 책임감을 전혀 느끼지 않기 때문에 그 일에 쉽게 도전하고 쉽게 그만두기도 합니다.

최근 M. 스캇 펙 씨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을 보며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게 되었는데, 책임감과 회피는 뗄 수 없는 사이인 듯 합니다.

다음 번 Daily 분류에는 작년 8월에 읽고 썼던 회피성 성격장애에 대한 essay 를 쓰겠습니다. 왠지 오늘 밤은 키보드를 다닥 다닥 두들기면서 글을 쓰고 싶은 밤이라, 글 빨 안서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신나게 포스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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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 10가지 타입에 대한 또다른 분석 Part 1 (1~5)

April 20th, 2008 6 comments

얼마전 정웅군의 소개로 재미난 글을 하나 보게 되었다.

바로 이 글, 프로그래머 10가지 타입

프로그래머의 10가지 타입이라는데, 9번째 타입인 ‘보통 사람’을 제외하면 머리속에 지인들이 확확 떠오르는 재미난 경험을 할 수 있다. -_-

이 글을 읽고, 며칠전 미투데이에 단순한 흥미로, 프로그래머의 10가지 타입의 사람들에 대한 심리나 성격 분석을 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 한 권을 써도 될 만큼 쌓인 TODO 의 압박을 버리고 나는 흥미있는 일에 당장 몰입할 수 있을 것인가? 두둥. 일요일까지 블로그에 글 안올라오면 gg 라는 글을 썼었다. 일요일이 되었고.. 하니 일단 글을 쓴다.

자, 이제 분석해보자. 내가 심리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이런 글을 쓰기 조심스럽겠지만, 고등학교 때는 이과, 청강대 다닐 때는 컴퓨터 소프트웨어과, 한양 사이버대학교 다닐 때는 컴퓨터공학과 였으니 이런 글을 내 맘대로 쓰고 누가 뭐라 한들 내가 티끌만큼이라도 상처를 받을리 있겠는가 ~(- _-)~

서론 길게 하는 습관은 언제 버릴 수 있을까. 암튼 본론 들어가신다.

1. 간달프

특수 마법을 익혔다는 이유로, 주위 사람들의 이목을 받고는 한다. 이들은 주위 사람들의 의존도를 먹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그룹 내에서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듯 하다. 그의 마법을 받으려면 주위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다린다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협업 능력이 떨어지고 남을 배려하기보다는 자신의 존재 가치에 신경을 쓰는 듯 하다.
이들의 치명적인 단점은, 자신과 비슷한 마법을 쓰는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기 가치감을 타인으로부터 밖에 받을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 이들을 고용하려면 많은 돈을 주기보다는 당신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시키는 것이 중요할 지도 모른다.

2. 순교자

아무도 원하지 않았는데,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신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데 쓰일 수 있다. 순교자 타입은 항상 일터에 거주하면서 쉬지 않고 일한다. 만약 이들이 업무 상의 실수를 저질렀을 때, 이들을 효과적으로 교정할 수 있을만한 관리 능력을 소유한 관리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이런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그들의 희생정신을 고맙게 여기되, 부담은 받지 말라. 이것은 일종의 회피 행동이기도 하며, 자기가 좋아해서 선택한 일이니 그대로 두자.
만약 이들이 지난 밤에 밤을 새고 무슨 무슨 일을 했는데.. 하면서 무용담을 실컷 늘어놓는다면 ‘우와~ 그렇군요~’ 하고 조용히 자리로 돌아가자.

3. 팬보이

생략 —

4. 빈스 닐

새로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것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좋아하는 스타일을 찾은 것일까. 함께 일을 하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실 이런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어서 잘 모르겠다.

5. 닌자

이 타입의 가장 아쉬운 점은 사람을 잘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떤 것을 준비하거나 만드는 과정을 남에게 보이기 싫어하기도 한다. 초안이나 Draft 상태의 것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을 상당히 싫어하는데, 그래서 주말에 나와서 일하거나 밤을 새며 일하기도 한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조직에 많은 도움을 주면서 동료들을 괴롭지 않게 하려면 여러가지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설픈 사람이 섣불리 닌자질을 하다간 큰일난다. 밤새 무엇인가를 와르르 정리하고 갔는데, 만약 실수가 있다면 다음날 오전 동료들을 일시적으로 위험에 빠트리는 것이기 때문.
아무튼 많은 도움을 주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인기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자기 자신만의 틀이 있고 그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이들은 과정이나 프로세스로 남들과 대화하고 협의하는 자리를 대단히 힘들어 한다. 이들에게 따스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새벽에 혼자 열혈 칼질을 하고 있는데 동료의 어떤 임시 코드 때문에 어려움이 생긴다면.. 닌자스럽게 깔끔하게 처리는 하겠지만 두고두고 맘에 담아 둘 지도 모른다. -_-

쓰다보니 성격 분석도 아니고, 그저 사족을 달아둔 꼴이 되었다.
Part 2에서는 6, 7, 8인 이론가와 코드 카우보이 그리고 공수부대요원에 대해서 기술할 예정이다. 보통사람과 이반젤리스트는 잘 알지 못하기 때문.

아직 미혼이신 분들은 결혼을 해보라.
예전 같으면 밤을 새든 뭘 하든 완성할 때까지 쉬지 않고 달리겠지만, 와이프가 옆에서 장화신은고양이 눈을 하고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다면 분할정복이 왜 좋은 지 알게 될 것이다.

슥슥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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