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팅 컬처

“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 라는 멘트에 이끌린 책, 치팅 컬처를 읽게 되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치팅(Cheating)이 만연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어려서 가족들로부터 깨끗한 윤리들이 많이 주입된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크고 작은 치팅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무단횡단을 하는 것도 치팅이다. 걸리면 범칙금을 낸다. 하지만 그 범칙금이 그들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주지 못하면 “하면 안되는 것 is derived from 무단횡단” 을 효과적으로 교육시킬 수 없다. 교육될 수 없다면 그것은 그저 정부로부터의 복수라고 인식된다. 좀 더 바보같다면 팔자려니.. 할테고.

 

만약 정부로부터의 복수를 나만 받는다고 치자. 이 일을 처음 저지를 때에는 복수 패턴을 학습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한다. 상당히 무섭다. 그것은 제도적 세뇌를 받지 못한 아주 창의적인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무단횡단을 해서 여러 사람들이 이득을 본다고 치자. 가끔 걸려서 벌금을 낸다고는 하는데 그것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은 없다. 그럼 그것은 더이상 그 사람에게 위험한 일이 아니다. 이럴 경우 걸리지 않는 방법을 학습해서 무단횡단을 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우리들 중 일부분은 양심과 죄의식이 형성되어 있고 사회 질서를 무너트리는 짓은 나쁜 짓이다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주 급하지 않는한 무단횡단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하고, 내가 급해진다면? 누구나 한다.

저작권이 있는 음반, 영화를 불법 다운로드 받으며 죄의식을 느끼는 사람을 주위에서 본 적이 없다. 나같은 경우는 찾는게 귀찮아서 결제한다. (음원에 대해서는 멜론을 4년째 쓰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치팅이 아니게됐지만 만약 불법 자료 search가 쉽고 편해진다면 나도 아무런 죄의식 없이 불법을 감행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고결한 인간도 아니고 윤리의식이 투철한 인간도 아니니까. 

 

세상에는 정해진 리소스가 있고 여러가지 노력이나 능력에 따라 나눠가지게 되는데, 치팅이 늘어나면 치팅을 하지 않는 자들 입장에서는 취할 수 있는 자원이 점점 더 줄어들게 된다. 즉, 위험해진다. 위험하다. 다른 사람들도 다 한다. 이쯤되면 이미 치팅라인을 타고 있는 친구로부터 이런 얘기도 들린다. “넌 참 미련하구나“, “뭐하러 기다려?” 하고.

 

치팅 컬처는 이러한 심리, 사고 프로세스를 잘 설명하고 문화가 되버리기까지한 사회 구석구석을 신고하고 있다. 그것도 A사의 B씨는 .. 식이 아니라 실제 회사 이름과 실명을 거론하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으면 좋겠다. 책을 쓴 데이비드 캘러헌은 돈을 많이 벌겠지만 그는 용기있게 이것들을 고발하는 위험을 감수했기 때문에 이러한 이득을 취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악의는 없었지만 어쩌다보니 아무런 죄의식조차 없이 치팅을 행하고 있던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기를 바란다. 내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흔히 치팅과 큰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추측되므로 (엔지니어는 치팅하기 어려우니) 책을 읽으면서 기분이 아주 나빠질지도 모르겠다. 토할 것 같은 기분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치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듣기는 했는데 이정도일줄은 몰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아서 내용을 충분히 내면화하여 내 글씨체로 녹여 전달하기가 어려우므로 인상 깊었던 부분들을 옮긴다.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에 사는 정신과 의사 대너 럭(Dana Luck) 박사는 그지역 10대들을 진단하느라 갑자기 바빠졌다. 이유는 뻔하다. 장애가 있는 학생은 SAT에서 추가로 시간을 배정받는데, 법이 바뀌면서 학생의 장애 여부를 대학 입학 사정관에게 고시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럭 박사의 사무실을 찾는 돈 많은 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다. 아이가 장애 진단을 받아 SAT에서 좀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럭 박사가 볼 때 환자들 대다수가 아무 문제 없었다. 하지만 ‘진단서 쇼핑’에 나선 부모들은 좀 더 고분고분한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돈을 주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한편, 가난한 아이들은 학습 장애가 있어도 진단서를 발급받을 돈이 없어 그냥 시험장에 간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학생들의 부정행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아이가 좋은 성적을 올릴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하려고 드는 부모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 p20

 

 

하버드 의과대학 출신의 데이비드 프랭클린(David Franklin)은 한 대형 제약회사에 ‘의학계 교섭자’로 취직했다. 의사들과 접촉해 회사에서 개발한 신약 뉴론틴을 처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연방 법은 제약회사는 FDA가 승인하는 용도로만 약을 판매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프랭클린은 상사들에게서 인가된 효능 이외의 용도로도 뉴론틴을 팔아오라는 압력을 받았다. 인가되지 않은 용도로 약품을 사용할 경우 시험을 완전히 거치지 않아 환자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 그는 의사들에게 거의 매일 거짓말을 둘러대며 뉴론틴을 홍보했다. 법정 기록에 따르면, 회사 측은 다른 의사에게 뉴론틴의 인가된 용도 외 사용을 권하는 한편, 임상 실험을 거치지 않은 약의 효능을 광고하는 학술 기사를 본인이 쓴 것처럼 서명해주는 대가로 의사들에게 촌지를 제안하기도 했다. 과연 의사들이 그 제안을 거절했을까? 그런 의사는 거의 없었다. 수천 명의 의사가 촌지를 받고 뉴론틴 판촉에 나섰다. 뉴론틴 스캔들은 의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수많은 스캔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 p21

 

 

학자 에릭 우슬러너는 <신뢰의 도덕적 기초>라는 책에서 지난 몇십 년 동안 실시된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를 이용해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무슨 이유 때문에 타인을 신뢰하는지를 파헤쳤다. 그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상황은 나아질 것이며, 자신의 삶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할 경우 타인을 신뢰하는 일이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신뢰를 잘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크며,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신이라고 믿는다.

미국의 탈산업화 경제에서 자신의 삶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 p118

 

사기에 연루된 대기업 간부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회사에서 일하는 모두의 이익을 위해 이런 일을 하는 것이다. 나는 훔치는 게 아니라 빌리고 있을 뿐이다.” – p132

 

베타 리딩을 위해 책을 보내준 서돌출판사 관계자에게 감사의 말을 남긴다.

분명히 기분 좋게 읽을 책은 아니다. 읽는내내 씁쓸함이 느껴졌다. 그 씁쓸함 때문인지 지금은 거의 소화시키지 못했지만 소화가 이루어지면 질수록 자주 인용하게 될 것 같다. 특히 프로그래밍 분야에 대해서 말이다. 아름다운 것만 보고 듣고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이 부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읽은 것은 확실히 아니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2 Responses to “치팅 컬처”

  1. pistos says:

    마이리스트에 넣어둔 책인데 주문해야겠삼-

  2. ByLbiz무니 says: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새는 눈깜짝할 새 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