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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April, 2010

명상의 시간

April 9th, 2010 2 comments

요 며칠 명상을 하고 있다. 길게도 안한다. 한번에 10분 정도. 명상이라고 하니 뭐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을텐데, 그저 눈을 감고 바닥에 앉아 자아를 지켜보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자아를 짓누르는 게 아니라 어린아이 돌보듯 ‘지켜보는 것’.

마음속에서 찌질대는 자아가 말하는 것들을 아무 대꾸없이 다 들어주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의 대화와 크게 다르지 않게,  그냥 들어주기만 해도 많은 문제들이 해결된다. 계속 듣다보면 이너게임에서 말하는 셀프1과 셀프2의 목소리가 적절히 나뉘어 들리기도 한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아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 자리에서 일어나서 일을 시작한다. 그러다 자아가 다시 할 말이 많아진듯 하면, 자리에 앉아 명상을 한다.

생각없이 쉬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 활동을 찾게 되어 적지 않게 기쁘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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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하기 싫은 이유

April 5th, 2010 4 comments

충분히 숙련되어 집중할 필요가 없는 일만 할 수 있다면 모를까, 내가 하는 일들은 대부분 집중이 필요하다. 몰아의 경지니, egoless니, 그 상태로의 전이함이 의도적이건 아니던 집중된 상태를 말한다. 너무 집중해서 자아를 일시적으로 잃어버린 상태다.

이러한 상태가 되면 좋은 점들이 많다.

첫째, 이 상태가 되서 진행하는 일의 효율이 엄청나게 좋아진다. 수십배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인간의 욕심은 자아에 기반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집중하여 egoless가 되면 헛된 욕심이 없어져서 일을 그르치는 잘못된 결정을 할 확률도 현저하게 떨어진다. 게다가 나는 언어능력이 많이 부족한데, 집중했을 때는  언어처리를 할 필요가 없어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집중한 상태의 나에게 말을 거는 행위는 범죄에 가까운 일이다.)

둘째, 집중했기 때문에 균형감각이 떨어진다. 숲을 보는 대신 나무 한그루만 보게 된다. 덕분에 내가 지금 보고 있지 않은, 다른 나무들. 썩을 때로 썩거나,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고 있어 당장 손을 쓰지 않으면 넘어갈 것만 같은, 그런 나무들을 볼 수 없게 된다. 볼 수 없어서 걱정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행복을 느낄만큼 느슨한 것도 아니지만.

이러한 이유로 인해 집중된 상태는 관성이 크다. 효율은 좋고, 걱정도 없고, 진행도 팍팍 되고, 흐름도 탔겠다, 미팅 따위의 외부 환경에 의해 강제로 깨지지  않는한 계속 굴러간다. 가끔 집중의 강도가 너무 높아져 육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감지하던 센서들도 차례차례 꺼져서 배고픔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긴지만, 체력의 한계가 오기 전까지 계속 굴러간다. 이것은 나의 의지가 아니다. 그분의 의지라고 쳐두자.

그렇기 때문에, 집중에는 후폭풍이 따른다. 자아는 아예 집을 나간 것이 아니다. 소풍간거다. 그는 곧 돌아온다.

소풍갔던 자아가 집에 돌아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자아가 자리를 비운 시간이 길면 길수록, 돌아온 자아는 정신이 없다. 몸은 상할만큼 상했고, 활활 타오르던 옆동네 나무는 아예 쓰러졌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졌고, 가족들은 서운해하고, 집중받지 못하던 프로젝트들은 점점 더 위급한 상태가 됐다. 그래서 우리의 자아는 이렇게 생각한다.

“아, 내가 자리를 비우면 이렇게 되는구나. 다시는 소풍가지 말아야지!”

그래서 어떤 사람은 앞으로 다시는 자아를 소풍보내지 않아도 되게끔, 충분히 숙련된 일만 하기로 결심을 한다. 충분히 숙련되기까지 1년, 많게는 3년이 걸리더라도 소풍갔다 와서 느끼는 더러운 기분을 피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그런데 나는

프로그래머고, 안타깝게도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데 관심이 적지 않다. 덕분에 내 자아는 시도 때도 없이 내쫓긴다. 한가지 일에 계속 집중해서 자아를 아예 내 인생에서 없애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내 자아는 귀소본능이 너무 강하다. 그래서 여러가지 일을 하기로 했다. 그러면 중간중간 내 자아를 돌볼 수 있으니까. 주체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 자아를 좋아하고, 자아를 소풍보냈을 때 일어나는 일들을 감당할 수 있을만한 배짱이 부족하다. 그래서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집중하지 않으면 일 진행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억지로 그를 떠나보내려 한다. 그런데 이 글을 읽는 그대도 알다시피… 억지로 뭐 하려고 하면 안되잖아!

파울로 코엘료의 11분에 “열정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평화롭게 먹고, 자고, 일할 수 없다. 열정은 과거에 속하는 것을 모두 파괴해버린다.” 라는 구절이 나온다. 열정을 여러번 불태워서 파괴된 광경들을 많이 본 자가, 파괴되는 것이 싫어지면 열정도 없고 집중도 못하는거다. 이 딜레마의 끝은 어디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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