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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중독

June 22nd, 2010 1 comment

나는 흐름타서 일하는 것에 대해 중독이 있다. 물 흐르듯 진행을 못하고 매번 깊이있게 생각하고 선택하여 일하는 것은 내게 고문이나 다름없다.

내 머리속 working memory는 조리있게 관리되지 않는데다가 그 크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내 working memory는 짧은 시간동안 많은 정보를 접근할  수 있는 대신 내구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내구성이 떨어지는 이유를 정리해보면

  1. 외부 요소: 외부 자극으로 인해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주의력을 잃게 되는 것. 인간의 음성과 같은 패턴화 할 수 없는 소리, 냄새, 누군가의 신체접촉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것들. 그리고 수많은 notification들. (twitter, facebook, me2day, email, sms, tail -f,  …)
  2. 내부 요소: working memory에 보관된 정보는 일정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소멸됨.

외부 요소는 스스로를 격리시키거나 잠깐 성격 드러운 사람인척 하는 등 여러가지 흑마법을 사용하여 얼마든지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내부 요소는 우리가 지구인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동시에 기억할 수 있는 chunk가 5~9개라고 하는데, 이걸 죽을 때까지 단련하고 약물을 복용해봐야 10개도 못 넘을 것 같기 때문.

그래서 그 자체로서는 별 의미가 없어보이는 것들에 대해 따로 시간을 내어 훈련한다. 타이핑이 빨라야 한다. 최고 속도를 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저 working memory의 정보가 소멸되기전에 원하는 word들을 원하는 곳에 위치시킬 수만 있으면 된다. 아무런 의식적인 생각없이. 마우스를 이용하든 단축키와 시스템 클립보드를 사용하든 나처럼 무식하게 모든 글자를 다 입력하든 스스로의 working memory를 보존할 수만 있으면 된다. 이것이 몸속에 완벽히 장착되어 체화된다면,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코드가 300 글자라 치고 300개의 글자를 입력하는 동안 좋아하는 이성친구와 문맥을 잃지 않고 전화통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심하게 과장한 것) 그러면 제한된 working memory를 낭비하지 않고도 미션을 수행할 수 있다.

물론 인생은 짧고 파이썬이 필요하듯, 체화시킨 매크로들이 각개전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므로 각 매크로들을 머리속에서 적절히 MapReduce하여 유의미한 chunk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좋은 설계자가 아니고, 척 노리스도 아니라 5일이상 흐름을 지속하기 어렵다. 매크로로 해결할 수 없는 복병들이 자꾸자꾸 나타난다. 이들은 매크로 중독의 마수로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또다시 선택의 시간이 돌아온다. 그리고 선택에는 항상 책임감이 뒤따른다. 만약 그 선택이 아주 급한게 아니라면, 많은 경우 선택하기를 미룬다. 보다 나은 선택을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스스로를 속이며.

선택의 시간이 돌아올 때마다 늘어진다. 당장 급하지는 않고 선택하기는 두려우니 잉여잉여 하는거다. 하기 싫은 것을 하고 싶은 것으로 만드는 흑마법은 후폭풍이 장난이 아니므로 더이상 시전할 수 없다.  그렇다면 선택을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나처럼 의지력이 비리비리한 많은 사람들에게는 언제까지 선택을 꼭 하겠습니다! 라고 자기 자신과 약속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배수의 진을 쳐야한다. 가짜 말고 진짜. 얕은 물 말고 빠지면 정말 죽어버리는. 깊은 물을 주위에 찾을 수 없다면 개울가에 염산이라도 부어서. 롤백도 할 수 없도록. 그러다 역량 부족으로 정말 다칠 수도 있다. 만약 상처를 입는다해도 그만큼 강해지니 더할나위 없이 좋다는 생각으로.

수로 중간이 끊어져 있더라도 압력이 충분히 높으면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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