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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과 광기

February 28th, 2012 Comments off

음미해볼만한 내용이라 그대로 옮긴다.

 인류는 집단을 형성하는 동물이지만, 그것은 일반적으로 생각되듯이 군거본능 때문은 아니다. 개인의 정신이란 수많은 온갖 사적환상의 소굴로써, 인류의 개체는 홀로 내버려둔다면 개인으로서의 일체성과 일관성을 보유할 수 없으므로 현실에 적응할 수가 없다.

인류가 연명할 수 있기 위해서는, 각 개인의 사적환상을 부분적으로나마 어느 정도 공동화해서 공동환상을 만들고, 그 공동환상을 마치 현실인 양 간주하여, 이 의사현실에 적응하는식의 우회로를 취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작게는 가정의 일에서 크게는 국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형성하는 집단은 공동환상에 기반을 두고 성립되어 있는 것이다.

어떠한 집단이건, 집단의 문화/도덕/이상/규범/풍속/상식/제도 등을 비롯한 그 밖의 일체의 것이 환상의 산물이다. 어느 집단 속에서 현실로 간주되던 것조차 환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며, 어느 집단에서의 냉정한 현실주의자는 다른 집단에서는 열기에 들뜬 망상광의 범주에 들는지도 모른다.

집단이라는 것이 어떤 합리적 기반 위에 서 있다는 생각은 큰 잘못이다. 집단은, 어떤 불행한 조건 아래서 간혹 미쳐버리는 수가 있는 것이 아니고, 또 기본적인 면에서는 정상이나 표면의 말초적인 점에서 때때로 미쳤다는 것도 아니고, 집단이 집단인 한 본질적으로 미쳐 있는 것이다.

집단의 공동환상이 환상임을 깨닫지 못하는 것은, 그 공동환상에 자기의 사적환상을 공동화하고 있는 자 – 곧 집단의 구성원뿐이다. 우리들에게 있어서, 우리가 소속되어 있는 집단 이외의 집단은 필연적으로 괴상하고 광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기는, 개인이 자기 속마음은 좀체로 밝히지 않고, 일상생활에서는 일반적으로 통용하는 외면을 몸에 걸치고 몸단장을 하고 있는 것처럼, 집단도 여느 집단에게 수상쩍게 보일 부분은 보통 숨기고 있으므로 이것은 반드시 명백하진 않지만, 어떤 기회에 집단의 본심이라든가 실태가 드러나면, 그 집단의 구성원 이외의 사람들은 곧장 아연해진다.

어떠한 집단에서도, 다른 곳에서는 결코 통용할 것 같지 않은 일이 많건 적건 상식이니 관례니 해서 통용되고 있다. “어찌 그런 바보스럽고 가혹하며 어처구니 없는 일이 태연하게 통용되는 것일까. 바보천치들만 모여 있는 것도 아닐텐데, 말리는 사람은 없었던가” 하고 곁에 있는 사람들로서는 불가사의 하겠지만, 집단 안에 있는 자들로서는 알지 못한다.

몇년전부터 예스24에서 일시품절로 표시되어있어 지인들에게 추천도 못하는 책, 기시다 슈가 쓴 게으름뱅이 정신분석 2 의 ‘집단과 광기’ 파트에 있는 내용 일부분이다. 게으름뱅이들의 정신은 도대체 어떤가-를 다루는 내용이 아니라 저자인 기시다 슈가 자신을 게으름뱅이라 칭하여 ‘게으름뱅이가 해본 정신분석’이 이런 제목으로 출판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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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8일 저녁

November 21st, 2011 Comments off

한동안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일기장을 오늘 무심코 펼쳐보고는 깜짝 놀랐네. 모든 사태를 잘 알면서도 나는 한 발 한 발 빠져들고 있었던 걸세!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언제나 명확히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어린애처럼 행동한거지. 지금도 그렇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아직도 개선의 빛이 보이지 않는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8월 8일 저녁 –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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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우자 외워

March 2nd, 2010 8 comments

우리가 세포들로 이루어진 인간일 뿐이라는 것을 종종 잊곤 한다. 그래서 모든 것을 태도의 문제로 귀결시키던 습관을 잠시 버리고 과학적인 접근법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물론 아무리 좋은 기술을 써도 튼튼한 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쓸모 없겠지만 말이다.

갑자기 이런 류의 책으로 관심이 되돌아간 이유는, 최근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나름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예상과 내 결과물이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게을러서 계속 스스로의 태도를 탓하며 (열받거나 짜증나서 스스로를 케어할 수 없게되면 남탓하기도 하지만 ㅋ)  어떻게 더 좋은 태도와 개념을 탑재해야될지 고민했었는데, 나름 한다고 했는데도 자꾸 오류가 보이니 더이상 태도만 탓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서이다. 이제 마스터 요다와 괴테와 니체의 가르침을 잠시 뒤로하고 과학서로 피신한다.

최근 내가 맞이한 어려움은 다음과 같다. 해야할 일의 개수가 많다. 그런데 각 할 일들의 난이도는 높지 않다. 물론 여태까지 써보지 않은 플랫폼도 있었지만, 개념이 같고 API 사용법만 다른 경우라면 잘 설명된 문서를 통해 어렵지 않게 해당 지식을 획득할 수 있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아(ego)가 등장해서 친숙하지 않은 환경이니 어려울꺼야~ 속도를 줄여~ 하고 속삭이지 않는 바에야 이런 부분에서 시간을 축내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새로운 일은 쉽던 어렵던 설계작업이 동반되어야 하고, 그에 따라 새로운 문맥을 탑재해야 한다. 나는 동시에 한가지 일밖에 못해서 문맥변환을 처리하려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1. 기존 작업물에서 생긴 버그와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에 대한 책임감 unload
  2. 기존 작업물에서 해야할 일들에 대한 기대와 희망 unload
  3. 새 작업물의 업무 범위 정의
  4. 새 작업물의 핵심 문맥 암기
  5. 새 작업물 처리과정 시작

기존에 다른 일로 쉽사리 이동하지 못했던 이유들은 1, 2번 문제였다. 이를 발견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자아를 버림으로써 이를 해결했다. 3번의 존재는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3번에서 정의한 새로운 문맥을 탑재(load)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무의식으로 접근해서 쓸 수 있을만큼 외워야하기 때문이다.  이 암기작업은 비용이 적지 않게 든다. 그런데 나는 4번 작업을 무시하고 바로 5번으로 건너뛰어 들어갔다. 아직 문맥탑재가 끝나지 않았는데, 요것 요것을 하면 된다고 정의했다고 해서 해당 문맥의 아이템들이 머리속에서 유기적으로 엮여 마구마구 작업이 되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당연히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거북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게 된다.

그 결과, 조금 우습지만, 새 작업물에 대한 문맥을 뽑아서 따로 외우는 시간을 도입하기로 했다. 종이에 쓰고 하늘보고 중얼중얼.. -_- 하다가 아니 이게 웬 19세기 학습방법인가.. 하는 마음에 암기에 관한 책들을 다시 들춰보고 있다.

브레인 룰스
브레인 룰스

챕터 5의 단기기억 부분이 필요하다. 업무 정의는 이미 끝난 상태라 무엇이 필요한지는 알고 있다. 그러나 필요한 것을 load 하는데 비용이 들어 (탐색기를 뒤지거나 cd; ls 콤보를 날린다거나 소스코드를 뒤적인다거나 오피스 문서를 뒤적인다거나) 이미 로드된 것들조차 잃어버리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목표는 정보 인출속도를 최대로 올려서 이미 load된 다른 문맥들이 단기기억소에서 밀려나가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다.

브레인 룰스와 공부의 비결에서 얻은 결론은, 일정 시간간격을 두고 반복 노출하는 것이 기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였다. 다행히 이렇게 외운 것들도 다시 건드려주지 않는 이상 30일이내에 20%미만만 남기고 기억에서 사라진다고 에빙하우스가 밝혀줬으니 머리가 터져 미치는 일은 없을 듯 하다. 넉넉한 시간이 주어졌다면 자연스럽게 외울 수 있겠지만, 내게 그런 운은 없으니…

고등학생이 된 기분으로 외우자 외워.

p.s. 물론 아침에 일어나서 수분공급도 잊지말고 해줘야하고, 종합비타민도 먹어야되고, 주기적으로 근육운동도 해줘야하고, 무리한 알콜 섭취도 삼가야하고.. (중얼중얼 담배 끊는다는 얘기는 죽어도 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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