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th World Notes by Jang-Ho Hwang

22Oct/12Off

나중이란 시간은 없다

Posted by Jang-Ho Hwang

나중이란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의 내가 이어질 뿐이다. 지금 내가 무슨 결심을 하던, 무슨 소망을 하던, 그것이 계속 이어질 뿐이다. 결심만 매번 하면 결심을 잘하게 된다. 2년전에 내가 그 일을 했었더라면.. 이라고 후회한다면, 후회를 더 잘하게 된다. 우아하고 안찌질하고 남들이 보기에도 멋진 그런, 후회를 잘하게 되겠지. 나는 도대체 왜 이럴까 하고 생각하면 언젠가 왜 그런지 이유를 알게 되겠지. 운수 좋아봐야 이유만 알 수 있을뿐 고쳐지는건 별개의 문제다.

어떤 행동을 계속하다보면 문득 깨달음이 올때가 있다고 자위하지 마라. 되도 않는 짓거리를 끊임없이 하는 것에 완전히 지쳐버려 사심이 숨쉴 기력조차 없어져 모든 안개가 걷힌 순간이 가끔 올 뿐이다. 그마저도 시점을 놓치면 바로 안개로 뒤덮힌다.

내일의 너는 지금의 너와 다르지 않다. 다음달의 너도 지금의 너와 다르지 않다. 다음달 카드값을 지불하는 너도 지금의 너다. 오늘 푹 쉰다고해서 내일 힘이 날 것 같은가?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생각을 하는가.

한달후의 내가 지금의 나와 완전히 동일한 사람이라고 느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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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Jul/12Off

절제

Posted by Jang-Ho Hwang

한 방향으로만 하염없이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단순히 욕심이나 일중독이 아니다. 아주 빠르게 달리고 있는 자동차나 가속도가 붙어 바닥을 향해 떨어지는 물체와 비슷하다.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게 아니라 그 행동을 멈추려면 많은량의 에너지가 필요한 거다. 단순히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한 것 뿐만이 아니라 기술도 필요하다. 시속 250km로 달리던 자동차의 운전자가 급브레이크를 밟는다거나, 63 빌딩 꼭대기에서 떨어지던 물체를 1층에서 받아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이렇게 시스템 전체가 특정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만 튜닝된 상태가 지속되면 어느 시점부터는 자기가 빨리 달리고 있다는 것 자체를 잊게 된다. 그래서 주위에서 '대단하십니다' 라는 말이라도 해온다면 그는 당췌 이해할 수가 없다. 자기가 달리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도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이 세상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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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May/12Off

스택 기반 시간 관리

Posted by Jang-Ho Hwang

프로그래밍을 하다보면 초심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세계 각지에 퍼져있는 정보들에 대한 접근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라고 썼지만 그 근원은 지적 욕심 때문이다.

그런데 지적 욕심을 버릴 생각은 없다. 자기가 뭘 제대로 모른다는 사실을 자각했고, 어느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서 그것을 내것으로 만들 수 있을것만 같다면 당연히 공부하고 직접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2달째 사용중인 시간관리 도구가 있다.

이 앱을 실행하면 텅빈 메모장과 타이머가 하나 나온다. 메모장에는 진행중인 task 에 대한 context 들을 자유롭게 쓴다. 타이머는 00:00:00 부터 1초씩 증가한다. 몇년간의 시간관리 노력에서 내가 깨달은 것이 있다면 마감기한은 내게 결코 동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도구는  사용자가 소요시간을 예측하는 능력이 전혀 없다고 가정한다. 마감기한이 주는 효과는 '압박' 과 '퀄리티 제한' 이다. 증가하는 타이머도 '압박' 을 줄 수 있다. 내가 nn 분이나 썼다니! 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마감기한에 비해 증가하는 타이머가 가지는 장점이 하나 더 있다. 마감기한을 3일 후로 잡았을 경우, 당장 그 일을 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늦게 시작한다. 어찌됐든 3일안에 끝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일을 일찍 마쳤다고 하더라도 심리적으로 얻는 보상이 전혀 없다. 반면 증가하는 타이머를 썼을 경우, 3분안에 끝낼 수도 있고 30분안에 끝낼 수도 있다. 게다가 실제로 시작하지 않은 일에 대해 '진행중' 이라는 개소리를 하지 않게 된다.

'블로그에 MMM 글쓰기' 일을 30분간 진행했다. 일을 마치지 못했는데 갑자기 배가 고프다. 그러면 타이머를 멈추고 밥을 먹으러 간다? 아니다. 그냥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로 한다. 새 일의 이름을 '식사' 로 정한다. 그러면 타이머가 00:00:00 로 리셋된다. context 메모장도 비워진다. 맛있게 밥을 먹는다. 15분정도 밥을 먹었다고 치자. 밥을 먹고 자리에 돌아왔다. context 메모장에는 아무것도 없다. 기분이 좋다. 체하지 않는다. 그래서 웹서핑도 하고 미투데이도 하고 페이스북도 하면서 40분정도 놀았다. 이제 그만 일을 해야겠다. '식사' Task 를 종료한다. 그러면 자동으로 '블로그에 MMM 글쓰기' task 로 전환되고 context도 이전으로 돌아가고 타이머는 01:10:00 이 된다. 00:30:00 이 아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기로 한지 1시간 10분이 지난것이다. 맞지않나. 관리자들의 사고방식이 그대로 반영된다. 어떤 일을 시작하고 삼천포로 3번 빠져서 실제로 그 일을 하는데 걸린 시간은 3시간 이였지만 총 2일이 걸렸다고 치자. 관리자가 그거 3시간 걸렸다고 인정해주나? 아니다 2일이다. 변명은 필요없다. 그것은 2일이다. 괜히 3시간 걸린다고 얘기했다가 나중에 밥먹을 시간에 밥도 못먹고 technical debt 왕창 끌어쓰고 잠도 제시간에 못자면서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다. 그것은 그저 2일 걸리는 일이다.

아무튼 이제 소화도 다 됐고, 블로그 글쓰기 일을 30분 더 진행해서 끝냈다. 그럼 작업 끝났다고 마킹한다. 이제 스택이 비워졌다. '블로그 글쓰기' task는 총 100분이 걸린걸로 회계처리 된다. 이제 새 타이머가 시작된다. task 의 이름은 'Idle' 이다. Idle task 에만 예외적으로 반영되는 규칙이 있는데, 다른 일을 하다가 Idle 로 돌아오면 타이머가 00:00:00으로 리셋된다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놀고(Idle) 있었는지 타이머가 계속 표시해준다. Idle task 의 context 에는 평소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마구 적었다가 지웠다가, 뭐 마음대로 한다. 눈치챘겠지만 이 프로그램의 타이머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끊임없이 돌아간다. 마감기한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압박을 받는다. 퀄리티 제한을 할만한 핑계도 없다.

이 툴을 쓰기 시작하고나서 처음 2-3주 동안은 말도 안되게 과로를 했다. 시간이 계속 흘러간다는 것이 계속해서 느껴지는데 그 시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감기한 타이머는 압박의 칼이 내게 향해있는 것같은 느낌을 받는 반면 증가하는 타이머는 '넌 놀든지 말든지 나는 간다.' 의 느낌을 준다. 사람을 아쉽게 만든다. 결국 더 주도적으로 일을 하게 만들어준다.

업무중에 들어오는 인터럽트를 다루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 누가 말을 걸면, 일하면서 수동적으로 'ㅇㅇ' 질하지 말고, 그냥 새 task 를 만든다 (혹은 무시하거나). task 이름은 '채팅, 홍길동' 정도가 좋겠다. 이제 채팅에 집중한다. 타이머는 채팅을 얼마나 했는지를 계속 표시한다. 증가하는 타이머 덕분에 상대방에게 '나 대화시간이 5분밖에 남지 않았어' 라는 자기중심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대화한지 벌써 30분이 넘었다' 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자러 갈 때도 '침실' task 를 하나 만든다. 몇시에 일어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냥 속편히 잔다. 자고 일어나서 타이머를 확인하면 '내가 6시간 잤구나..' 를 알 수 있다. 이제 task 를 종료한다. 전날 밤에 하던 일의 타이머가 나타나고 6시간이나 흘러가있다. 슬프지만 현실이다. 시간관리툴에게 내가 먹고 자고 놀아야 하는 인간임을 확실히 알려줘라. 장기적으로 보면 훨씬 더 편해질 것이다.

p.s. 이 프로그램 역시 릴리즈 계획이 없다. 만드는데 기술적인 어려움은 없을테니 자급자족하시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