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th World Notes by Jang-Ho Hwang

21Mar/15Off

습관들과의 전쟁

Posted by Jang-Ho Hwang

상대방에게 '머리가 좋다'고 평가할 때의 심리를 분석해본다. 기저핵의 활동이 훌륭한 타인을 볼 때는 깎아내리려하기보다는 경탄하며 칭찬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은 조금도 부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성능이 좋은 동물이나 짐승을 보며 경탄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점은 '우와' 싶기는 하지만 사실은 조금도 부럽지 않다. 인간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바라는 '머리가 좋아졌으면' 하는 파트는 대부분 전전두엽 활동인것 같다. 기저핵은 기계적인 일들을 노력없이 수행할 수 있게 해주지만, 의식이 끼어들 여지가 없기 때문에 통제할 수 없고 인간의 욕심을 채우는데에 전략적으로 활용하기가 어렵다.

깨어있는동안 기저핵을 사용하지 않고 계속 전전두엽만 쓰게 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종류의 나쁜 습관을 한번에 날려버릴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기전까지 호흡과 걷기 혹은 내장근육들을 움직이는데 필요한 파트에만 기저핵을 쓰고 나머지 모든 활동에서 매번 의식적인 선택을 하는데 어찌 나쁜 습관을 재생하겠나. 나쁜 것을 좋아하는 변태가 아닌 이상 말이 안된다.

그럼 왜 우리들은 깨어있는 동안 전전두엽을 계속 사용하지 못하고 자꾸 기저핵에 의존하여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것일까. 여기에는 그 어떤 고차원적인 이유도 없다. 당신은 그저 기저핵이 잘 발달된 훌륭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딱히 전전두엽이 나빠서 그런게 아니다. 기저핵에 지속적인 손상을 주거나, 어떤 기계적인 일도 못하게하여 자연스럽게 약해지도록 유도해야한다. 직관과 몸의 신호를 싸그리 무시하고 모든 것을 의식적으로 결정하며 살아보는 것을 훈련하자. 적어도 지루할 일은 없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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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Mar/15Off

Stereotype

Posted by Jang-Ho Hwang

사람들이 내게 할당한 수많은 고정관념들이 있다. 그 종류도 다양하고 별의별 말도 안되는 것들이 수두룩한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내 이야기인데도 전혀 기분나쁘지 않고 재미있고 흥미진진할 때가 참 많다. 그래서 어떠한 오해가 생기더라도 풀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강건너 불구경하는 습관이 있다. 게다가 나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이란 항상 손에 꼽을 정도로 매우 적다. 그 사람들이 내게 오해를 품는다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오해를 풀어놔야겠지만, 이외의 사람들쯤이야 나를 어떻게보든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고정관념에 의존하는 자들을 희롱하는 개구장이 마음이 살아나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보든 실제로 그런것처럼 행동해주는 습관이 생겼다. 나쁘게 보면 한없이 나쁜 행동이지만, 좋게 보면 내 시간을 상대방의 시점에 맞추어 온전하게 써주는 것이기도 하다. 내게 재미있는 일임은 확실하지만, 상대방이 실제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나를 신뢰하지 않고 탐구하듯 접근하는 자세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신뢰로 인해 나는 기만하는 자가 된다. 실제 나라는 사람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인데 상대방이 그걸 굳게 믿고 있으면 안되지 않겠는가. 제대로 사기꾼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나의 장난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그가 내게 사기꾼 Stereotype을 입히는 순간 사기꾼처럼 행동해준다. 아무리 재미있는 놀이라고는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조금도 진지하지 않고 여가 시간에만 하는 일이므로 트랜잭션이 길어질수록 내게 불리하다. 그가 나를 적극적으로 버려야한다. 그러므로 부정적인 평판을 받는 것은 대체로 내게 유익하고, 긍정적인 평판을 얻는 것은 대체로 내게 불리하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흥미가 없다는 점은 마찬가지이다. '정확히 파악은 못하겠는 사람'으로 남아서 계속 탐구당하는 것이 즐겁고, 이 즐거움을 상대방에게도 꾸준히 돌려주는 것이 내가 원하는 삶이다. 간파하여 Stereotype을 씌우려는 질문은 그 어리석음을 보는 과정에서 항상 기분이 나쁘고, 탐구하고 알고자하는 질문은 언제나 즐겁다.

무엇을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는 말이, 겸손하거나 지혜로운 자세로 치부되는 경향(이 또한 stereotype이 아니던가)이 있는 것 같다. 그는 스포일러를 적극적으로 배제하며 가까운 미래에 분비될 도파민을 존중하고 있을 뿐이다. 겸손은 개뿔. 쾌락을 쫓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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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Mar/15Off

글을 쓰는 이유

Posted by Jang-Ho Hwang

무엇을 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은 의미가 없다.  무엇을 해냈다는 내용의 글 또한 별로 의미가 없다. 그 행동 자체로서의 의미가 얼마나 없었으면 글이라는 형태를 빌어 또 한번 출판되어야 했을까.

나는 지금 집 근처 할리스에 앉아있다.  맞은편 테이블에 혼자 이어폰을 끼고 공부를 하고 있는 아가씨가 있다. 한동안 읽던 책을 덮더니 연습장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중간중간 창밖을 3~5초정도 멍하니 응시한다. 마치 바깥 풍경을 스케치하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잦은 빈도로 말이다. 그 아가씨의 노트는 어느덧 30줄이 넘어간다. 연필을 사용하고 있나보다 중간중간 지우개를 쓰는 모습이 보인다.

저 사람이 무슨 글을 왜 그렇게 열심히 쓰고 있는지는 관심이 없다. 그저 나도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간중간 아무 이유없이 창밖을 응시하면서. 그렇지만 지우개는 안쓸거다. 컴퓨터로 글을 쓰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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