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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력

의지력은 근육과 비슷한 면이 많아서 한 번 힘을 발휘한 뒤에는 일시적으로라도 꼭 휴식을 취해야 회복이 되는 것만 같다. 웨이트를 할 때 세트간 휴식시간을 심하게 줄였거나 기구간 휴식시간을 줄였을 때 어떤 피해를 입는지 생각해보면 쉬울 것 같다. 평소에는 딴 생각하면서도 가지고 놀듯이 쉽게 할 수 있었던 일이 갑자기 열라 어려운 일로 둔갑하는 것이다.

오늘은 담배를 안피운지 30일째가 되는 날이다. 금연하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한달쯤되면 니코틴이랑은 별 상관없는 상태가 된다. 펴도 되고 안펴도 불편한 것은 없지만 그저 안피기로 결심해야한다. 이것은 금단증상을 견뎌내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저항할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외부로부터 공격이 들어올 때 이를 방어하는 과정은, 에너지는 많이 들지언정 동기부여의 어려움은 전혀 없다. 공격이 들어오는 지점을 파악하고 분석하여 방어해내면 되는 것이다. 공격하는 근원지를 분석하여 역공격하기도 가능하고 어떻게든 성취감이라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그저 안피우기로 결심하는 것은 에너지는 적게 들겠지만 평생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성가신 작업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담배를 피우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들은 금연을 위해 자신의 의지력의 2% 정도는 항상 여분으로 남겨둬야만 한다.

평소에 들 수 있는 무게를 초과하여 강도높은 훈련을 했을 때 지연성 근육통으로 고생하는 것과 똑같은 일이 의지력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평소보다 자신을 많이 억압(will not)했거나 푸시(will)하면, 그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의지력에 반하는 행동이 따라오는 것 같다. 의지력에 반하는 그 행동에 욕망을 가졌다기보다는 반작용에 가까운 것이다.

의지력이 떨어져있을 때 꼭 해야하는 것은 휴식과 함께 스스로를 적당히 풀어놓는 일이지, 자기비하나 스스로를 옭아매어 남아있지도 않은 의지력을 쥐어 짜내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다. 지연성 근육통에 시달릴 때 내가 하는 것은 “운동으로 생긴 문제는 운동으로 풀어야해!” 하는 패기넘치는 짓이 아니라 파열된 근섬유들이 새 것으로 교체될 수 있게 양질의 단백질(조리가 필요없고 보관이 편한 아몬드라거나)을 먹고 물을 충분히 마시고 근섬유들이 새로 자랄 수 있게 혈액순환 적당히 될 정도의 저강도 걷기운동이다.

서두르지 말고 그러나 쉬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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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함

사회에서 사람들에게 내가 시전하는 상냥함이나 배려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기저핵이 모든 것을 관장한다. 전전두엽을 활성화했다면 상대방을 활용하려는 것이다. 상대방을 활용한다니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냐- 할 수 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다들 그렇게 살도록 교육받았다. 어이없게도 그렇게 교육해놓고 윤리적 도덕적으로 나쁜 행동으로 평가되기도 하지만 너무나 만연해있으므로 언급을 피할만한 가치는 없다.

그런데 기저핵이 상냥함을 보였다고해도 결과적으로는 상대방을 속인 경우가 되기도 한다. 전전두엽이 상냥함을 시전했을때는 그저 그 의도가 명확히 계획되고 통제되었을뿐이지, 결과상의 차이는 전혀 없는 것이다. 어찌보면 강한 의지와 의도를 가졌을때는 상대방에게 그 의도마저도 투명하게 전달되어 아무도 피해자가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기저핵이 보인 상냥함은 상대방을 때로 의아하게 한다. 이유를 알 수 없기도 하지만 경험적으로 상냥함을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러한 이용 맥락이 없는 상태에서 상냥함이 나타나면 당황스러울만도 하지 않겠는가.

변연계가 상냥함을 꺼냈다면 즐겁게 데이트를 하면 된다.

어느 부분이 시전했는지와 무관하게 상냥함은 오만하다. 상냥함은 명백한 거짓인데, 이 거짓은 상대방을 기만하고자 했다기보다는 내가 상대에게 진실을 보이면 그는 이를 견뎌내지 못할 약자이거나 그만큼 성숙하지 못한 사람일거라는 추측에서 왔을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실이 담긴 상냥함이 가식적인 상냥함보다 훨씬 더 기분 나쁠 때가 있는 것이다.

서로 시간낭비는 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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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몇년이 지난 어느 봄날 내가 내 직업을 조금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거나, 그냥 하는거죠 뭐 ㅎㅎ 정도가 아니라 혐오하고 있었다. 적극적인 거부다.

존나 싫어진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이를 바로 그만두지 않고 돈벌기 겁나 쉽다는 이유로 16년이나 해왔다는 점이 가장 부끄럽다. 하지만 이제라도 끝난 게 어디인가. 황장호는 프로그래밍이라는 직업을 때려쳤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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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들과의 전쟁

상대방에게 ‘머리가 좋다’고 평가할 때의 심리를 분석해본다. 기저핵의 활동이 훌륭한 타인을 볼 때는 깎아내리려하기보다는 경탄하며 칭찬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은 조금도 부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성능이 좋은 동물이나 짐승을 보며 경탄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점은 ‘우와’ 싶기는 하지만 사실은 조금도 부럽지 않다. 인간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바라는 ‘머리가 좋아졌으면’ 하는 파트는 대부분 전전두엽 활동인것 같다. 기저핵은 기계적인 일들을 노력없이 수행할 수 있게 해주지만, 의식이 끼어들 여지가 없기 때문에 통제할 수 없고 인간의 욕심을 채우는데에 전략적으로 활용하기가 어렵다.

깨어있는동안 기저핵을 사용하지 않고 계속 전전두엽만 쓰게 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종류의 나쁜 습관을 한번에 날려버릴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기전까지 호흡과 걷기 혹은 내장근육들을 움직이는데 필요한 파트에만 기저핵을 쓰고 나머지 모든 활동에서 매번 의식적인 선택을 하는데 어찌 나쁜 습관을 재생하겠나. 나쁜 것을 좋아하는 변태가 아닌 이상 말이 안된다.

그럼 왜 우리들은 깨어있는 동안 전전두엽을 계속 사용하지 못하고 자꾸 기저핵에 의존하여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것일까. 여기에는 그 어떤 고차원적인 이유도 없다. 당신은 그저 기저핵이 잘 발달된 훌륭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딱히 전전두엽이 나빠서 그런게 아니다. 기저핵에 지속적인 손상을 주거나, 어떤 기계적인 일도 못하게하여 자연스럽게 약해지도록 유도해야한다. 직관과 몸의 신호를 싸그리 무시하고 모든 것을 의식적으로 결정하며 살아보는 것을 훈련하자. 적어도 지루할 일은 없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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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reotype

사람들이 내게 할당한 수많은 고정관념들이 있다. 그 종류도 다양하고 별의별 말도 안되는 것들이 수두룩한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내 이야기인데도 전혀 기분나쁘지 않고 재미있고 흥미진진할 때가 참 많다. 그래서 어떠한 오해가 생기더라도 풀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강건너 불구경하는 습관이 있다. 게다가 나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이란 항상 손에 꼽을 정도로 매우 적다. 그 사람들이 내게 오해를 품는다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오해를 풀어놔야겠지만, 이외의 사람들쯤이야 나를 어떻게보든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고정관념에 의존하는 자들을 희롱하는 개구장이 마음이 살아나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보든 실제로 그런것처럼 행동해주는 습관이 생겼다. 나쁘게 보면 한없이 나쁜 행동이지만, 좋게 보면 내 시간을 상대방의 시점에 맞추어 온전하게 써주는 것이기도 하다. 내게 재미있는 일임은 확실하지만, 상대방이 실제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나를 신뢰하지 않고 탐구하듯 접근하는 자세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신뢰로 인해 나는 기만하는 자가 된다. 실제 나라는 사람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인데 상대방이 그걸 굳게 믿고 있으면 안되지 않겠는가. 제대로 사기꾼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나의 장난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그가 내게 사기꾼 Stereotype을 입히는 순간 사기꾼처럼 행동해준다. 아무리 재미있는 놀이라고는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조금도 진지하지 않고 여가 시간에만 하는 일이므로 트랜잭션이 길어질수록 내게 불리하다. 그가 나를 적극적으로 버려야한다. 그러므로 부정적인 평판을 받는 것은 대체로 내게 유익하고, 긍정적인 평판을 얻는 것은 대체로 내게 불리하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흥미가 없다는 점은 마찬가지이다. ‘정확히 파악은 못하겠는 사람’으로 남아서 계속 탐구당하는 것이 즐겁고, 이 즐거움을 상대방에게도 꾸준히 돌려주는 것이 내가 원하는 삶이다. 간파하여 Stereotype을 씌우려는 질문은 그 어리석음을 보는 과정에서 항상 기분이 나쁘고, 탐구하고 알고자하는 질문은 언제나 즐겁다.

무엇을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는 말이, 겸손하거나 지혜로운 자세로 치부되는 경향(이 또한 stereotype이 아니던가)이 있는 것 같다. 그는 스포일러를 적극적으로 배제하며 가까운 미래에 분비될 도파민을 존중하고 있을 뿐이다. 겸손은 개뿔. 쾌락을 쫓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