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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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를 하며 내 어휘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영어 어휘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국어 어휘력이다.

글을 쓸 때 일단 자신의 의도를 직시한 뒤 이것을 검증하고(성격에 따라 하는 분도 있고 안하는 분도 있고)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 그런데 어휘력이 부족하면 문제가 된다. 긍적적인 마인드로 일단 아는 어휘(사실은 잘못 알고 있는 어휘)로 용감하게 표현을 해보지만 이런 행동은 얼마가지 않아 좌초된다. 왜냐하면 사람들과 대화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같은 경우 어휘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실패의 반복이 성공을 만들 수 없었다. 그 결과 심리적으로 위축되었고 대화 분야에 대한 자신감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의사소통을 해야되는데.. 이 상황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이것저것 다 시도해보고 잘 되는 방법만을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온라인을 사용했다. 메일로 보내기. 메신저로 대화하기. 얼굴 마주 보고 얘기하는 것보다는 훨씬 의사소통이 안될텐데,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의 특성상 의사소통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자 여기서 잠깐, 문제란 무엇인가.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콜린스 영영사전에서 problem 을 찾아봤다.

A problem is a situation that is unsatisfactory and causes difficulties for people.

만족스럽지 못하고 사람에게 어려움을 가져다주는 상황.

설명을 보고 어떤 감정이 느껴지는가? 나는 많은 것이 느껴졌다. 살면서 저런 상황을 겪은 적이 많기 때문이다. (안그런 사람은 없겠지!) 지극히 주관적인 단어이다. 만족이란 것은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이고 어려움은 훈련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만약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어려움이 없다면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만약 타인의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 불만족스러운 상황이 무엇인지, 그 사람이 어떤 어려움에 처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적절히 공감할 수 없다면 동기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며 이는 문제 해결을 하기에 적합한 사람이 아닌 것이며 자연스럽게 비효율을 보여줄 것이고 요즘처럼 생산성이 중요시된 사회에서는 결국 실패를 초래할 것이다.

자세를 바꾸어 만족하면 문제는 사라지게 되고, 어려움이 없어져도 문제는 사라지게 된다.

나는 미디어나 타인의 말에서 문제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면, 그것의 불만족스러운 것, 어려움을 가져다주는 상황을 떠올리기보다는 해결되야만 하는 무엇을 먼저 떠올렸었다. 이는 과정을 뛰어넘었기 때문에 주체로 하여금 시작점을 제대로 직시할 수 없게 만들고 어렵사리 만든 목표조차도 거짓 목표로 만들게 된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남의 미션을 해결해주고 돈을 버는 사람이다. 그래서 상대방의 문제를 먼저 파악해야 하는데, 수년전 언젠인가부터 문제 해결을 요청한 사람들이 자신의 불만족과 어려움을 제대로 이야기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자신이 추측한 결과만을 나에게 얘기해준다. 나는 그 결과를 처리해주고 돈을 받는다. 결과를 만드는 사람은 그들의 불만족과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상한 것을 만들어낼 수 밖에 없다. 그럼 고쳐달라고 얘기한다. 잔말말고 고쳐준다. 이것이 반복되서 그들이 스스로 불만족과 어려움을 실토하도록 만드는 게 내 최선이였다.

불만족과 어려움을 정확히 명시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겉도는 수십, 수백 항목의 RFP를 받아보게 될 것이다.

좀 이색적일지라도 클라이언트와 술을 먹든 뭘 하든 해서 마음을 열고 불만족과 어려움에 직접 접근하는게 빠르다. 만약 mass market을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변장해서 시장을 돌아다니는 임금처럼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고객들을 끊임없이 만나고 이야기해야한다.

햇볕을 쬐려면 물집 몇개쯤은 참아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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