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구입했는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2004년 경.
기시다 슈가 쓴 게으름뱅이 정신분석이란 책을 구입했다.
yes24 에서 기시다 슈로 검색
게으름뱅이 정신분석 1
게으름뱅이 정신분석 2
성은 환상이다
3권 모두 2005년 이전에 구입했다.
내용도 좋았지만 특히 그의 문체가 마음에 들었다. 게으름뱅이에 대해 조사를 하다가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띄었고, 게으름뱅이들의 정신을 분석한 책인줄 알아서 끌렸다.
머 알고보니 이 책을 쓴 사람이 게으름뱅이고 '게으름뱅이가 해본 정신분석' 이란 내용이였다. 진입 route가 꼬였으면 어떤가. 아무튼 내 맘에 쏙 드는 책이면 된거지. 각 개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 이 세상은 쓰레기같은 책이 가득한건데, 어렸을 적 친구들과도 이제는 자연스러운 대화가 어려워진 나에게 맘에 드는 책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아니, 좀 오바고 쉽지 않은 일이다. 문체가 아주 강력한 편인데, 인정하고 싶든 아니든 이 책에 영향을 많이 받은 편이다.
지난주 일요일 청소를 하면서 게으름뱅이 정신분석 2권을 찾았다. 1권도 1권대로 재미있었는데 2권도 만만치 않다.
3일간 탈퇴했다가 다시 복귀한 미투데이에도 이 책을 읽다가 스크랩해두고 싶은 부분을 인용하기도 한다.
저자는 자신만의 의견을 강력하게 펼치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근거는 없다만 내 입장에서는 상당히 수긍가는 내용이 많이 있었다. 저자에게 이끌렸기 때문에 게으름뱅이 정신분석 2권도 구입하고 기시다 슈라는 이름으로 검색해서 '성은 환상이다' 라는 책을 구입하기까지 했으니.
yes24 에서는 '게으름뱅이 정신분석' 1, 2권 모두 품절이다. 1권은 목차라도 나와있으나 2권은 목차조차 나와있지 않다.
나라도 소개해줘야지.
정신분열병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외설인가
터부 없는 성이 가능한가
일상성과 스캔들
매니아(mania)에 관하여
자녀 교육, 이것이 문제다
어린이의 자살에 관하여
무엇 때문에 부모는 자식을 키우는가
혈연환상
인간의 공격성에 대하여
노여움과 슬픔에 관하여
집단과 광기
일본 근현대사와 극우사상의 허실
미국을 정신분석한다
망년회
유행에 관하여
인류는 왜 말이 필요했을까
번역에 관하여
왜 인간은 동물원을 만들었나
시인이 되다 만 이야기
바쁜 사람과 한가한 사람
심리학 무용론
심리학자의 해설은 왜 시시껄렁한가
일인칭의 심리학
자아구조의 위기
현실과 초현실
융의 원형에 관하여
프로이트와 니체
성격에 관하여
'다테마에'와 '혼네'
의인론의 복권
'인간실격'과 자기혐오의 효용
청년기의 응석과 자아체제의 확립
아쿠타가와의 자살에 관한 정신분석
자기 불확실형 정신병질자 이야기
사고와 언어의 발달
요즘 읽고 있는 부분은 '다테마에'와 '혼네' 이다. 일본어인데, 이를 번역하면 '겉으로 하는 표현과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 이라고 한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세상은 '다테마에'로 움직이고 있다. 부모는 자식을 사랑해야 되고, 자녀는 부모에게 감사해야 된다. 학생은 교사를 존경해야 하며, 교사는 여학생에 대해서 성욕을 갖으면 안 된다. 친구끼리는 서로 돕고, 공무원은 공복으로서 국민을 위해 이바지하고, 신문은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 같은 '다테마에'는 자주 '혼네'와 어긋난다. 이 경우, 다테마에는 기만이며 그런 것은 내팽개치고 혼네대로, 각각의 인간성대로 진실에 충실히 살면 된다고 단언할 정도로 사태는 단순치가 않다. 진실을 말하건대, 부모라고 해서 자식에게 반드시 애정을 가질 수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바보 같은 교사도 우굴우굴한데 그들을 존경하라고 말해 봤자 억지일 뿐이다. 예쁜 여학생을 보면, 교사도 성욕을 자극받는다. 혼네(진심)대로 행동했다가는, 방해가 되는 갓난아기는 죽여서 코인로커에 집어넣게 된다. 이것은 극단적인 사례라고 칠지라도, 인간관계는 어떤 공통된 겉으로 하는 표현(다테마에)를 서로 지키는 것으로 성립되는 부분이 크므로, 다테마에가 무너지면 인간관계도 허물어진다.
마지막으로
어긋난 겉으로 하는 표현(다테마에)과 진심(혼네)를 어떻게 조정하느냐 하는 것이 인생의 큰 문제가 된다. 또, 원칙은 우리가 놓여 있는 사회적 입장에 맞물려 있어서, 우리는 국민으로서, 사원으로서, 남편으로서, 어버이로서 등등 갖가지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기의 다테마에 사이에도 자주 모순이 생기고 그 조정도 문제다.
첫번째 방법은, 어떤 한 다테마에를 단호히 지키며 다른 것은 일체 무시하는 방법이다. 이 방식에 따르면 당사자는 적어도 주관적으로는 모순이 없는 삶을 가질 수 있지만, 한편으로눈 무리가 있다. 고지식해서 인간성에 여유가 없고 도무지 재미있는 데가 없는 말라 비틀어진 인간이 되기 쉽다. (중략) 어쩌다가는 성인이니 위인이니 군신 등으로 떠받들어지기도 한다.
두번째 방법은, 반대로, 다테마에를 버리고 정색하고 나서서 혼네를 좇아 사는 방법이다. 이것은 나쁘게 될 경우에는 범죄자로서 사회에서 베재될 위험이 있지만, 예술 등 어떤 영역에서 재능이 있는 경우는 이것도 어느 정도는 가능한 방법이다. 그러나, 범죄자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아웃사이더로서 소외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 이 부류의 사람은 멀리서 보면 참으로 자유분방하게 행동하여 남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가족등 직접적 접촉을 갖는 사람들에게는 폐스럽기 이만저만이 아닌 존재다.
세번째 방법은 겉으로는 어디까지나 다타마에를 따르고 뒤에 숨어서는 혼네를 만족시키는 방법이다. 위선자가 이에 속한다.
위의 셋이 전형적인 방법인데, 대개의 사람은 그 어느 하나가 아니라 때와 경우에 따라서 여러 방법을 구사해서 그럭저럭 다테마에와 혼네의 모순을 조정해 가는 듯하다. 인간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성인, 어느 정도는 범죄자, 어느 정도는 위선자다.
Comments
4 thoughts shared
서문교
장호형이 민망해 할까봐 비공개 댓글 쓰려고 한 모양이네요 유겸애비님 센스 있군요...나라면 그냥 썼을텐데 ;;
잘 읽었습니다. 한동안 첫번째 방법을 고수하려다가, 결국 다시 '어느 정도 각각'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둘째 마지막에 폐스럽기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점도 심히 공감합니다. 그래도 첫째나 둘째가 꽤 매력은 있는데 말이죠.
래쓰님 못본지 오래된 것 같은데, 다시 뵐날이 빨리 다가오길 고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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