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거나 생각을 함에 있어, 원래의 목적을 상실한 채 Context 를 유지하려는 것에 대해 몇가지 글들을 작성하다보니, 인간관계에서도 Context를 유지하려하는 내 자신이 떠올랐다.
Context 유지 중독이란 말은 글 쓰다가 그냥 만들어낸 말이긴 하지만, 이 말은 Context를 정말 잘 유지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Context를 유지하려고 애를 쓸 뿐이란 이야기다. 이것은 흡연자가 정신건강을 위해 담배를 피운다와 같은 맥락이다. 흡연은 어떠한 목적도 달성해주지 않고 계속 파괴하기만 한다. 흡연에 대한 애착도 환상이고 지금 내가 고민하고 있는 Context 유지도 아무런 득이 없는 그저 환상일 뿐이다. 결국 해로움만 남는 그런 것.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의 Context 들에는
- 말투
- 어조
- 표정
등이 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사람과 하나의 Context가 형성되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따져보면 편견이다. 이유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그 사람과는 인사를 잘 하지 않았다면, 이유도 없이 그 사람과는 잘 인사를 하지 않게 되고, 그 사람을 만나서 항상 실없이 배꼽빠지게 웃는 이야기만 했으면 계속 그것을 유지한다. 그거 그냥 첫인상인가? side effect로 초등학교 때 친구들을 10년만에 만나도 그때와 같은 Context를 보여주는데, 그런 나를 상당히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다. 하하 -_-
아무튼 이렇게 사람별로 Context를 들고 있다보니, 같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점점 더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진다. 10명의 사람들과의 자리인데, 난 10명과 모두 다른 Context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말을 하려면 10개의 Context 간의 일치점을 찾아야 한다. 그러다보면 아무말도 할 수 없다. 화제도 제대로 없을 뿐더러, 목소리의 높낮이부터 시작해서 여러가지를 다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또 하나의 커다란 단점은, 여러가지를 신경쓰면서 아무 말도 액션도 취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에서도 시간은 흘러가고 10명의 사람들은 나라는 사람과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러면 나머지 10명은 나에게 무한한 침묵에 대한 Context 를 형성하게 된다.
지난주에 나와 4박5일간의 일본여행을 즐긴 프모군 -_- 의 경우를 살펴본다. 일본이라는 다른 나라에 갔다. 행인, 점원 그 어느것도 나와의 Context가 없다. 그들이 내 블로그를 아는 것도 아니고 내 미투데이를 아는 것도 아니며 내 싸이 미니홈피를 아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말도 안통한다!! 말 통하는 사람이라곤 프모군 혼자 뿐이고, Context 유지는 1:1로 진행된다. 이 얼마나 편리한가. 인터넷도 안되니 전환할 Context도 없고 우리는 그저 4박5일간 같은(혹은 거의 비슷한) Context만 유지하면 되는 편리함이 있다.
그러나 다시 현실로 돌아와보면 다중 Context Mapping을 해야하는 시간은 돌아오게 마련이다. 나도 그렇지만, 사람이 사람을 볼 때는 일관된 사람이 제일 신뢰감도 있고 편하고 좋다. 그러나.. 사람별로 다른 Context를 유지하게 되면 머지 않아 여러개의 Context를 상대에게 보일 수 밖에 없다. 혹은 엄청난 자기관리로 가식을 만들고 여러명이 share 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들을 생산해야 한다.
먹는 것도 줬다 빼앗는 게 더 안좋은데.. 좋은 Context 줬다가 다시 덜 좋은 Context를 보게 되면 이전보다 더 이상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얼마전 지인이 한 말이 기억난다.
형의 애정은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사라져 -_-
그러면 도대체 왜 내가 사람별로 다른 Context를 만드는가? 글 쓰다보니 정말.. 에너지 소모도 크면서 단점도 많잖아!!!
솔직히 모르겠다. 무엇보다 나만의 Context 가 너무나도 우리 문화에 맞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인정하지 않을거라고 미리 걱정하여 덮어버리고 상대방의 Context 에 맞춰주기 때문인 것 같다. 요새는 안그러려고 노력하긴 하지만, 20년 넘도록 단련된 습관이라 쉽게 파괴되지 않고 가끔 '너무한' 표현으로 나오는 부작용마저 있다.
이 이유는 시작에 대한 것이고, 지금의 문제는 Legacy Context 에 대한 걱정이다. 프로그래밍 Context, 미투 Context, 대인관계 Context 등 끊김이 많아 사람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다 Context가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Context를 그들에게 보여주면?
모르겠다. 답이 안나온다.
내 싸이월드 계정은 4번 만들었고, 미투는 2번 만들었다. 싸이 미니홈피든 미투데이든 첫번째 가입 후 활동에서는 항상 좋다. 그러나 탈퇴를 한 번 하고 재가입을 하게 되면 신뢰가 떨어지고 이유없는 거리감이 생긴다. 저 사람은 언제 떠나갈지 모르는 사람이 되버리기 때문이다.
탈퇴하는 이유는 보통 아주 잘나갈 때이다. 친한 사람들도 많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을 때. 유지해야할 Context가 정말 엄청나게 많다. 그런데 그러한 상황에서 인내심을 갖지 못하고 거절도 못하고 모든 Context를 부정해버리는 Reset 스위치를 누르는 효과를 잠시라도 느껴보고 싶어서 탈퇴를 한다.
그런데 새 Context를 만든다? 왠지 똑같은 짓을 반복하는 기분이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늪으로 스믈~ 스믈~ 들어가고 있다. 그래도 뭔가 개선해보기 위해 당장 답은 안나와도 열심히 블로깅을 하고 있다.
대인관계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게 최우선 과제인 것만 같다.
Comments
5 thoughts shared
정말 글 잘쓰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던 같습니다. 저도 갑자기 몇글자 끍적이고 싶은 충동을 느끼네요.
나중에라도 글을 쓰게 되시면 제게도 꼭 알려주세요. 이 글과 비슷한 주제가 있다면 많이 읽어보고 싶은데, 찾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제가 글을 잘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어떤 문제에 대해 너무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게 좋은 것인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그저 그러고 싶어서일뿐.. 이것도 어떤 방면에서는 자해의 종류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한석균
오랜만입니다. 네셔널그리드에서 잠시뵙고...^^ 잘지내시죠? 돌아댕기다보니 낯익은 아이디의 사이트가 있길래 와봤어요...자주 놀러올께요..좋은하루되세요
어지간히 강한 주관과 자아, 객관을 함께 가지고 있지 않는 한 남들 개개인에게 휩쓸려 Context가 만들어지는 건 당연하다고 봐. 더구나 “강한 주관과 객관”이라니. 말 자체가 어색하잖아? 쉽지 않다고~.
그런고로 맨 마지막 문장은 어찌보면 좀 안맞는 말일 수 있지. “대인관계에 대한 집착을 버리기”에 앞서서 먼저 “대인관계라는 관계는 내가 종속된 어떤 형태나 상황”이 아니라는 선언부터 해야 할 듯 해. 말 그대로 “다른 사람과 이뤄지는 관계”인데, 형은 혼자 복잡하게 “내가 다른 사람을 대하기”와 “남이 나를 대하기”를 구분하는 느낌이야. 사람에 따라 새 Context를 만든다는 말이 그런 느낌을 주는건가? -_-a
으헤, 댓글 내용 허술하다. 지금이다, 어퍼컷! 후다닥.
좀 심해서 그래. 사실 거절도 잘 못하고. 거절을 잘 못해거 관계 자체를 피해버리곤 하거든. 하긴 생각해보니까 대인관계가 부드러웠을 때는 아무 생각없이 그저 물흐르듯 흘러다녔을 때였는데, 항상 뭔가 생각하다가 꼬인단 말이지
저~번에 메신저로 이야기했던 것처럼 말이야 ㅎㅎ 어퍼컷은 피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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