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 프로젝트의 배신과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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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부터 외주하던 그 가로수길 망할 회사는 추석날 당일 새벽에 미팅을 하다 대표가 갑자기 태도를 180도 바꾸며 돌변하고 공동대표라는 멍청한 인간은 미팅 중에 아무말 없이 일어나서 문 쾅 닫고 나가질 않나 아주 생쇼를 했는데 집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대로 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분노하여 런칭을 앞두고 때려치게 되었다. 모든 게 다 순조로워서 이상하다 했었다. 모든 게 다 좋다는 건 사기꾼 아니면 이중인격자였던 거겠지. 최근 2년 동안 이렇게 쉬지 않고 혈압 오르는 일이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마음을 열었었기에 이렇게 분노하는 거겠지. 당분간은 상처가 커서 이 빌어먹을 나라에서는 그 누구도 돕지 않을 것 같다. 대표한테도 나름 지랄하는 장문의 메일을 쓰고 2일 동안 끊임없이 혈압 올리며 쌍욕을 했는데도 분이 풀리기는커녕 화가 더 커지기만 하는 걸 보니 너무 많이 참고 이해하며 일했던 것 같다. 그 빌어먹을 회사는 안 망했으면 좋겠고 어떻게든 런칭해서 뭐가 잘못된 건지도 모른 채로 끊임없이 불지옥을 돌며 고통받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렇게 찌질하게 저주하면서도 회사 이름이나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말하지 않겠다.

이렇게 사람들은 나이와 경험이 들어가면서 점점 나쁜 의미의 보수적이 되어가는 것 같다. 열 가지 속성 중에 한 가지만 문제가 있는 애들을 보며 우와 이거 하나만 고쳐서 써야지- 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내가 그들에게 이렇게 화가 나는 것은 기만당했음을 깨닫는 데서 오는 모멸감이다. 그 분노 포인트를 제외하면 이들의 행동과 태도, 그리고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정황을 곰곰히 시뮬레이션하며 이해해보게 된다. 그러면서 스스로 광범위한 반성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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