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발렌티나 리시차의 연주는 말도 안 되게 훌륭했다. 유튜브나 정규앨범 FLAC으로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Appassionata 3악장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내가 다 힘들었다. 눈물이 좀 났는데 슬퍼서가 아니라 존나 멋있어서 울었다. 코앞에서 이런 개간지 연주를 보고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
함머클라비어 3악장 끝나자마자 갑자기 소리 내서 흐느끼더니 나가버렸다. 잠시 후 돌아와서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났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함머클라비어 3-4악장을 별로 안 좋아해서 괜찮았지만 4악장을 스킵하고... 예정에 없던 월광 소나타를 치기 시작했다. 다들 마스크 끼고 있는 모습이 왠지 슬퍼서 달빛으로 안아주고 싶었다고 전해진다.
분명 스케줄에는 함머클라비어 소나타가 끝이었는데.. 락가수 앵콜처럼 나갔다 들어오면서 계속 하나씩 쳐줬다. 월광 1, 2, 3악장까지 마친 후에는 리스트 헝가리안 랩소디 2번도 치고,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23번도 치고.. 다 내가 좋아하는 곡이라 이게 무슨 개이득인가 싶었다.
빠른 피아노곡 치면 나는 20분만 쳐도 체력 방전으로 잠시 쉬어야 되는데, 리시차는 2시간 30분 동안 마스크를 낀 채로 베토벤 곡에 멘탈이 계속 흔들리면서 헬 난이도 곡들을 완벽히 연주해놓고 문득 울고 오더니 월광 3악장에 헝가리안 랩소디에 그냥 한 번만 쳐도 체력 나갈 것 같은 곡을 연이어서 계속 치는 것이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Appassionata 정말 혼을 빼버리는 연주였다. 악장 사이사이 기침하거나 소리 내는 관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코로나 영향이라고는 하지만 빈 자리 거의 없었는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싶다가도 일단 나도 움직이지 못했으니 남들도 그랬겠거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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