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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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모를 체력저하로 15일 저녁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일찍이라고 해봐야 저녁 9시30분~10시경.

RAM 수면 중 일어났는지 생생한 꿈들을 꿨다.
시계를 보니 02:35 요새 내 정신을 괴롭히는 것들과
꿈 내용들을 생각하다 문득 시계를 보니 03:15.

고작 4-5시간 잔 것이지만, 피로감도 느껴지지 않았고
40분간 머리를 많이 써서 그런지 각성 상태가 높아져
다시 잠드는 것을 포기하고 SQ 책을 90분정도 읽었다.
눈에 건조해지는 것을 느끼고 조금 전 책을 덮었다.

꿈 내용은 여전히 추상적이고 황당한 내용이었지만,
잠에서 깨어 꿈에 대해 드는 기분은 색다른 것이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아주 어렸을 적부터(난 6살 이전을 의식적으로 기억할 수 없다)
꿈꾸고 난 직 후 느껴지는 기분으로 1년에 1-2번 적게는 3-4년에 1번정도의
빈도로 느껴지는 것이다. 꿈에서 깨지 못한 기분이라고 할까.
스스로의 몸과 스스로의 상태를 완전히 다르게 느낀다. 거인이 된 기분.

잠에서 깬 직 후, 꿈 내용에 대해 특별하다고 느꼈던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반복적이고 의식적인 기억 재기록을 통해 몇가지 지금도 기억나는 것들을 적어본다.

꿈 초반, 배경은 우리집 아파트다.
내 방 창문에 친구가 찾아왔다. 난 자고 있었고, 어머니가 발견했다.
그 친구는 평소대로 또라이짓을 했고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
잠을 깨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난다. 3-4층 정도에서 1층으로 자유낙하를 했다.
'쿵' 떨어지는 소리에 대한 기분이 생생하다. 다친 사람은 없었고
공포감은 느껴지지 않았었다.
어떤 필요에 의해서 난 다시 집에 돌아가야만 했다. 우리집은 14층.
엘리베이터가 이상했으므로 난 그것을 이용할 수 없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계단을 이용하면 되었을텐데, 복도를 돌며 비상계단을 사용하여 올라갔다.
올라가는 도중. 마치 콘솔게임에서 길을 잘못들어 다시 되돌아가는 기분-_-을
느꼈었다. (요새 내가 게임을 좀 했지;;)
다시 1층에 도착했을 때, 이 사실을 1층 로비에서 동네 주민
(7살때 날 귀여워해주던 동네 과일가게 아줌마)에게 전달한다.
엘리베이터가 이상하다고. 조심하라고.
그러나 주민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다음 배경은, 현실에서 구경해본 적 없는 곳이다.
패밀리마트 뒷쪽 문으로 들어가 1층에 있는, 어느 중국집이다.
평소에 만날 일이 없는 친구들이 7-8명정도 있었다.
내가 계산을 하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식당에서 뭘 먹고 계산을 하면 손님이 돈을 내야 정상인데
개꿈이라 그런지 내가 돈을 받는 상황이었다. 약 4만원정도.
아저씨가 어이없게 2만7천원만 주고, 1만3천원에 상당하는 어이없는 불량식품을 줬다.
평소 내 성격이라면 부당함을 인지하면서도 claim 걸지 못하는 선천적 성격으로
넘어갔어야 정상인데, 이것은 부당하다. 현금으로 달라. 강하게 요구했고
아저씨는 쌩깠다. 계속 졸라대다가 그럼 1만원만 달라고 하자.
아저씨가 마지못해 수긍했다. 꿈속에서, 평소 협상을 못하던 내 성격이 싫었는지
1만원을 받아낸 것에 대해 흐뭇한 기분을 느꼈었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방을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현실에서 15일 저녁, 퇴근길에 지갑을 두고와서 사무실로 돌아갔었는데
이것이 반영된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다시 그 중국집(왜 중국집으로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술집이였던거
같기도 한데, 취한 기분 혹은 알콜과 관련된 정서상태는 하나도 없었다.)으로
돌아간다.
여기서 다시 길을 헤맨다. 마치 아까 엘리베이터가 고장나서 14층까지 올라가려는데
자꾸 헤매이는 기분. 아주 동일했다. 헤매여서 불안했다기보단,
새로운 모험을 받아들이는 기분으로 '탐색'했다. (역시 게임을 많이 했어-_-)
삽질에 삽질을 반복하다, 다시 그 상점으로 돌아가기 위한 핵심포인트를 알았다.
저 문으로 나가서, 저리 돌아가면 된다 (공간적으로 지금도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 문으로 나갔다 (이거 읽는 사람 좀 어이없겠다-.-)
난 그 건물에 들어올 때 분명 그 문으로 들어왔는데, 나와보니 상황이 달랐다.
공사중이다. 심하게 공사중이다. 구조물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유해물질들이 바닥에 널려있었다.
인부들은 모두 마스크와 두터운 비닐 작업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문으로부터 유해물질 지역이 끝나는 곳이 보인다. 60m 정도의 거리다.
난 숨을 멈추고, 바닥을 조심조심 살피며 빠져나간다.
여기를 빠져나가는 과정이, 대단히 긴장되었었다. 조그마한 실수만 해도
생명을 잃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아까 엘리베이터 자유낙하와는 비교되지않는
대단히 큰 공포와 긴장감이었다.

거의 의식을 잃을뻔했지만, 출구에 다다랐고 극도의 안도감을 느꼈다.
그리고 잠은 깼다.
유해물질 지역때문이었는지, 내겐 악몽으로 느껴졌다.

요새 체력이 좋지 않다.
게다가 다니던 회사는
순식간에 식어버린 애사심으로 인해 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잃어버렸다.
정서적으로 마음이 돌아서서 책임감을 찾을 생각도 없어졌다.
이 사실을 내 직속 위 상관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내가 누구랑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며
공감대 형성 0. 더욱더 차갑게 식어버렸다.

이 회사. 연봉도 적었지만, 다니는 1년동안
현재 연봉보다 훨씬 높은 외부 offer 들도 다 거절했다.
무지에 의한 것일 확률이 높겠지만, 돈은 날 움직이는 factor가 되지 못하는것 같다.
뭔가 핵심적인 것들이 빠져있긴 하지만, 둘러보거나 다녀봤던 회사들에 비해
정말 일하기 좋은 회사다. 그런데도 싫더라.
다른 offer들, 고민도 들지 않고 거절한다.

다른 회사에 가면 뭐가 바뀔까? 결코 그렇지 않을것이다.
그래봐야 회사 8군데 정도 경험해보고 성급히 내린 결론이지만,
회사가 좋아도 본인이 좋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면 어려운 것 같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나를 바꾸지 않는한 난 대한민국 IT회사에 안정적으로 종사하기 어려울것 같다.
쩝 여기는 정말 오래다녀보려고 팀원들 책임도 지고, 방어도 해주고
부적절한 요구사항 다 치고, pay와 상관없이 열심히 일한다고 했는데
주인의식 지속시간 1년을 못넘기는구나.

아니, 2005/11/14 입사했으니 1년 채웠다 -_-

자꾸 내 자신을 바꾸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무의식적으로 고집을 부리며 지키는 부분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무의식이다. 의식적으로는 스스로에게 불만이 많다.
요새 느끼는 것은
이런 내 습관이 내 정체성을 점점 더 잃어버리게 하는 것만 같다.
장점은, 나 자신을 바꾸려고 새로운 정보를 얻는 과정에서
나 아닌 다른 세상을

Comments

6 thoughts shared

01
R

rath

출근길 엘리베이터 및 공사판 근처에서. 아무일도 없었다 -_- 휴우우우

02
R

rath

사장님과 이야기하고 풀 것 풀어서 주인의식 30% 회복되었다. 부디 오래가길

03

스카리

저랑 비슷한 생각, 비슷한 고민이 보이는 포스트가 연속 2개!

04
R

rath

만나서 재미난 대화하고 싶어지네요, 스윽하리님 보고시퍼요! 꺅! ㅎㅎ

05
X

xhoto

난 사장님과 이야기할 기회도 없겠지만 --; 주인의식이 생기기가 참 힘들지 --;;; 날잡아 -_- 겨울 다 간다...

06
R

rath

-_-; 그래서 난 작은 회사가 좋단말이지.. 흐흐 곧 날 잡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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