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xt Switching <- 요새 자주 생각하는 거다.
내 머리 속의 휘발성 스택은 끽해야 2-3개의 엘리먼트밖에 들어갈 수 없어서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신나게 물 흐르듯 뻗어나가지만, 결국 말도 안되는 것 밖에 없다. 가끔 논리적으로 정리를 하다보면 깜짝 놀랜다. 이런 개 그지 발싸기 같은 -_-
일단 난 Context Switching 오버헤드를 대단히 싫어한다. 욕심은 많아서 하고 싶은 게 항상 쌓여있다. 물론 H.P. 와 M.P. 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다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무튼 하고 싶은거다. 그렇기 때문에 좀 이따가 곧 할 일과 마지막으로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날 싫어할까봐 무서워서 하는 일 등이 마구 섞인 상태로 있다.
그러다보니 모든 종류의 인터럽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인터럽트의 종류를 살펴보자.
인사하기 인사를 하기 위해 목소리 톤을 조정해야 하고 그 사람과 eye contact을 해야 하며 내 표정도 바꿔야 한다. 어설픈 가식은 유해하므로 건성으로 하지 않고 감정을 실어서 정말 반가운 느낌을 스스로 주입시키는 등의 여러가지 일을 해야하며, 가끔은 눈인사과 '안녕하세요' 의 단조로운 패턴을 상대방이 인식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가벼운 화제거리도 머리속에 준비된 상태여야 한다. 그렇다. 인사는 인터럽트다.
메신저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상대방에게 말을 걸고 대답이 없으면 토라진다. 이것은 대단히 자기중심적인 사고이다. 서론이 길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요약하면, 일단 말을 걸어왔으면 성심성의껏 대답을 해야한다는 강박증이 몰려온다. 게다가 성심성의껏 대답을 하면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나에게 중간이란건 없으니. 결국 메신저 창을 띄워놓고 '적절한 대답'을 생각하다가 이전 context으로 복귀하고 몇시간이 지나도 reply 를 안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엉켜있는데, 메신저 친구목록의 트리에서 어떤 사람이 보이는 순간 그 사람과의 관계 및 그 사람에 대한 문맥이 저절로 떠오르기 때문에 친구목록이 내 주의력조차 빼앗는다. 안쓰는 게 제일 좋은 거 같은데, 그러자니 정말 필요한 말도 못받는 거다. 중요한 것은 Flow에 빠지지 않는 한 인터럽트에 걸린다는 거다.
다른 중요한 일들 설명이 필요없을 것만 같다.
Context를 유지하려는 습관은 웹서핑 클릭 행태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어떤 웹페이지를 보면, 결코 링크를 여는 일이 없다. 링크를 열면 이전 페이지의 문백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덕분에 새로운 정보를 얻기 어려운 행동형태가 학습된다.
그런 의미에서 인터넷에 연결되어있고 터미널을 쓸 수 있는 환경이 항상 내 주위에 존재함은 내가 그토록 원하던 것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공격하는 녀석이 되버린 것이다.
지난주 4박 5일간의 오사카 여행을 다녀왔다. 인터넷과 단절되어 있었고, 난 자유로움을 느꼈다. 유지할 Context 가 없어진 것이다.
Context 유지 중독에 빠져있는 사람은 사실 더이상 유지할 Context 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Context를 제거 대상으로 보는 안좋은 습관이 생긴다. 혹은 날 물리적으로 간섭할 수 있는 위치에서 Context switching 을 강요하면 switching을 의지로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이전 Context를 자동으로 잃어버리고 새로운 Context가 들어서기 때문에 간단히 바뀐다.
예를 들어, 메신저로 '시간 되세요?' 라고 친절하게 물어볼 경우 거절할 확률이 높지만, 오프라인이 되어 내 감각을 많이 가져가면 갈수록 난 의지력과 상관없이 이전 문맥을 잃어버린다. 이런 나같은 사람이 일을 미루게 되면.. 그 일을 할 확률은 로또에 가깝다 -_-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면 내 이전 Context 는 완전히 사라지고 새 Context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물론 유지할 Context가 없다면 사람 만나는 것을 상당히 좋아한다. 이것은 내 패턴 중 하나인 '친구와 술 먹고 헤어진 후, 다른 친구를 만나 또 술 먹는 것' 으로 증명될 수 있다.
사람을 만나면 나에게 말을 많이 걸지 않는한 새로운 Context를 잘 받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충 한 10시간.. (술이 들어가면 그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_-) 정도의 Ice breaking 이 성공하게 되면 새로운 Context를 들이게 된다.
그런식으로 한창 대인관계용 Context가 활성화 된 상태에서 그 사람(혹은 그 사람들)과 헤어진다. 헤어졌지만 대인관계용 Context는 여전히 살아있다. 그래서 평소에 보고 싶었지만 죄다 쌩까고 있던 사람들에게 전화를 하기 시작한다. 수다도 떨고..
그런데, 그 인간관계라는 게 Context switching 되버리면 정내미가 확 떨어지는 그런 것이지 않는가.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_-) 그래서 아예 인간관계를 유지하지 않는 그런 무식한 방법을 도입한다.
해결용 댓글을 환영한다. 여기서 더 깊게 생각하면 배가 에베레스트로 갈 것 같아서 이쯤에서 줄이고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계속 해본다.
Comments
4 thoughts shared
@hey, 저도 이메일을 좋아해요. 30줄 정도 쓰는데 1시간 정도 걸리는 게 단점이긴 한데.. 10번 넘게 검토하면서 다시 정리하거든요. 그런데 가끔은 그렇게 메일 보내면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 대충 쓰려고 노력하기도 했었습니다.
- 숨김 탭으로 열면 링크를 누르고자하는 욕망이, 나중에 그 탭을 읽을 때 보존되지 않아서.. 계속 장기간 방치하다가 버리는 패턴도 있었어요.
그나저나 피드백 주셔서 감사합니다 ^^
Continue Reading
Discover more thoughts and insights
두꺼운 도서 목록
Books iRead 읽은 책 목록에 '쇼펜하우어 문장론'을 집어 넣고 있었다. 책을 읽고 포스트한 게 작년 5월이고,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사상이 바뀌었으니 다시 읽을만한 가치가 있으므로 잠시 침대에 누워
OS 밀기와 재설정 작업
본의 아니게 데스크탑의 윈도우즈를 날려먹었습니다. 윈도우 부분이 날라갈것을 충분히 각오하고, 중요한 자료들만을 모으고 모아서 (Outlook 메일보관함 파일, My Documents 압축, 공인인증서, 즐겨찾기,
크리스마스 불꽃놀이
30연발 30개로 하늘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Comments 이승훈 http://intsix.com 2007-12-26T05:26:37.000Z 그림도 못그리면서 그림은 왜 그렸어!!! 아웃룩에 RSS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