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용하기를 참 좋아한다. 쇼펜하우어는 그의 저서 문장론에서 잘못된 인용에 대해 '존경받아 마땅한 한 사람의 인격을 한꺼번에 짓이기려는 범죄이다' 라고 썼다.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 얻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글을 쓰는 것은 말하기에 비해 즉시성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아무튼 메시지 전달을 위한 것이고, 권위에 의존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메시지를 쉽게 전달할 수 있기에 나는 용기있게 인용한다. 음, 용기는 아니다. 용기는 두려움을 견디고 하는 거다. 난 개념 수술을 받은 사람이라 두려움이 없다. (외과수술은 아닙니다.)
인용을 하면 자신의 못난 문장력과 흔해빠진 삶의 경험을 쉽게 보충할 수 있다. 권위에 호소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보통 그 길이가 짧고 글의 문맥과 아무 상관 없는 글이기 때문에 독자들로 하여금 해석 비용을 현저하게 떨어뜨려 뇌내 의미 덩어리를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보너스도 얻을 수 있다. 뭐.. 저승에 있는 쇼펜하우어한테 욕을 먹을지언정.
이런 저런 이유를 나열했으나 내가 정말로 인용을 즐기는 이유는 따로 있다. 제목과 표지가 자신의 이미지를 더 간지나게 만드는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지를 꺼리는 자들을 구하기 위해서이다. 이들은 소속 집단에서의 부드러운 대화를 위한 화제꺼리로 책을 읽는 사람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사회적인 행동으로 결코 나쁜 행동은 아니다. 버려지는 가치가 아깝다는 것 뿐이다.
언젠가 읽었던 완전 호감 기술이란 책이 있다. 일단 제목이 좀 남사시럽다. 링크를 클릭하여 책 표지를 봤다면 더욱 더 그럴 것이다. 호감이란 것 때문인지 표지는 뻘건 색이고 떡-하니 아가씨 한분도 그려있다.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을 때 친구가 이런 책을 보고 썩소를 날리며 '이건 뭐야? ㄱ-' 했을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뭐라고 쓰든 분명 누군가 속으로 '그런데 rath님은 그 책 왜 사셨어요? 키득키득' 하는 사람도 당연히 있을테고. 당신이 진정 용자라면 양질의 내용이 가득한 실용연애전서나 리크스없이 바람 피우기를 지하철에서 서서 볼 수 있어야 된다. 물론 나는 그러지 않는다.
요는 터부시 된 것들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모조리 버리면 안된다는 것이다. 완전 호감 기술의 '공감' 섹션에는 심리학자 칼 로저스가 창시한 내담자중심요법(client-centered therapy)이란 게 소개된다. '치료자가 공감해 줄수록 환자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커다란 행동 변화가 일어난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여기서 치료자와 환자를 생업에 관계된 다른 것으로 치환해보자. 프로그래머가 고객의 요구사항을 분석할 때 꼭 필요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까대고 싶은 책이 있다면 그냥 버린다. 까대고 싶긴하지만.. 내가 이 세상 얼마나 살아봤다고 그럴 수 있나. 이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므로 내게 똥만큼의 가치도 없는 책이라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큰 가치가 있을 수 있다. 괜히 그 책 까대서 소중한 정보 덩어리를 쓰레기로 전락시키느니 마음에 드는 책 찾아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배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칭찬은 비판보다 쉽다.
그들을 구제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인용을 한다. 쇼펜하우어에게 죄의식을 덜 느끼고 싶을 때는 하이퍼링크를 쓰고.
연금술사 82p, 산티아고와 영국인과의 대화.
Santiago: "Why do they make things so complicated?"
Englishman: "So that those who have the responsibility for understanding can understand, Imagine if everyone went around transforming lead into gold. Gold would lose its va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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