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만든 프로그램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기 시작했다.
제작년에 만들었던 Android 용 MSN 클론 때문이다. public release 는 대단히 고통스럽고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일이다. Total Installation 수는 360만정도였고, Active Installation 수는 내가 이 프로젝트를 버린지 1년이 넘었기도 하고 Microsoft 가 '왜 앱이름에 MSN이 있니? 마켓에서 내려라' 해서 Market 에서 사라지고 이름을 바꿔 새로 올렸기 때문에 지금은 50만대 밖에 안된다. 50만대밖에라는 표현을 하긴 했지만, 혼자 감당하기에는 큰 숫자다. 배포 한 번 할 때마다 가슴 졸이며 받았던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했고 사용자 피드백도 많았다. 부정적인 피드백은 그 순간의 내 에너지를 빼앗아가고, 긍정적인 피드백은 당장은 기분이 좋지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내 미래 에너지를 빼앗아간다. 어찌됐든 내 에너지가 소모된다.
나는 너무 지쳤고, 업데이트 시마다 받는 관심 리젠을 받지 않기 위해 업데이트를 1년째 안하고 있다. 성공했다. 제품이 만들어내는 수익은 1/10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나는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경에 만든 버스앱이 있다. 2월 중순에 집을 이사했고, 여기는 지하철역과 15분이나 떨어져있지만 버스정류장과는 1분 거리기 때문에 버스앱이 필요했다. 런던에는 Transport for London 이란 사이트에서 각 버스정류소의 지리적 위치, 실시간 버스 도착 시간 등을 제공한다. 1-2주 정도의 시간을 들여 만들었고 쓸만한 수준이다. 이렇게 1달 정도를 쓰다보니 Google Maps 타일 이미지 때문에 3G 트래픽이 많아진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OpenStreenMap 과 Mapnik 을 이용하여 런던 전체 지도를 렌더링하여 SD 카드에 넣었다. 줌레벨 14~18 PNG 타일을 다 넣었지만 670MB 정도면 되고 앱 반응속도도 빨라져서 좋다. 이렇게 또 1달 정도를 썼다. 아직 불만이 없다. 며칠전에 버스로 30분을 이동해야하는 헬스장을 끊었으니 조만간 앱도 개선이 될 듯 하다.
우리집 인터넷은 무지막지하게 느리다. 아내가 유튜브로 드라마를 보기만 해도 업무에 지장이 올 정도다. 그런데 내가 즐겨듣는 몇몇 음악은 유튜브에서만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유튜브 다운로더를 만들었다. 나는 커멘드라인 중독자라 CLI로 만들었다. 다운로드 후 오디오만 ffmpeg 으로 뽑아서 Apple Script 으로 iTunes 'YouTube' 플레이리스트에 넣는다. 개발에 걸리는 시간은 수시간이였고, 여태까지 아무런 불만도 없었다. 이거 릴리즈한다고 생각해봐라. 일단 YouTube 컨텐트를 다운로드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사람들이 다 Mac 을 쓰는 것도 아니고, Mac 사용자라 하더라도 iTunes 을 메인으로 쓸지 안쓸지 모른다. 그들의 플레이리스트 이름이 과연 'YouTube' 일까? 게다가 ffmpeg 바이너리도 재배포해야한다. 내 ffmpeg 은 --enable-gpl 에 --enable-nonfree 다. ffmpeg 바이너리 재배포만 해도 불법이다. Mac 쓰는 사용자중에 몇명이나 Terminal.app 을 항상 띄워둘까?
Michael T. Nygard의 Release it: Design and Deploy Production-Ready Software도 읽어보았지만 내겐 효과가 없었다. 아니 역효과만 났다. 책 제목만 보고 '릴리즈 못하는 병이 없어질지도 몰라' 했지만 Production Ready 의 눈높이만 올려줘서 릴리즈 안하는 이유를 더 잘 만들어 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내 릴리즈 기준을 충족하는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 릴리즈하려면 훌륭한 엔지니어(디자이너 포함)가 적어도 4명은 필요한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내 밑에 사람을 두는 것을 끔찍히도 싫어하고, 협동을 하는데 꼭 필요한 희생의 미덕이 부족하다. 갈 길이 멀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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