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그만두고 스타트업 한 지 1년 됐다. 이 회사에서 일 년에 2,000 커밋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간간히 외주도 하며 잘 지내고 있는 이유는 회사에 개발자가 없어서다. 큰 회사는 사소한 일도 누가 책임지냐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이슈로 뒤덮여 있다. 개발자가 혼자면 어차피 다 내가 책임지는 거라서 이슈 없다.
동료들은 IT 경험이 전혀 없어서인지 인해전술에 능하다. 백오피스 툴을 대충 만들어줘도 그거 가지고 집을 짓는 무시무시한 사람들이다. 어느 테이블은 데이터가 10만 개쯤 있어서 어라 내가 이걸 크롤 했었나? 했는데 직원들이 수기로 넣은 거였다. 자동화할 만한 게 있으면 제발 좀 말해달라고 해도 뭐가 자동화 가능한 건지 몰라서 일단 급한 대로 넣었다는 식이다.
나는 성질이 더러워 툭하면 그만두기 쉽상인데 여기 사람들은 아티스트들이나 아이돌을 대하고 영상 촬영 제작 백그라운드 사람들이라 그런지 눈치가 백단이다. 내가 화나기도 전에 화날 것을 미리 감지하여 말을 알아서 돌려주고 상황이 부드럽게 넘어가도록 핸들링하는 능력이 대단하다. 내 요구를 다 받아주지 않으면서도 불만이 쌓이지 않게 한다. 그런데 이건 내 직위가 높아서고 직위 낮은 분들이면 알아듣고도 모르는 척하는 20세기 서열문화가 시작된다. 내 취향은 아니라 못 보겠어서 출근은 잘 안 한다.
1년쯤 다니고 보니 그동안 대표가 지출한 인건비도 안쓰럽고, 그간 써갈긴 여러 언어들의 코드 때문에 그만두지도 못하겠다. 최근 끝난 대기업 외주 인수인계를 하면서 느끼는 건 연차 좀 넉넉한 성실한 개발자들도 코드를 잘 읽지 못한다는 거다. 줌으로 12시간째 코드를 읽어주고 있는데 속도가 너무 느리다. 그분 역량 부족이 아니라 내가 코드에 도메인 지식 여러 개를 분별없이 녹였기 때문인데, 요청에 따라 코드보다 주석을 더 많이 써줬으나 코드 대신 국문을 본다고 없던 도메인 지식이 갑자기 흡수될 리는 없다.
단락 4개 정도를 쓰면 집중력이 떨어지는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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