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 학습법과 아드레날린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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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무의식적으로 쓰던 학습 방법이 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전쟁터로 나가는 거다. 당연히 호되게 당한다. 그렇게 두드려 맞고 나면 호르몬의 도움을 받아 별다른 계획이나 의지력을 쓰지 않아도 내 생존을 위해 공부가 즐겁게 된다.

이 방식은 많은 부작용이 있는데 일단 거시적 안목을 잃는 것이다. 수류탄 잘못 만져서 손가락을 3주 정도 못 쓰게 됐다면 그 이후 수류탄 핸들링에 너무 많은 주의력을 쏟게 된다. 호르몬이 반응하지 않는 다른 중요한 사항들을 경시하게 되는 거다. 편협 편견 편편편이 된다.

위험을 생산성으로 변이시키는 패턴에 익숙해지면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안전한 방법이 널려 있는 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 가장 위험한 방식을 주도적으로 선택하게 된다. 가짜 위험은 호르몬 분비가 안 되므로 정말로 위험한 것을 고르게 된다. 위험할수록 성능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당사자는 위험을 수도 없이 겪었기 때문에 사고가 나도 타격을 입기는커녕 더 기뻐하지만, 함께 일하는 멀쩡한 사람들은 완전히 박살 난다.

평화는 곧 동력의 상실이기 때문에 위험이 없다면 본인이 스스로 나서서 위험을 만들게 된다. 예측과 계획은 위험 요소를 줄이므로 예측 가능한 모든 것들을 하나둘씩 없애버린다. 호르몬 수준에서의 정신 조작은 아주 교묘하게 일어나므로 도인 수준의 메타인지가 없다면 벗어날 수가 없다.

여러분 아드레날린 중독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경쟁사회에 편입하지 마시고 방구석에서 편하게 넷플릭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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