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념과 다르게 건강도 벼락치기가 되는 것 같다. 두 달쯤 누워서만 지내다 안 되겠다 싶어 한의원에 다녀왔는데 하필이면 그날이 엄청 추운 날이여서 감기에 걸렸다. 몸이 약하면 가벼운 감기로도 사람이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겠다는 생각이 드니 담배 끊는 게 너무 쉬웠다. 금단 증상이 전혀 없었다.
힘들지만 헬스장을 꾸역꾸역 갔다. 8년 전에는 6.5km/h로 걷고 있으면 심박수가 125 정도였는데 첫날 맥박이 150이었다. 80kg 들고 스쿼트 해야 나오는 심박수였는데 저건. 심장의 힘이 약해진 것이 분명하다. 일단 심장 부담을 올리는 ADHD 약인 콘서타와 카페인 복용을 멈췄다. 손발이 차가운 증상이 수일 내로 없어졌다. 하지만 휴식기 심박수는 여전히 높다. 누워 있어도 85가 넘었다.
심장에 나쁜 짓은 거의 다 끊었으니 이제 좋은 짓을 해야 한다. 문득 최근 혈당을 체크하며 경험한 것이 생각났다. 콕 찔렀는데 피가 넘 안 나와서 으아악 소리 나게 찔러야 했던 경험이다. 아니 혹시 피가 부족해서 심장이 뺑이 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누워만 있느라 제대로 뭘 챙겨먹은 기억이 없었다. 온갖 건강 서적들을 빠르게 몇 권 읽었다. 평소 심박수가 높아서 좋은 게 있다면 별다른 동기나 대의가 없어도 머리 쓰는 게 참 쉽다.
일단 철분과 마그네슘 보충이 필요해 보였다. 생굴 150g을 3일에 한 번씩 데쳐 먹고, 시금치와 브로콜리도 데쳐 먹고 견과류도 챙겨 먹는다. 일주일 정도 건강하게 쳐먹으니 심박수가 빠르게 안정됐다. 이제 6.5km/h로 걸으면 심박수 132 정도이고, 운동 직후 심박수 회복에 드는 시간도 짧아졌다. 누워서 복부 마사지 할 때 막힌 부분이 거의 없어졌고 식사 후 느끼는 복부팽만감도 거의 없다. 체중이 1.5kg 정도 늘었다. 갑자기 너무 잘 챙겨 먹고 운동은 덜 해서 그런 듯하다.
수면의 질을 올리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집먼지 진드기 알레르기가 있기 때문에 침구를 거의 다 분해하여 자외선 살균기와 침구청소기로 구석구석 청소했다. 엄청난 먼지가 있었다. 2-3시간 풀파워로 청소해야 해서 콘서타 먹고 했다. 이제 누워도 호흡이 불편하지 않고, 대낮에 잠깐 누워도 심박수가 70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여전히 자고 일어났을 때 잘 잤다는 느낌이 안 든다.
공기질을 챙기기 시작했다. VOC, 이산화탄소, PM2.5 체크해주는 기계를 샀다. 자다가도 이산화탄소가 1200ppm이 넘으면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했다. 미세먼지 이슈도 있지만 환기 직후 공기청정기를 터보로 5분만 돌리면 정상으로 돌아오니 별 상관없었다. 미세먼지보다도.. 새벽 3시 영하 8도에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하는 게 문제였는데 전기장판 세게 틀고 이불 속에 숨는 걸로 해결봤다.
그래서 환기는 잘 되는데.. 오염물질이 왜 생기는지 확인해야 했다. 날숨으로 이산화탄소가 늘어난다면 조금씩 꾸준히 올라야 되는데 그래프를 확인해보면 갑자기 어느 순간 확 튀는 것이다. 며칠 연구해본 결과 방귀가 문제였다. 방귀를 뀌면 VOC가 0.4ppm 정도 확 올라간다. 이상한 음식을 먹고 장 상태가 이상한 상태에서 방귀를 뀌면 1.0ppm이 올라가기도 한다. 아무튼 방귀를 뀌면 공기질이 즉시 나빠지고, 수분 내로 내가 잠이 깬다. 내 방귀에 내가 잠이 깨다니 분했다. 식이요법에 조금 더 신경을 쓰니 밤에 방귀로 인한 공기오염이 덜 해지는 것을 확인했다. 신기했던 점은 방귀 냄새는 5초도 안 느껴지는데, 방귀로 인해 오염된 공기는 몇 시간이 넘도록 유지되는 것이었다. 누가 사무실에서 방귀 뀌면 냄새가 안 나더라도 환기를 해주시라.
마지막으로 코골이를 검사했다. SnoreLab 기준 38점으로 시작했다. 안 좋은 점수다. 예민 대마왕이라 양압기는 어렵다는 걸 잘 안다. 인터넷을 열심히 찾아보다가 기도 주변 근육이 약한 게 문제인 경우도 있다는 찌라시를 발견했다. 관악기를 시작할까... 10분 정도 고민하다가 빠르게 접었다. 아쉬운 대로 노래 부르기를 했다. 목을 괴롭히는 찌질 감성의 90년대 한국 발라드들이 효과가 좋은 것 같다. 이웃의 평안을 위해 목소리를 크게 하기보다는 길게 끌어서 목 근육을 긴장시키는 방법을 쓰고 있다. 임창정의 소주 한 잔 같은 거 좋다. 변인통제는 안 됐지만 25점 정도로 내려왔다. 12점까지 낮추는 걸 목표로 해봐야겠다.
결론은 아직 없다. 기력이 회복되어 안 좋은 점이 있다면, 그간 힘이 없어 그냥저냥 넘어갔던 일들에 대해 다시 까칠해진다는 점이다. 나는 내가 인성이 좋아진 줄 알았는데 그저 화낼 힘이 없어서 그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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