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개발인생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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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프리랜서 프로젝트의 종지부를 찍었다. 자바 기반의 P2P 메신져 프로젝트인데, 예쁘게 꾸미거나 노가다는 피하고 네트워크 프레임워크를 설계하고 몇가지 코어 클래스들을 만들고 통합하고 자동업데이트며, 내부아이피 firewall에 있는 사용자들간의 고려하는 것들, 그정도만 기억에 남는다. 검수도 끝났고 잔금도 받았다. 그저께는 회식도 끝냈고 이것저것 밤새도록 이야기도 나누었다. 팀원중 한 분이 3-4년전의 나를 알고 있었다.

99년말 사이버이메지네이션에 입사하면서 내 개발에 대한 열정은 물이 오르고 불이 붙었다. 00년 01년을 지나며 여러가지 국내 자바 커뮤니티들을 휩쓸;;며 자바 전반적인 분야에 대한 답변이란 답변은 다 하고 다니고, 그 언젠가 집에서 밤을 새다가 심심해서 자바누리에 가서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 50개를 모두 답변한 기억도 있다. 그때는 나우누리 자바동 운영진이였고 애착이 깊었기때문에, 질문/답변 게시판 에 단 하나라도 미해결된 문제가 있으면 참지 못하고 어떻게든 공부를 해서라도 답변 을 해주었다.

그때는 그것이 즐거웠고 명예가 되기도 했으며, 내가 남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무한한 기쁨을 느꼈다. 그게 내 팔자였나보다. 생각해보면 사이버-i에 근무할때는 지금은 상상도 하지 못할 쥐옆구리만한 연봉을 받으면서도 내 자신과 회사 사장님, 실장님, 동료분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신나게 일했다. 만2년 다니면서 연봉이 2배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 액수는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다만 그때는 만족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대중과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허무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프로그래밍에 관련되어 질문을 하는 자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질문하는 방법도 모르고, 답변을 해줘도 고마워하지 않는다. 자바 프로그래머가 많아지면서, 마치 요새 네이버 지식인의 답변자들처럼 틀린 지식을 우기는 사람들도 많고, 답변을 해줘도 뭔소린지 못알아먹고 대화도 안통한다. 그래서 커뮤니티 활동은 끝났다. 앞으로도 계획없다.

마음에 드는 커뮤니티를 찾기 전까지는 적어도 그렇다.

회사생활, 회사는 자고로 직원들의 개성은 지켜주되 어찌되었던 기업의 이윤을 위해 모두가 한 목표지점을 가지고 도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떤 직원들을 보면, 회사를 학원으로 착각한다. 졸라 논다. 컴퓨터 앞에 앉아있지만 실제로 일이 진행되는 것은 없어보인다. 어떤 몰지각한 사람들은 남의 업무를 자신이 가로챈다. 더 심한 사람들은 자존심만 강해서 더 좋은게 있어도 자신이 만든것만을 고집한다.

그들은 사실 언제나 존재했다. 단지 시간이 지나고 내가 성장하면서 그것들을 감식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버린것이다. 모르는게 약이다. 아무튼 알아버렸다. 더이상 난 그런 환경에서 열정적으로 일할리 없다. 그 회사와는 끝났다.

회사를 옮겼다. 전 회사와는 달리 개발팀원들의 마인드는 내 기대이상이였다. 물론 실력도 장난아니다.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 회사는 자바를 조금도 사용하지 않는다. 난 마인드와 프로그래밍 자체를 좋아하지 사실 자바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저 익숙 할뿐. 그래서 신나게 c도 하고 python도 하고 RFC랑 IETF 드래프트 문서보면서 개발 하는 신나는 세계에 들어왔다. 게다가 일도 많지 않다. 이 회사 다니면서 개인 프로 젝트 많이 했다. JMSN도 그때 만들었고 소리바다 자바 Clone도 만들고 jdk 1.3, 1.4 API Document 한글화도 했다. 시간이 지나고 1년정도 되니 직원들은 어느새 불만에 가득차 있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싫어하면 회사가 나쁜걸꺼야"

프리랜서를 활발하게 시작했다. 02~03년도 내 수입은 대기업 과장 뺨을 후갈겼었다. 한달에 천만원이 들어온적도 있었다. 슬슬 돈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꼬였다.

내가 A라는 곳에서 일을 해주고 N만큼의 돈을 받았다. 친절/봉사/서비스가 아닌 N만큼의 돈과 Q만큼의 제품과 '교환'한 것이다. 일을 함에 있어서 즐거움은 없다. 그리고 우연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프리랜서를 할때마다 해당 프로젝트의 오너인 진행자들은 나만큼도 프로젝트에 관심이 없다. 당연히 함께 일하기 힘들다. 짜증난다. 프로젝트는 지연되고 정상적으로 될리가 없다. 질질 끌린다. 돈도 좀 벌었고, 프리랜서 하기 싫으니 일도 안한다. 여태까지 못만난 친구들 다 만나고 술 오지게 먹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창업을 했다. 모두가 무경력에 신입인거다. 그들은 때묻지 않았다. 직원생활 조발 해왔으니 걔네 의식구조도 제어하기 쉽다. 정말 마인드가 중요하지 실력은 가르켜주고 신발만 신겨주면, 알아서 잘들 뛴다. 그래도 나 돈 없다. 프리랜서 프로젝 들어온 족족 잠시 유혹에 넘어가서 받았다가 지인들에게 toss 한다.

그러다 마지막 프리프로젝트가 끝났다. 더이상 프리랜서 프로젝트 안할련다. 사업은 이미 벌려놨고 거의 1년이 되어가면서 동료들과 호흡도 맞고 기대가 있다. 그러나 프리랜서도 안하고 직장도 안다니면 돈 들어올 곳이 없다. 사업쪽은 엄연히 사업이다. 이곳은 결코 나에게 돈이 목적이 되는 '더러운' 곳이 되게 할 수 없다. 재미나고 열심히 일하다보면 돈은 언제나 따라왔었다. 그 상태로 돌아가야한다. 그래서 어제는 Y모 사에 면접을 시작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대기업을 매우 싫어 했으나 겪어보니, 조그마한 회사는 대부분 내가 상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결정적으로 힘을 들일 가치가 없다. Y모 사는 자바도 안쓰고 필요 기술이 내 메이져가 아니라 입사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뭐 안되면 다른 회사 또 찾으면 된다.

계속 진행중이다. 최소 앞으로 5년동안은 내 가치관도 이처럼 계속 바뀌겠지.

Comments

9 thoughts shared

01
P

pistos

내가 힘만 좀 있음 데려오구 싶은데... 움..

02
Y

yah

야후???

03
R

rath

몰라요 -ㅇ-

04
J

jk

비슷한 느낌을 받은거 같네요저도여.. 프로그램 조아서 열심히 프로젝트 했는데 나중에 돌아 보니까.. 인생에 별반 도움 안되더라.. 세상이 변했다 등등.. 많은 부분 동감 합니다. 힘네세요~

05

부비컴

많이 배웁니다. (__)

06
R

rath

흐흐 넹~

07
J

juangs

장호씨..저 기억하죠..juangs입니다.

전 그래도 장호씨한테..많이 배웠습니다.

정말 고마웠구요..

장호씨와 다시 한번 일할 기회가 있다면

정말 좋겠네요..

장호씨가 하시는일 앞으로 모두

잘될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가끔 메일 드릴게요..

08
R

rath

주양씨 들러주셨네요.. ^-^

요새도 잘 지내고 계시지요? 그 프로젝트 개인적으로 좀 암담했었는데 주양씨가 있어서 프로젝트 완료에 많은 도움이 되었었어요..

주양씨도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실거라 믿습니닷!!

09

정기호

정기호입니다.

아직도 썬의 가방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슴돵 ^^:

마지막에 술한잔 같이 못한것에 아쉬움이 남는군요

언제 시간이 나면 술한잔 하고 제 갠적으로 앞으로 쭈~~욱 .....시간이 흘러도 위에 주양과 함께 술한잔 할 수 있는 좋은 품성의 사람이라는 생각을 프로젝트 진행중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P.S 팁엔테크에 리플란이 있었으면,.............

봉지커피타마시는 법에 테클을 걸고 싶었는데 그 기능이 없어서 아쉬웠거든여

저도 한 커피 해서리.........쫍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올해도 소원하시는거 모두 이루어지시길.........장가도.......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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