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청소 하다 병영일지를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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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24일, 난 산업기능요원의 꽃--인 4주 훈련을 다녀왔다. 방금 침실 대청소를 하다가 나의 병영일지--를 발견하고 신나게 읽고 그중 일부분을 옮겨보겠다.


2001년 9월 26일 수

훈련, 아직 제대로 받지도 않았지만, 근.. 3일동안 내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앉아있기'이다. 쪼그리고 앉느니 차라리 서 있고 싶다. 그 외엔 별로다. 앉아있어서 그런건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다리가 폐인됐다. 흑

2001년 9월 28일 금

이제 앉을만하다. 역시 뭐든 많이하면 적응된다. 적응 되가고 있다. 5일이 되간다. 꺼르르. 다리만 아프다. 역시 현대인 남자는 하체가 약한가--? 아직도 다리다 아프닷. 알이 배겨버렸다. 특별히 뭐가 먹고 싶다거나 집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은 아직 들지 않는다. 제일 힘든건 구보다. 역시 담배는 강력했다. 내일 화생방을 한단다. 재밌겠다. 이휘휘 ^--^ 배가 고프다. 어제는 종교활동에 가서 초코파이를 먹었다. 사실.. 맛없었다. 정말 물이 뜨겁다... 빨래, 내가 빨래를 하면 보통 성질이 급해서 덜 행구거나, 덜 말린다. 아아. 빨래하기 싫어 -.-;

2001년 9월 30일 일

이제 4소대 훈련병끼리 꽤 많이 친해진것 같다. 틈만나면 우르르 떠든다.

2001년 10월 1일 월

드디어 8일째다. 8일간 뭘했는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아프던 다리도 괜찮아졌다. 이젠 초연하다. 누가 욕을 해도 기분나쁘지 않다. 얼차려를 받아도 얼차려 주는 사람들(조교, 등등)이 이제 이해가 간다. 군기 빠진 나와 동기들의 행동에 대한 것을 참는 것이 정말 인내심인거 같다. 정말 잘 떠든다. 목소리도 작고, 조교들이 시키는대로 행동하지도 않는다. 별 수 없다. 내 힘으로 변경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초조해하거나 애타거나, 힘들어 하지 않을것이다. 이제 마음이 편안해졌다.

  • 훈련병의 특징
  1. 교육을 시키면 받는다. (그래야만 한다)
  2. 각자 해당 업무를 따로 가지고 있다. (세무, 병기, 배식, 보급, 청소, 분대장)
  3. 임의의 시간에 불특정하게 "작업"이 주어진다. (교육에서 열외되기도 한다)
  4. 누워있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취침시간 제외)
  5. 조금 먹을 수도 없고, 많이 먹을 수도 없고, 간식도 일체없다.
  6. 식당 물은... 졸라 뜨겁다. (그게 식수의 전부다)
  • 교관 특징
  1. 일반적인 유머가 통한다.
  2. 기본을 안지켰을 경우 졸라 머랜다.
  3. 성격의 변화가 심하다.
  • 조교의 특징
  1. 조교들마다 비슷한 성격이 있다. (큰소리를 좋아한다, 관등성명을 좋아한다)
  2. 좋아하는 액션이 따로 있다.
  • 큰 동작을 좋아한다.
  • 솔직한 것을 좋아한다.
  • 뭘해도 지랄한다 (이제 젤 짜증)
  • 많은걸 지 혼자 기대하고, 혼자 실망한다. ....
  • 집합 집합에는 교육집합, 식사집합, 얼차려 집합 등이 있다. 모든 집합에서 HashMap에서 마지막으로 remove되는 trainer는 "소대" 인스턴스에서 불을 모두 꺼야한다.

옮긴이 주: 소대가 HashMap인 이유는 훈번이 Key 이기 때문이다 --;

  • 식사집합 같은 집합이지만 식사는 누구나 빨리 먹기를 바란다. 빨리 먹기 위해서는 집합 method 로부터 return 되는 iterator 에서 그 순서를 0 부터 시작하였을 경우 자신의 index를 4로 나누었을때 모듈러가 0이면 밥을 가장 빨리 먹을 수 있다. 모듈러가 0이면서 인덱스가 크면 클수록 빨리 먹는다.

옮긴이 주 : 집합 후, 뒤로 돌아서 출발하므로 동일 컬럼에서 인덱스가 높아야 밥을 빨리 먹을 수 있는 것이다.

  • 짬에 대한 것
  1. 집합한다.
  2. 식당으로 move
  3. 탈모한다.
  4. 짬장의 enter signal을 무한대기한다.
  5. 입장한다.
  6. 짬을 퍼서 적당히 놓고 자리 잡는다.
  7. 모자를 밑에 넣는다.
  8. 먹는다.
  9. 뜨거운 물을 식판에 붓는다.
  10. 착모한다.
  11. 일어난다.
  12. 버린다.
  13. 설겆이 한다.
  14. 10명씩 무리를 지어 들어간다.

2001년 10월 1일 월

이천일년의 시월이 밝아버렸다. 연휴의 시작은 훈련소에서 보내게 되었다. 비도 존나리 내렸다. 아침부터 같잖은 청소를 하고서 병기창고 청소 따위도 했다. 지겹게 내무반에서 뺑이 치다가 얼차려 받느니 차라리 체력을 분실해가면서 작업을 하는게 마음도 편하고 유쾌하다. 이제 내무반에서 하단 20명 정도는 얼굴을 확실히 익혔으며, 8~10명 정도와는 충분히 친해졌다. 내가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동기들도 생겼으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동기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 얼차려를 받아도 기쁘다. 아니 예전에는 단순히 짜증나기만 했는데, 이제는 좀 그 타격이 줄어든거라고 말해야겠다. 대충 마음에 드는 사람들도 찾았고 첫인상과 실제인물이 다르다는 것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앞,뒤 번호 동기들과는 충분히 친해졌고 역시 직업이 직업인지라 프로그래밍 관련 쪽 사람들만 눈에 들어오고 관심이 가고 말을 건네보고 싶다. 그런 사람들과 그런 말을 나눌때가 마음도 편하고 할말도 많다. 이제 누가누가 컴쪽 사람인지 대충 파악이 되는 것 같다. 알아서 친해져봐야지 -_-

2001년 10월 2일 화

말번초를 서고 아침을 먹기 전에 점호를 했다. 작업하고 아침먹는데 늦어진 바람에 반찬이 1개밖에 없었다. 씨발 X같은 새끼 확 두눈X을 뽑아버려 씨발 밥을 제대로 줘야지 씨발 작업하고 배고파 디지겠는데 씨발 내가 니 호구야? 씨발 조심해 -_-

10월 9일, 사격을 하기 위해 졸라 먼 산을 걸어갔다. 아침에는 누가 흡연하다가 걸려서 대가리 박았다. 먼산을 기껏 올라갔더니 비가 왔다. 졸라맞았다. 옷도 젓고, 군화도 젓고 갔다와보니 양말이 없어졌다. 이제는 신경도 안써진다. 뛰는게 제일 힘들다. 힘들어도 그만..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이다. 총소리가 꽤 크다. 어제 총 닦다가 중대 전체가 새벽 1시에 잠들었다. 오늘도 닦는댄다. 졸라 짜증나야 정상이지만 이젠 무덤덤하다. 10월 10일 드디어 일자수가 두자리가 되었다. 그 기쁨도 잠시뿐.. 유격을 하게 되었다. 조홀라 좆뺑이다. 더이상 말도하고 싶지 않다. 3주차는 짜증으로 가득차 있다. 10월 13일 각개전투까지 이제 다 끝났다. 오늘은 종교활동에 가서 세례를 받았다. 마지막 토요일이다. 만 7일이 지나면 훈련소는 끝이다. 토요일은 특별히 할 일이 없다. 19일이 지났다. 대충 거의 20일이 지난 것이다. 얼마후면 끝나버린다는 사실이 더 이상하다. 7일, 여전히 병기계는 나를 충분히 짜증나게 한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좋은 사람보다 싫은 사람이 더 많아져만 간다. 시계도 20일이 지나서 그런지 밤에 라이트도 이젠 거의 안보이고 각개전투하다가 흙도 너무 많이 들어갔다. 오늘 종교활동에서는 세례식을 했다. 빵과 콜라 핫브레이크를 그리고 손톱깎기를 받았다. 그냥 무덤덤하다. 시간이 갈수록 싫은 동기만 생기는게

Comments

5 thoughts shared

01

셔니

저도 갑자기 ㅡㅡ; 옛기억이 새록새록 ㅡ,.ㅡ;

02
P

pistos

추워서 죽을뻔했다... 밖에 생각안나 ㅠㅠ

03
R

rath

으흐흐 --;

지나고나니 정말 추억이네요 ㅎㅎ

04

염중원

자기가 훈련소 갈 때 준비물이 근성이란 얘기 가보니까 이해됐다.

05
R

rath

근성이 최고지. 체고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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