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글쓰기를 구입하러 서점에 갔다가 정작 그 책은 안사고 옆에 놓여있던 책을 샀다. 그것은 바로 쇼펜하우어 문장론 이다.
아직 40페이지 정도밖에 읽지 못했지만, 아무래도 철학자인 쇼펜하우어가 쓴 책이라 그런지 짧지만 임팩트 강한 문장들이 많았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도 그렇지만 철학자들의 짧은 문구에는 무지막지한 통찰력이 담겨있는 것 같다.
이 책과 함께 구입한 두려움 없는 글쓰기도 괜찮은 편인데, 쇼펜하우어 문장론과는 좀 다른 성격이다. 두려움 없는 글쓰기는 예제도 있고 읽기도 쉽다. 내용도 괜찮지만 왠지 애착가지 않는 책이다. 책이 너무 쉬워서 그럴까?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을 거라는 것을 추종하는 나의 성향 때문이겠지.
니체나 쇼펜하우어의 책을 읽다보면, 그 내용의 어려움을 내가 따라가지 못하고 난해하다고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쇼펜하우어의 이 책은 '문장론' 이란 제목 때문인지 비교적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니체의 책 처럼.. 단 10줄을 읽고도 뒷통수를 뻑-(씨익) 맞은 기분이 들며 기본으로 10분은 사색하게 만드는 것은 다르지 않았다.
철학자들의 책을 논하기엔 내가 너무 어리고, 나를 비롯해, 책을 많이 사두고, 읽을 거리 잔뜩 모아놓고 읽지 않거나 간단히 리뷰만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패러그래프를 옮기고 싶다.
인간의 정신은 외부로부터 강압적으로 주입되는 강요에 쉽게 굴복될 만큼 나약한 면이 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주체적인 사색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 같은 주체적인 사상은 감정이라는 발단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다독(多讀)은 인간의 정신에서 탄력을 빼앗는 일종의 자해(自害)다. 압력이 너무 높아도 용수철은 탄력을 잃는다. 자신만의 고유한 사상을 가장 안전하고 확실하게 손에 넣는 방법은 독서다. 천성이 게으르고 어리석은 일반인이라도 꾸준한 독서를 통해 일정한 학문적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렇게 얻어진 길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독서는 어디까지나 타인이 행한 사색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비유컨대 포프의 조서처럼 "영원히 읽히지 않기 위해 영원히 읽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자란 타인이 남긴 책을 모조리 읽어버리는 소비자이며, 사상가란 인류를 계몽하고 새로운 진보를 확신하는 생산자라고 표현할 수 있다.
니체와 함께 쇼펜하우어도 염세주의라 논란의 여지가 있는 내용이 꽤 있다. 하지만 그 주장이 강하기 때문에 난 쇼펜하우어의 글을 보며 뒷통수를 뻐억- 뻐억- 맞으며 그의 팬이 되버렸다.
Comments
4 thoughts shared
멋진 말이네요. 요즘 모 출판사에서 아이들 대상으로 하는 다독3천같은걸 보며, "다독(多讀)은 인간의 정신에서 탄력을 빼앗는 일종의 자해(自害)다"라는 문구와 비슷한 생각을 했더랬는데, 아주 틀린 생각은 아닌가봅니다.
1일 1독이라. 엄청 많이 읽으시네요 ㅎㅎ 어떤 종류의 책을 읽으셨어요? 쇼펜하우어의 저 말은 충분히 자기 것으로 소화를 하고 재해석하라는 의미인 것 같아요. 잘은 모르지만 denim님은 해당되지 않을 것 같은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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