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블로거를 위해 태어난 미투데이로 포스트 꺼리를 미루지 않게 되고 어디에 써야할지 분류하기 애매한 장문의 내용들은 스프링노트에 적다보니 내 블로그 (원래 홈피였는데 언제.. 내 홈피가 블로그가 됐지 -_-) 포스트 rate 이 형편없어졌다.
샤워하고 잔다는 게, 샤워하면서 매쉬업에 대한 생각이 들면서 이런 것들은 RSS로 출판해도 된다고 판단되어 간만에 블로그에 포스트 날리기로 결심.
어디선가 본 내용인데, 어떤 행동에 대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그 행동이 완료된 후라는 말이 있었다. 최근에 본 책인데, 최근에 찝쩍댄 책이 너무 많아서 -_- 정확히 책 제목을 기억할 수 없음을 안타깝게 느낀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이유가 결과를 만들지 않고 결과가 이유를 만든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편이다.
언젠가부터 내 즐거운 회사, 놀이터 미투데이의 힘으로 내게 '매쉬업 개발자' 라는 태그가 붙었다.
원래 매쉬업 개발을 그리 좋게 보지 않았다. 위키피디아에서 매쉬업을 설명할 때도 꼭 web application 이란 용어가 들어가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웹개발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웹 어플끼리 서로 묶는거는 옛날에 crawl & html parse 한거 뿐-_-? 최근 웹 2.0에 대해 조금 공부를 해서 그런지 문득 머리속에 Data Driven과 Hackability 같은게 떠오르지만, 내 생각이 아닌 것을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것은 내 블로그 RSS 구독자에게 스팸을 날리는 일이 될 것만 같아 자제하겠다.
난 원래 사건, 단어, 상황들을 그 상황이 일어나게 된 의도/계기와 상관없이 다른 사건, 단어, 상황에 끼워맞추는 것에 대단히 익숙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어렸을때부터 그랬다. 그런 행동들은 보통 주위 사람들로부터 "쟤 뭐야", "무슨 말을 하는건지.. (진정 해석이 불가능)", "캭캭 재밌네" 등의 반응을 불러온다.
이러한 정신(?)은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손쉽게 조합할 수 있게 해준다. 고등학교 3학년때 수능공부하기 싫어서 읽었던 뇌내혁명을 보면서부터 처세/자기관리/철학 등의 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뇌내혁명의 핵심은 "플러스 사고를 가지라" 는 것이다. 그 책에서 "플러스 사고를 가지라"를 독자들에게 품어주기 위해 사용하는 미끼는 건강이다. 그때도 지금처럼 무한체력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난 쉽게 낚였다.
손쉽게 조합된 경우는 내게 정말로 많다. 주위 친구들도 이런 나를 신기하게 보는 경우가 많고, 최근에는 '넌 참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서 좋겠쑤' 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런 말을 들으면 내 입장에서는 '이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한게 아니라 실제로 그런거야' 라는 말이 부글부글 끓긴 하지만, 아무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본인에게 대단히 즐거운 일이다.
안좋게 보면, 진실(진실이란게 세상에 존재하는지 참 궁금하다만)을 왜곡하는 궤변가의 가능성도 짙고 타인과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토론할 때 서로의 시각이 현저히 다른 것으로 인한 어려움도 겪게 된다. 최근 MBTI::INFP 사람들이 주위에 많아져서 다행이지만, 심할 경우 이런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극심한 외로움과 타인에 대한 소심함(배려라는 가면을 쓰고)이란 side effect 를 부르기도 한다.
물론 일반적인 서로 다른 상황/사건/단어를 끼워맞추는 일은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란 아름다운 면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좋은 일이 생겼을 때도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합리화의 달인이 된다 -_-
그럼 이쯤에서 나의 예제를 짚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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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해서 물건값도 깎지 못하는 나는 사고자하는 타겟 제품을 고르고 '얼마에요?', '만원이요', '주세요', '네' 로 끝낸다. 이것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바이어는 '나'고, 나는 물건값을 깎아야 하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깎을 경우 근거없는 죄책감이 엄습하여 그 이후 몇시간동안 정서적으로 불안해질 것이며 또한 물건값을 깎는 동안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정서적 데미지와 낭비되는 시간을 고려할 경우 깎지 못한 5천원(예를들어)은 너무나도 그 값이 싸다. 시간을 구입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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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어느날, 2년간 만들었던 수많은 소스코드들이 담겨있던 파티션을 날렸다. 짜증이 안났다고 하면 쌩그짓말-_-이고 형용할 수 없는 쇼크에 30분정도 패닉상태에 빠졌다가 사고를 바로 잡았다. "소스코드 그깟거 가지고 있어봐야 성장에 방해만 될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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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프로그램의 초안을 만들었을 때, 주위 사람들 모두가 '그게 뭐야' 라고 피드백을 줬다. (무플 아닌게 어디야-_-) 그러고나서 완성했을 때 '와 정말 좋아요' 라는 말을 듣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다. 사람들이 쉽게 생각할 수 없었던 새로운 가치를 만들었다는 그 사실이 가장 기쁘다. 그러다보면 초안의 평가가 절하되었을때 더욱 전투력이 불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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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다 하는 것을 나도 할 때면 불안해진다. 개미떼가 싫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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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에서 버그가 생기면 좋아한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나에게 피드백을 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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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코드를 다 갈아엎어야 할 때 즐거워진다. 이 쪽팔린 소스코드들, 드디어 리팩토링할 명목이 생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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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나친 약속과 스케쥴로 과음도 하고 바빠져 책읽기를 소홀히 했다. 그럴때마다 쇼펜하우어의 '다독은 자해다' 를 떠올리게 되고 독서때문에 잠시 잃었던 균형을 되찾는다.
그러고보니 서로 연관성이 없는 것들에게 자주 노출되다보면 알아서 매쉬업러블 -_- 한 사고구조가 확립되는 것 같다. 무엇이 필요해서 이것 저것을 매쉬업하기보다, 이것 저것들을 보다보니 의도하지 않은, 필요로 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었던 새로운 무엇이 떠오르는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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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3일의 금요일입니다~ 간만에 푹 자고 일어난 금요일 아침.. 어느덧 한 주가 다 지나가버렸는데, 이번주에 뭘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요. 나이가 들면 왜 시간이 빨리 흐르는것처럼 느껴질까요 -ㅅ- 제
새로 장만한 날다람쥐 잠옷
우왕ㅋ굳ㅋ Comments neonatas 2008-03-02T15:20:46.000Z 님 날개 쫌
xrath.com 블로그도 레몬펜 포함글 패턴 지원
레몬펜 포함글 패턴 지원.. 미투데이 블로그로 배달하는 기능.. 스프링노트에서 쓴 글을 블로그로 보내는 기능.. 트랙백.. 이런 쓸만한 기능들이 나올 때마다 가슴 한 켠이 아프다. 2006년 어느 봄날, 그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