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나도 알 수는 없지만
놀고 싶어서 놀아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저 그 사람이 보고 싶었을 뿐이거나 관계상 자리에 참석하지 않으면 안되는 (혹은 나 혼자 참석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자리였다. 아무런 대화없이 그저 상대방과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고 있음만으로도 욕구가 충족될 때가 있지 않던가. 대화가 꼭 필요한가? 입에서 나오는 것들은 대부분 천한 것. 스킨쉽이나 욕정이 대수인가? 지나고나면 부질 없는 것들.
습관이란게 무서워서
사람들을 만나 밥을 먹고 술을 먹는 그런 자리. 그날은 그 자리에 나가고 싶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나가게 된다. 퇴근 시간에 가까워졌고, 사실 난 일에 꽂혀있고 사람들을 만나러 갈 내적 동기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적으로 나가게 된다. 누가 날 협박한 것도 아니고, 나가지 않은 다음날이 되어도 변하는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무슨 핑계를 대든, 환경을 욕하든 니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네 니네들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네 생각하든 다 우스운 일이다. 어차피 인간의 행동에 90% 이상이 무의식과 습관의 산물 아니던가. 환경이 나의 의식적인 동기에 반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전적으로 내 문제다.
의식적으로 수정 불가능한 것들이지만, 어찌어찌 노력하면 측정하기는 쉽다. 하지만 무의식과 습관의 교정은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을 1-2초 단위로 제 3자의 입장에서 주기적으로 관찰해야하는 끔찍한 고통이 수반된다. 얼마나 더 오래살겠다고, 무엇을 더 얻겠다고, 무엇을 위해 그런 고통을 받아야 할까. 그게 과연 정말 자신이 원하던 거였을까?
어차피 사다리 위에 오르면 오르기 전에 생각했던 것과 다른 세상만 보이지 않는가. 그런 면에서 에피쿠로스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한 3개월 정도, 아무도 만나지 않고 일만 했으면 좋겠다. 그래도 일주일에 1-2번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그저 흐뭇해하며 내게 賞은 줘야지. 따로 따로 놓고 보면 다 좋은 것들인데, 균형이 떠나버려 noise로 가득찬 내 머리속과 마음을 정화시킬 시간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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