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지사의 이상심리학 시리즈를 좋아하는 편이다.
구입해서 읽은 것은 자기애성, 연극성, 강박성, 분열성 & 분열형 성격장애 이렇게 4권이다. 그것이 장애건 뭐건 아무튼 스스로의 성격에 불만이 있고 그러한 성격들 때문에 내가 하고자하는 일을 스스로 방해하는 아이러니한 일들이 자주 생겼기 때문에 이런 책들에 열광하게 되었다.
블로그에도 썼었고 미투에도 많이 써서 알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얼마전에도 또 뒤집어졌었다.
그래서 다시 이런 저런 책들을 보며 극심한 외로움과 불안을 달래줄 책들을 찾다가 작년 이상심리학 시리즈를 볼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회피성 성격장애'를 발견했다. 왜 작년에는 이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너무나도 나를 잘 설명해주는 책이였다.
그래서 정리한다. 회피성 성격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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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반응은 불쾌하거나 위협적인 사건을 연기시키거나 예방하기 위한 반응인 반면, 도피반응은 불쾌하거나 위협적인 자극을 종결시키기 위한 반응으로 개념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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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성 성격장애자들은 대인관계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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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는 말수가 적고 시선을 잘 마주치지 않으며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는 듯 냉정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친한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둘러싸여 있을 때는 편안한 모습으로 웃기도 하고 재미있게 대화도 나누며 친근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회피성 성격'일 가능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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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친숙한 세계 속에서만 빛을 발하며, 가족과 친한 친구들로 둘러싸인 작은 성 내에서만 정서적인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작은 성 안에 있는 동안에는 편안하고 따뜻하며 자발적이고 친밀하며 매력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안전한 성을 벗어나면 물 떠난 고기마냥 취약성을 드러낸다. 낯선 상황이나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접하면 이들은 정중한 듯하면서도 차갑고 무관심한 사람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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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대인관계를 회피하는 것은 아니러니컬하게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받기 위한 욕구가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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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멀리서만 바라본 사람은 이들이 얼마나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며 두려워하는지, 그리고 또한 얼마나 다른 사람들과의 친밀함을 원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다만 이들이 쓰고 있는 냉정한 가면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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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타인의 비판과 날카로운 시선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좀처럼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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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늘 베일에 가려 있는 신비한 인물이어서 이들을 알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들 역시 사람들과 사귀는 데 있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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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정신의학회가 정한 DSM-IV(1994) 에서 규정하는 회피성 성격장애(avoidant personality disorder)는, 타인이 자기를 거부하지 않을까 하는 데 지나치게 신경을 써서 확실한 보장이 없는 한 대인관계나 사회적 관계를 갖지 못하는 이상 성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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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무엇보다도 대인관계를 가장 힘들어하고, 자신의 대인관계 형성에 장애가 있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하고 자존심 상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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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대인접촉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들로서, 다른 사람들의 반응으로부터 너무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대인관계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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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이들은 근본적으로 비사회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가 강하지만 부끄러움을 너무 많이 타고 거부에 극도로 민감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자신이 비판받지 않고 수용되고 있다는 확신을 남보다 더 많이 필요로 한다. 이들은 대화를 나눌 때에도 자신감이 없어보이고 불확실하다는 표현을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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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에게 부탁을 하는 것도 이들에게는 힘든 일이다. 어떤 부탁을 했을 때 거절당하면 마음에 상처를 입고 위축되기 때문에 거절당하는 기회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아예 부탁을 하지 않기도 한다. 똑같은 이유로, 다른 사람들이 받을 상처를 염려하여 다른 사람의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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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다른 사람을 놀리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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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성 성격장애자들은 내면의 불안과 부적절감을 드러내지 않고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방어하고 있는 동안에는,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하고 냉정한 사람 정도로만 보이고 단지 말수가 적고 잘 나서지 않으며 은둔적인 사람으로 비친다. 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으며 다른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두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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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도 아닌 일에 지나친 반응을 보이며 안절부절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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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거의 표현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의 눈에 수줍음을 많이 타고 불편해 하는 것을호 보인다. 그러나 친한 극소수의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것처럼 따뜻하고 편안한 모습을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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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성 성격장애의 대인관계 특징은 한 마디로 '거리두기'로 요약할 수 있다. 이들은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하고 완전히 받아줄 거라는 충분한 확신이 없는 한 어떻게 해서든 인간관계를 피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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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개인적 사유를 핑계로 내세우면서 가급적이면 사회적 책임을 맡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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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절대로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 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사람들과 거리를 두게 되는데, 사람들은 반대로 이들이 대인관계를 원치 않는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되어 거리를 두게 된다. 이렇게 되면 회피성 성격장애자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거리를 두는 것을 보고 자신의 생각을 확신하게 된다. 결국 자신의 생각이 자신의 행동을 통해 실현되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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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성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들의 자신감은 현재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의 수와 반비례하는 것 같다. 이들은 사람이 많을수록, 특히 친숙하지 않은 사람이 많을수록, 자신감이 현저히 저하된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서 이들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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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스러움이나 불안을 피하기 위해서 이들은 늘 익숙한 환경 내에 머무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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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흔히 비중심적인 업무를 맡는 것을 더 좋아하고, 업무상 거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다. 누군가가 자세히 지도 감독해 주는 한 수동적인 범위 내에서 직무를 완수하기도 하지만, 그 이상의 책임과 적극성이 요구되는 직무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흔히 자기계발 및 직업 유지에 실패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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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세상으로부터 도망쳐와도 안이 편안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휴식과 평화를 얻을 수 없다. 자신으로부터 위안과 자유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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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에 일렁이는 불안과 충동, 소망 역시 차단되거나 변형 또는 왜곡된다. 이들은 정상적인 사고나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차단하고 혼합하여 뒤죽박죽으로 만들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사고와 감정 세계가 서로 조화되지 않은 불협화음을 이룬다. 이들에게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느낌으로써 받는 예리한 고통과 괴로움을 경험하는 것보다 차라리 모호한 부조화를 경험하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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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불안장애(generalized anxiety disorder)는 이들에게 자주 동반되는 문제이다. 이들은 항상 초조해 하고 이완하지 못하며, 쉽게 긴장하고 걱정이 많다. 식욕이 없거나 피로, 신경쇠약, 악몽 등의 증세도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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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남들 앞에서 드러내는 것은 아니지만, 허용적인 분위기가 되면 이들은 흔히 자신의 사랑스럽지 못함과 냐악함, 무능함에 대해서 자기비난과 자기비하를 퍼부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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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성 성격장애 환자들은 외적인 구조와 통제에 대한 보통 이상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 이러한 것들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심리구조와 자기조절 역할을 대신해 주기를 바란다. 회피성 환자들은 그것이 사람이든 사회적 구조이든 이러한 역할을 해 주는 대상과 접촉할 때에 심리적 존재를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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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욕구공포 딜레마의 고통을 해결하거나 완화시키는 한 가지 방법은 대상 회피이다. 회피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 한 가지 모습은, 인간관계에서 조용히 물러나서 다른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반응하지 않으며 무관심한 척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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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이들을 인간관계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시도가 이들에게는 심리 내적 평형을 와해시킬 수 있는 위험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중대한 침범이 될 수 있다. 이럴 때 이들이 보이는 보통의 반응은 무반응의 장벽을 더 높이 쌓거나, 아니면 갑작스런 분노발작을 일으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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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다른 사람과 관계맺기를 두려워하여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으며, 다른 사람이 먼저 다가오면 자신은 뒤로 물러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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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들은 대인관계를 두려워하며(감정) 이를 회피하는가(행동)? 왜냐하면 이들은 '나는 부적절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이 진짜 내 모습을 알면 나를 틀림없이 거부할 것이다' 라고 잘못 '생각'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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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지난적인 자동적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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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숨길 수만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속아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알 수 없도록 상대방에게 가까운 거리를 허락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된 전형적인 기본적 가정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이 나를 잘 알게 되면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나를 알 수 있도록 하면 내가 정말로 못난 사람임을 알아차릴 것이다. 사람들하고 너무 친해져서 진정한 나를 알도록 하는 것은 위험하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게 하려면 가장을 해야만 한다.
- 만약 어떤 사람과 관계를 맺더라도 이들은 항상 자신이 거부의 줄타기 선상에 놓인 것처럼 느끼기 때문에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가정을 가지고 있다.
그를 항상 기쁘게 해야 한다.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 줄 때만 그는 나를 좋아할 것이다. 아니오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만약 무슨 실수라도 하면 그는 나를 좋지 않게 볼 것이다. 혹시라도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우리 관계는 끝장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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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성 성격장애 환자들은 다른 사람의 반응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 문제가 있다. 가령 상대방의 얼굴에서 표정이 잘 나타나지 않으면 이들은 상대방의 무표정한 얼굴을 화난 것으로, 자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자신의 비판하는 것으로, 혹은 자신을 싫어하는 것으로 임의적으로 추측하여 해석한다. 이들은 독심술에 능한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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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고통스런 감정을 견딜 수 있는 인내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러한 감정을 일으킨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기를 회피한다. 또는 고통스런 감정에 선행했던 생각에 대해서 자각해 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일반적으로 주의 분산 방법을 택한다. 하던 일을 멈추고 TV를 보거나 신문을 읽거나 간직을 먹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어슬렁거리는 식이다.
나를 잘 표현해준 것 같아 속이 다 시원하다. 마지막 장인 '회피성 성격장애를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는 단순히 문장을 옮기기보다 구체적인 실행안을 함께 연구해서 별도 포스트로 남길 생각이다.
Comments
20 thoughts shared
서문교
falsetru님은 아닌것 같아요 ^^ 장호형 사랑해요~
RedBaron
대한민국 사람 대다수 이야기 아..닌가요?..;;
ㄱㄱ
잘봤어요.. 100% 제 얘기네요.. 구글에서 검색해서 왔는데 어떻게 치료할것인가 라는 글은 아직인가요?
이지언
좋글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요즘 심리학 공부를 시작하며 저의 성향이 회피성 성격장애와 강박성 성격장애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결론을 얻었는데 님의 글을 읽으며 더 많이 정리가 되었습니다.
jp
잘 읽고 일부 발췌해 갑니다. 감사합니다.
하하하
정말 잘읽고 조금 발췌해갑니다.
suno
이상심리학 공부하다가.. 회피성성격장애 보구, 저도 저랑 너무 비슷해서 인터넷에서 더 찾아보다 여기까지 왔네요.. 이 끝없는 벼랑 위의 나날이 끝나갈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1인입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항상 힘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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