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에세이도 아니고, 번역도 아닌, 독자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는, 그저 생각나는대로 쓰는 글을 작성한다.
요새 나는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단순히 단어장을 달달 외우는 그런 짓을 안하다보니 생활 전반에 있어 깨달음이나 새로운 통찰, 그리고 과거에 있었던 사실들에 대한 재해석 과정들이 뒤따라왔다.
그래도 피드버너의 360이란 숫자가 주는 심리적 압박과 반복적인 IELTS essay writing이 만들어낸 습관이 내게 자꾸 독자를 고려하라고 괴롭힌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여 현재라는 시간이 주는 풍부함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미래를 살거나 과거를 사는 것처럼, 나 또한 게을러지거나 열정을 잃은 나의 미래를 위해 글을 쓰기로 한다.
일단 내가 영어공부를 해왔던 시나리오를 덤프한다. 습관이 의지보다 1,000배는 강하니까.
양재역에 있는 모 IELTS 학원에 나가기 시작한 것은 2월 3일. 그러나 휴가를 제외한 내 퇴사일은 1월 16일이였다. 보름이 남는다. 학원에만 의지할 정도로 나는 넉넉한 사람이 아니다. 학원에 가기 전에 준비를 해야할 것만 같았다. 왜냐하면 진도 못쫓아가고 다른 학원생들과 무의식 중에 자기 자신을 비교하면서 느껴질 자괴감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무의식에 근거한 것이므로 불확실할 수 밖에 없지만, 강의에 들어가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선생님이 문제를 풀라고 한다. 학생들은 푼다. 선생님이 답을 물어본다. 학생들은 자신이 푼 답을 대답하기를 꺼린다. 좀 대범한 사람들은 자신있게 대답한다. 하지만 그 중 대부분의 사람들도 답이 한 두번 틀리고나면 점점 더 목소리가 작아지다가, 어느 순간 대답을 안하게 된다.
틀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뭔가 자꾸 준비를 하려고 한다. 여기서 아주 중요한 점이 있다. 틀릴까봐 뭔가를 계속 준비하는 것은 대단히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준비하는 과정 자체는 대단히 권장할만하고 도움이 되는 행동이지만, '틀린다'와 관련된 심리적 기제들로부터 간섭받은 준비 과정은 대체로 잘못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제각각 자기가 가진 자원의 가치를 서로 다르게 평가한다. 만약 당신이 자기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보다 시간이란 자원을 더 높이 평가한다면 준비하지 않기를 권한다. 더 잘 보이기 위해 무엇을 하는 것 보다는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하는 것이 길을 잃을 확률이 더 낮다. 의존성이 더 낮기 때문이다. 전자는 관리해야할 요소가 2명 이상이며 각 사람들의 변화되는 가치관을 계속 follow up 해야한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단 한 사람이며 (분열된 자아는 누구나 가지고 있으므로,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는 여기서 언급할 필요가 없다) 가치관 변화를 follow-up 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암기에 관한 것이다. 외우는 작업이 괴로운 작업인가? 그렇다면 머지 않은 미래에 더 괴로워질 것이다. 괴롭게 외운 내용들은 괴로울 때 밖에 기억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암기에 관해서는 공부의 비결과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을 참조하라. 무엇인가를 외울 때에는 이것을 외워야하는 목적을 명확히 해야한다. 목적이 명확해야 흔들리지 않는 동기를 만들 수 있고, 그 다음에는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을 고려하여 최소의 반복만 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내 경우를 들어보자. 책을 읽다가 intermittently 라는 단어가 나왔다. 이녀석은 뭘까. 궁금하다. 부사긴 한데, 문맥의 흐름을 등에 엎고 대충 쌩깔 수 없는 녀석이다. 이녀석을 내가 쌩깔 수 없었던 이유는, present perfect 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have + 과거형을 언제 써야 하고 언제 쓰면 안된다.. 를 설명하는 내용이였다. 동사나 주어보다 부사가 핵심인 문장인걸 어떻게 하나. 만약 당신이 present perfect에 대한 개념이 어느정도 잡혀있었다면 영한 사전을 보고도 0.5초만에 '아하~' 하고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개념 탑재가 덜 된 상태였다면 이를 어찌할 것인가. 일단 사전을 찾지 말아야 한다. 추측해보자. 개념없는 분야에 대한 추측은 괴로운 일이다. 이게 괴롭다고 해서 이 과정을 빼버린다면 당신은 이것을 머리속에 넣어야 하는 동기를 얻지 못할 것이다. 괴로우면 괴로울수록 이 단어와 친해질 수 있다. 어린이들은 싸우면서 크기 때문이다.
충분히 괴로워졌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절대로 사전을 찾아보면 안된다. 브라우저를 열고, 자기가 충분히 개념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를 떠올린다. 이 단어와 상관이 있던 없던 관계없다. 분야를 떠올려라. 떠올렸으면 이제 구글에서 검색을 하자.
나같은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 개념이 많은 편이니 이렇게 했다.
intermittently site:code.google.com
failed 나 broken 과 함께 출현한다. 그리고 이들과 합쳐졌을 때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그런가보다.. 하자.
조금 더 살펴보면 Browser intermittently frequently crashes.. 란 것도 나온다. 아 왠지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google code 에서 intermittently는 대부분 부정적으로 쓰이고 있었다. 그리고 빈도를 표현하는 단어인 것만 같다. 그럼 부정적인 키워드를 하나 붙여서 검색해보자.
intermittently problem person
분명 컴퓨터 얘기는 하나도 안했는데.. 제일 상위에 나온 결과가 solaris troubleshooting 관련된 문서다. 여튼 엄청나게 부정적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문장이 보인다.
Intermittent problems are extremely difficult to troubleshoot. Any reproducible problem can be troubleshot.
reproducible과 대립하는 것인가보다. 내친김에 다른 분야도 한번.
intermittently animal
http://icb.oxfordjournals.org/cgi/content/abstract/41/2/219 이런 문서가 나와버렸다. terrestrial 이란 단어도 모르겠다. 만약 intermittent에 지쳤다면 가볍게 탭을 하나 더 열어서 terrestrial을 찾아보자.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도 난 terrestrial이란 단어의 뜻을 모른다. 내가 여태까지 알아낸 것은 satellite, planet과 자주 쓰이고, satelitte over terrestrial facilities 도 보인다. 이제 슬슬 지친다면 검색어 끝에 site:wikipedia.org 를 입력하자. 조금씩 개념이 잡혀간다. Terrestrial planet을 보니 sillicate rocks으로 구성된 planet 이라고 한다. 지금은 2 depth 니까, 너무 무리하지는 말자. 이쯤되면 영영 사전을 찾아봐도 괜찮겠다. 찾아보았나? 약간의 허무함이 밀려오면서 '아휴, 내가 이런 뜻인것 같았다니까!' 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그럼 이제 다시 이 단어를 궁금하게 만들었던 원 문장으로 돌아간다. Terrestrial Intermittent Exercise 라니.. 아직도 잘 모르겠다. intermittent exercise가 왠지 불규칙한 운동이라 안좋은 거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intermittent exercise로 검색하니까 Intermittent Exercise is more effective 라는 글이 나왔다. 아 혼란스러워..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순 없다.
이쯤되면 영영 사전이나 영한 사전을 봐도 좋다. 이렇게하면 국어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충분히 이해가 됐을테니 조금전까지 자신을 아리까리하게 만들었던 문장들을 다시 다 읽어본다. 다 이해가 됐는가? 그러면 이제 작문의 시간이 돌아왔다. 이정도 시간을 투자하고 많은 글들을 읽었는데도 terrestrial 이나 intermittent 로 만들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대충 어떤 단어들과 함께 쓰여야하는지도 감이 왔을테니 collocation 도 갖추게 되었고 어떤 문맥을 만들어야 할지도 감이 잡혔을 것이다. 이제 기쁘게 작문을 하며 writing 실력을 키울 수 있다.
He goes the toilet too many times. I guess he has had a large number of beer so it caused him to pea intermittently.
일단 이 문장이 문법에 맞는지 안맞는지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내가 이 단어를 어딘가 껴맞출 수 있도록 학습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미묘한 차이를 잘 모르겠다면 thesaurus에서 찾아본다. 나는 visualthesaurus를 사용한다. thesaurus에서 intermittent를 찾아보면 recurring이 되긴 하지만 그 주기가 regular 한 뜻도 있고 irregular한 뜻도 있다고 한다. 뭔가를 꾸준히 하기는 하는데 끊김없이 규칙적으로 하는 게 필요조건은 아닌가보다. 그렇구나.. 하고 한번 더 작문을 해보자. 요전에는 부사로 썼으니 이번에는 형용사로 해보자.
When I was twenty, I have developed an application helping each others to communicate well. It worked great even having 1,000 concurrent users. But Intermittent connections caused the application to have a reduntant usage of memory. Why didn't it have any problems with connections increasing on a regular basis? Due to its intermittent, I hardly made a plan to replay it. This made me getting down.
글이 너무 길어졌버렸다. 리스닝에 대해서도 쓰고 싶고 스피킹에 대해서도 써야하는데.. 다음 기회에 쓰도록 한다. Autofocus의 quick instruction 3번을 지키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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