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에 설계자가 한 명 살고 있었다. 그는 대단히 탐욕스러웠다. 그는 따로 시간을 쪼개어 설계하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고객과 요구사항 미팅을 할 때 머리속에서 바로 바로 설계하기를 즐겼다.
이 방법은 몇가지 면에서 대단히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요구사항 미팅이 끝나면 머리속에 설계안이 완성되기 때문에 미팅이 끝나자마자 바로 코딩으로 돌입할 수 있는 장점도 있고, on the fly로 설계를 하기 때문에 첫 미팅 자리에서 효과적인 질문을 꺼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후 설계작업을 위한 생동감 넘치는 문서를 작성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기억이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는 메모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방법에는 몇가지 단점이 있다.
첫째, 그는 바로 바로 설계를 해야하기 때문에, 요청사항을 듣고 바로 설계를 할 수 없을 경우 '고민하는' 표정이 고객에게 노출된다. 고객은 이 자가 바로바로 설계하기 때문에 표정이 일그러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해를 양산한다.
두번째, 고객이 말한 어떠한 항목이 자신의 캐퍼에 속하기는 하지만 고객이 세부사항을 지정하지 않았고, 각 세부사항에 따라 설계안이 꽤나 바뀔 경우 이 설계자는 고객에게 세부사항을 요구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종종 미팅 자리에서 세부사항을 고객에게 묻곤 하는데, 고객이 당황스러워하지 않을 수 없다. 때로는 고객의 자존심이 쎈 바람에 세부항목에 대한 답변을 미루지 않고 그 자리에서 답해주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답변은 충분한 사고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도가 산으로 갈 수 밖에 없다. 고객이 완벽하리라는 상상을 했으니.
세번째, 설계자 본인의 model pool이 확장되기 어렵다. 대화 중 incremental로 model pool에서 select를 하고,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 자신이 가진 model 중 가장 근접한 것을 선정하여 요구사항을 자신의 model에 맞춰가기 위해 고객과 협상을 시도할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위험한 점은 이미 잘 써오던 model 을 끄집어내서 협상을 시도하기 때문에 고객이 넘어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이 설계자가 자신의 model pool을 확장하려면 스스로가 정한 별도의 훈련 기간을 거쳐야만 한다. 왠지 부자연스럽다.
철저히 소비 위주의 설계자라 할 수 있겠다. 큰 소비에는 큰 생산이 뒤따른다. 자연스러움을 잃은 행동을 일삼는 그는 고수준의 자기관리가 뒷받쳐지지 않는한 쉽게 지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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