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더 개념없던 시절에는 아는 것이 없어 코딩을 빨리 할 수 있었다. 예외 처리는 e.printStackTrace() 일단 넣고 넘어가면 그만이었다. 그저 생각나는대로 일단 만들어서 결과물이 돌아가면 그만이다 .
경험이 늘어갈수록 하나의 사건에서 파생될 수 있는 오만가지 케이스를 자각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케이스들은 보통 안좋은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된다. 머리를 잔뜩 써서 배울 수도 있지만, 시간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관리자들이 선호하지 않는다. 부딪혀서 배우면 바로바로 문제점을 찾아 땜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법이 가진 문제 중 치명적인 한가지는, 부딪힐 때 느껴지는 부정적인 감정이 함께 학습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시간을 들여 공부하는 방법을 택하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부하기 싫어서 미루고 미루다 결국 최선을 다했다고 자기 합리화하거나 지금은 공부할 기분이 아니라는 핑계로 딴짓을 하며 시간을 죽인다. 그래서 결국 관리자들은 그냥 밀어붙인다. 옳고 그름을 떠나 프로젝트를 제 시간에 맞추기 위한 전략으로 아주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간단한 기능 하나를 만들면서 오만가지 케이스가 머리속에 떠오르고, 그와 함께 부정적인 감정들이 함께 휘말려든다. 그러면 기본기능 구현 비용, 부정적인 감정들을 견디거나 제거하는 비용, 오만가지 케이스를 처리하는 비용, 이렇게 3배(혹은 그 이상)의 리소스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와 당신은, 예전보다 코딩이 느려진 것이다.
너무 자학하지 말자는 차원에서
p.s. 오만가지라고 해봐야 한번에 많아야 2-3가지 정도일 뿐.
Comments
12 thoughts shared
reserve
저의 개념less를 잘 설명해주신 첫줄 ;ㅂ;
영록
Task Managing의 오랜 숙제인 머릿속 과제간 경쟁 문제군. 요즘 제시되는 해결책은 "적어놓고 미루기"인 듯. 적어놓으면 안심하고 잊어버린 채 당면 과제에 집중할 수 있다는. 다만, 이게 되려면 자신의 할 일 관리 시스템에 대한 스스로의 신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보통은 적어놓고도 안절부절 하게 되기도-_-a
마틴
올만에 들어오늘 옳은말 써놨네 ㅋㅋ
난 개발 할때마다 부정적인 감정을 학습하고 있어...끙...... ㅡㅡ"
@영록 그러게. 적어놔도 여전히 안절부절 못하게 되더라. 그런 상황에서 자주 사용했던 전략은 자기기만이야. 분명히 중요한 사항인데도 불구하고, 일시적으로 쓸모없는 기능이라고 자신을 속이는거지. 그러면 당면 과제에 집중하기가 쉽더라구. 물론 후폭풍 부작용이 심각하더라. 자기기만 후에 오는 찝찝함도 문제지만, 기만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시작하면.. 초개념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경우가 많아서 ㅋㅋ
@마틴 형 오랜만이에요. 어떤 사건을 받아들일 때 그것이 부정적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임계치를 낮추는 것이 해결책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다보면 눈높이가 떨어져서 전체 완성도가 떨어질까봐 염려가 들기도 하고요. 쉬운 게 없네요 ㅎㅎ;
@Jang-Ho Hwang 회피를 말하는게 아니었어.. "구현"에서만 손을 때는걸 말한거지.. 우리가 아는 수많은 어르신들이 하고 계신 그런 일들말야.. 아니면 착취를 하거나.... 끌끌~
@neonatas 그런거였군.. 그것이 지금의 내겐 회피여서, 별 생각없이 회피라고 생각한 나를 용서하길. 코딩을 계속 반복하면서 꾸물거림을 만드는 핵심원인이 뭘까 생각해보다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것을 다시 파보고 있어. 그것은 바로.. 암기력.
쎄미
아.....이런 이유였군요 ㅠㅠ 어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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