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과 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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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미해볼만한 내용이라 그대로 옮긴다.

인류는 집단을 형성하는 동물이지만, 그것은 일반적으로 생각되듯이 군거본능 때문은 아니다. 개인의 정신이란 수많은 온갖 사적환상의 소굴로써, 인류의 개체는 홀로 내버려둔다면 개인으로서의 일체성과 일관성을 보유할 수 없으므로 현실에 적응할 수가 없다.

인류가 연명할 수 있기 위해서는, 각 개인의 사적환상을 부분적으로나마 어느 정도 공동화해서 공동환상을 만들고, 그 공동환상을 마치 현실인 양 간주하여, 이 의사현실에 적응하는식의 우회로를 취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작게는 가정의 일에서 크게는 국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형성하는 집단은 공동환상에 기반을 두고 성립되어 있는 것이다.

어떠한 집단이건, 집단의 문화/도덕/이상/규범/풍속/상식/제도 등을 비롯한 그 밖의 일체의 것이 환상의 산물이다. 어느 집단 속에서 현실로 간주되던 것조차 환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며, 어느 집단에서의 냉정한 현실주의자는 다른 집단에서는 열기에 들뜬 망상광의 범주에 들는지도 모른다.

집단이라는 것이 어떤 합리적 기반 위에 서 있다는 생각은 큰 잘못이다. 집단은, 어떤 불행한 조건 아래서 간혹 미쳐버리는 수가 있는 것이 아니고, 또 기본적인 면에서는 정상이나 표면의 말초적인 점에서 때때로 미쳤다는 것도 아니고, 집단이 집단인 한 본질적으로 미쳐 있는 것이다.

집단의 공동환상이 환상임을 깨닫지 못하는 것은, 그 공동환상에 자기의 사적환상을 공동화하고 있는 자 - 곧 집단의 구성원뿐이다. 우리들에게 있어서, 우리가 소속되어 있는 집단 이외의 집단은 필연적으로 괴상하고 광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기는, 개인이 자기 속마음은 좀체로 밝히지 않고, 일상생활에서는 일반적으로 통용하는 외면을 몸에 걸치고 몸단장을 하고 있는 것처럼, 집단도 여느 집단에게 수상쩍게 보일 부분은 보통 숨기고 있으므로 이것은 반드시 명백하진 않지만, 어떤 기회에 집단의 본심이라든가 실태가 드러나면, 그 집단의 구성원 이외의 사람들은 곧장 아연해진다.

어떠한 집단에서도, 다른 곳에서는 결코 통용할 것 같지 않은 일이 많건 적건 상식이니 관례니 해서 통용되고 있다. "어찌 그런 바보스럽고 가혹하며 어처구니 없는 일이 태연하게 통용되는 것일까. 바보천치들만 모여 있는 것도 아닐텐데, 말리는 사람은 없었던가" 하고 곁에 있는 사람들로서는 불가사의 하겠지만, 집단 안에 있는 자들로서는 알지 못한다.

몇년전부터 예스24에서 일시품절로 표시되어있어 지인들에게 추천도 못하는 책, 기시다 슈가 쓴 게으름뱅이 정신분석 2 의 '집단과 광기' 파트에 있는 내용 일부분이다. 게으름뱅이들의 정신은 도대체 어떤가-를 다루는 내용이 아니라 저자인 기시다 슈가 자신을 게으름뱅이라 칭하여 '게으름뱅이가 해본 정신분석'이 이런 제목으로 출판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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