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3일이 지났다.
아직 사내에 기획/디자인 하시는 분이 없어서 대표님과 둘이서 북치고 장구치며 목업툴, 협업툴 리뷰/결정/세팅하며 기획하고 있다. 당장 디자이너가 없는데 프로토타이핑은 해야 하고 나 스스로 거지같은 디자인은 견디지 못하니 Sketch 툴 공부하며 유료 리소스 사다 만들 준비 중이다. 회사 도메인을 정하고 구입하여 구글앱스 세팅을 거쳐 현임직원들에게 이메일 주소를 발급해드렸다.
주니어 개발자 구인공고를 냈고 많은 분들이 지원의사를 밝혀주셨다. 한 분은 어제 인터뷰를 봤고 딱 원하는 인재상이라 즉시 채용결정을 했다. 다섯 분 정도 지원의사를 밝혀주신 분들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회사 스타일과 맞지 않는 분들이어서 인터뷰까지 못 가고 거절 메일을 보내드렸다. 거절 메일 쓰는 건 심적으로도 그렇고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무엇보다 직접 만나보지도 않았는데 거절을 한다는 건 오만의 죄의식을 꽤나 자극하는 일이라 가능한 한 거절원인을 상세히 설명해드리는 게 예의인 것 같아 열심히 회신 메일을 쓰는데 이게 참 익숙해지지도 않고 에너지 드는 일인 것 같다. 돌아오는 오후에도 인터뷰 일정이 하나 있다. 이런 자리 나도 힘들지만 상대방은 또 얼마나 힘들까. 사람은 자원이 아니다. 그냥 사람이다.
번아웃 방지를 위해 매일 칼퇴하여 일을 잊고 다른 활동들을 한다. 첫째 날은 복싱으로 달리고, 둘째 날은 남사친과 술 마시며 놀고, 셋째 날은 여사친과 밥 먹으며 놀았다. 아마 넷째 날은 다시 복싱이 되겠지.
같은 층에서 일하는 분들과 점심을 두 번 먹었다. 소화가 잘됐다. 새로운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은 언제나 재미있다. 다이렉트로 치고 들어가는 습관을 절제하느라 에너지가 꽤 필요하지만 이짓도 자주 하다 보니 매우 익숙해져서 별 스트레스 없이 즐기며 할 수 있게 된 듯하다.
악기 연습을 거의 못하고 있다. 기타는 3일째 못 건드렸다. 당분간 회사 팀빌딩이 될 때까지는 피아노만 칠 것 같다. 감성 터지는 곡들보다는 기계처럼 연주할 수 있는 체르니나 평균율이 적절하다. 매우 단순해 보이는 곡들이긴 해도 건반을 직접 후갈길 때만 얻을 수 있는 무시무시한 카타르시스가 있다. 그것 때문에 피아노를 끊을 수가 없다. 마약 같은 것이다.
운동 같이 하는 친구가 나보고 새 회사 가면서 정신이 헤이해졌다고 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즉시 "내가 운동을 덜 하는 게 아니라 니가 존나 많이 하는 거라고 또라이야 우리 내일모레면 마흔이라구! 우리 본업을 잊으면 안 돼!" 하지만 비겁한 변명이라고 꾸짖는다. 이 포스트는 그 친구의 압박에 대한 변명글이다. 물론 그 친구가 이 글을 볼 일은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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