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텔페니데이트(MPH) 1일차. 첫 복용을 한 지 3시간이 지났다. 태어나서 복용했던 그 어떤 약물보다도 임팩트가 크다. 조금 억울해졌다. 왜 병원을 마흔 살이 되어서야 갔을까. ADHD는 의지의 문제가 절대 아니며, 병원 가서 약 처방받아 먹으면 된다. 욕심과는 구별해야 하므로 반드시 뇌파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ADHD가 없는 사람이 MPH를 복용하면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 분명하다. MPH의 효과는 힘이 나게 해주는 것과는 거리가 아주 멀고, 평생 달고 살던 내부 방해막들이 몇 시간 동안 모두 없어지는 것뿐이다. 주의력을 매초마다 소모시키던 어떤 존재들이 없어져 주의력이 정상이 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중력을 유지하기 쉬워지는 거다.
약을 먹고 나서 즉시 체감한 것들을 몇 가지 정리해본다. 평소에는 파워풀한 일꾼들만 있고 관리자가 없었던 느낌인데 이제 관리자가 생긴 기분이다. 그래서 컨텍스트 스위칭이 매우 쉬워지고 정보들을 종합해 판단하기가 수월해졌다. 또 하나 특이한 게 있다면, 각종 감정들이 다 지각은 되는데 평소처럼 크지 않아 감정에 휘말려 페이스를 잃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 드라마를 틀어놓고 일하는 것은 100%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이제 가능하다. 약간 슬픈 게 하나 있다면 평소에 아주 좋아하던 음악을 들으며 느끼던 좋은 감정도 1/4 정도로 줄어서 밍밍해졌다. 감정이 약해지며 귀찮음도 함께 약해졌는지 중요하지 않은 잡일을 처리하는 데 들던 소모하던 의지력이 절약된 것도 내겐 큰 장점이다. 조심하는 마음도 평소보다 줄어든 것 같다. 이 글을 작성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거의 소모되지 않았고 시간도 적게 들었다.
의지의 문제로 착각하고 정상인들의 능력을 가지려고 그동안 투자한 시간들이 조금 아깝긴 하지만 ADHD 상태일 때의 나만이 처리할 수 있는 일들도 많고, 그동안 개발한 능력들을 통해 약물 없이도 정상인의 전전두엽 기능을 대부분 흉내낼 수 있게 됐으니 괜찮다. MPH는 약효가 최대 12시간이고 내성이 생기지 않으니 내부 관리자가 필요한 날에만 복용하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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