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에 걸친 사고를 정리하다

3 min read

본좌에게 장시간은 72시간 이상이다.

뇌내 컨텍스트 스위칭 성능이 떨어져서, 머리속에 토픽이 하나 들어오고나면 어떻게든 마무리 짓지 않고는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72시간은 내게 상당히 긴 시간이다. 이 안좋은 습관 덕분에 강한 토픽에 머리속에 들어오면, 해결되기 전까지 다른 모든 업무는 all stop 이다.

[무엇인가에 불만이 생겼을때]

어려서는 그 불만을 극복할 힘이 없었다. 나이가 어려서 힘이 없었던것이 아니라 능력이 부족했다. 그러므로 자연히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지 못하고, 피하게 된다. 단순히 그 자리를 피하거나 쌩까는 것이 이 시절에 사용했던 방법. 혹자는 땡깡을 부릴 수도 있겠지만, 난 아주 어려서부터 땡깡과는 거리가 먼 아이였다는 부모님의 증언 -.- 아주 어려서부터 그랬다니 선천적인 무엇인가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땡깡 부리는 이미지가 아니였어서 그저 그걸 지키려고 했었다.

거절하는 방법이 지금 생각해보면 어렵지도 않고, 단지 이전에 노출된 자기 이미지를 지키려하는게 자신에게 좋은게 없다는걸 몰랐을때는 피할 수 밖에 없었다. 불편함을 주는 근원지로부터 피해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기쁘기 때문이다. 혹자는 책임감이란 말로 트릭을 피우기도 하지만, 가볍게 무시해 준다.

그러다 불만을 표현하고 거절하는 방법을 연구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차적으로 사용한 수단은 글로 표현하기이다. 대부분이 이메일을 통해 이루어졌다. 작문을 통한 불만표현은 내게 좋은 점이 많다.

  1. SEND를 누르는 순간까지 혼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준비하여 공격할 수 있다.
  2. 내용을 끊김 없이 전달 할 수 있다. (말 자르는 사람이 많다)
  3. 시작부터 결론 도출까지 피드백이 없으므로 뚜렷한 내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다.
  4. 난 오프라인에서 감정 드러내기에 익숙하지 않다.
  5. 결론 도출전까지 상대방이 불편해 하는 모습을 보고 약해지지 않을 수 있다.

글로 작살내기 방법은 순발력이 필요하지 않다. 난 speech 에서의 순발력이 0에 가까웠으므로 이 방법은 내게 너무나도 유리하다. 초반에 이 방법을 사용하여 공격하였을때 대부분 돌아오는 회신 메일은 이거였다.

"만나서 이야기합시다."

오우 지쟈스. -_- 난 30줄의 메일내용을 작성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초반에는 3시간도 넘게 걸렸고,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30분정도는 걸린다. 그만큼 준비작업이 많고 검토도 많고 반격의 여지가 없도록 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 물론 그래도 헛점이 드러날때가 있지만,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그런데 만나서 이야기하자니! 만나서 이야기하면 99% 상대방의 페이스에 휘말려든다. 요새는 다년간의 훈련으로-_- 휘말림 확률을 50% 이하로 줄였다. 내 마음까지 휘말리는 경우는 20% 이하이고 나머지 30%는 이건 아니라는게 확실하지만, 대화흐름상 내가 패배했음을 의미한다.

휘말려서 대화가 종료된 사실만으로 난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 집에가서 다시 열심히 곱씹어보고 상대방 의견의 정당성을 심도있게 고민한 후, 이건 아니다 싶으면 다시 메일을 보낸다. 여기서 다양한 반응이 온다. "그 얘기는 지난번에 끝난 이야기가 아니냐" 등으로 신나게 지랄을 하는데, 휘말리면 안된다.

아무튼 이런 방법의 문제점은. 피드백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므로 너무 혼자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글내용은 의견을 구하는 것보다는 거의 "통지"에 가까워진다. 결국 말하기 연습을 시작했다. 친구들과 술 마시며 대화도 많이하고 상대적으로 말함에 편안함이 있을 수 있는, 관계에서 내가 유리한 입장에 많이 서서 대화를 많이 시도하였다.

대화력이 부족한것도 있었지만, 이 시점에서 가장 많이 느낀것은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점들도 많았다는 것이다. 정말 많은 소득이 있었다. 내가 잘못 알고 있던 사실들도 많았고, 대화를 진행함에 있어서 상대방의 기술을 배울 수도 있었다. 한번에 너무 잘하려고 했었던것 같다.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반드시 다른 것을 잃어야 했다.

11월 14일부터 정직원으로 출근한 회사에 지난주부터 애사심이 확 떨어졌다. 여태까지 혼자 생각한 것만으로 분석해보면 미래에도 불만이 사라질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불만 대상들과 대화를 시도하여 내 불만이 사라질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아야겠다. 이 행위는 대단히 불편하지만, 시도하지 않고 이 회사를 포기하는 것은 위에서 한참 작성한 내 과거와 다를 바가 없으니 그럴 수 없다.

대화를 시도하여 개선의 여지를 꿈꾸려는 의도는 없다. 단지, 그저 피해버리면 내 스스로가 편치 않을것 같아서이다. 개개인의 인성에 대한 부분도 있으니 아무래도 대화만으로 시작하면 불편하기도 하고 의사전달이 어려울테니, 메일을 작성한 뒤 이 안건에 대하여 대화를 시작하자고 요청해야겠다.

이 작업이 끝나면 지난 10월 중순 계획으로 롤백해야겠다.

Comments

10 thoughts shared

01
H

Hezron

무슨일인게냐앙... 걱정된다. 음냐~

==

리퍼러보고 왔다.

테터 새로나온걸로 바꿨는데, 매우 조쿠나~

우르잇힝~

http://WowAni.com

02
N

nainu

화이팅~

노하우 설명하시기 쉬운 것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흑흑.

03
R

rath

일단 진정되었다. 외부환경에 영향받지 않도록 더 신경써봐야겠다

04
P

pistos

글빨도 안되고.. 말빨도 안되는데다..

기본적으로 사상이 다른 직속상관과의 관계에서는... 에휴.. ㅠㅠ

요새 그런 상태인고로...

05
R

rath

그런류의 스트레스 해소로는 책이 최고..

06
R

rath

동윤아~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

무슨 노하우를 쉽게 설명해야되는걸까!

밥사주면 알려주지~ --;

07
P

pistos

쇼퍼홀릭 열독중~ :)

08
R

rath

그거 보면 스트레스해소는 모르겠지만, 지출이 커지는 부작용은 안생기나요~?

09
N

nainu

대화에 휘말리지 않는 방법. ㅠㅠ

10
P

pistos

카드신이 보우하사... 움하하하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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