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에 출간된 이 책. 읽어본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실용주의 프로그래머 같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음에 들어할 지도 모르겠다. 왜 인용을 하는가에서 언급했듯이 '나 이 책 읽고 있어요.' 혹은 '나 이 책 읽어본 적 있어요' 류의 자랑용 멘트를 도와주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을 구입하기 전인 2004년 여름 이전에는 여자친구가 없었고 (라고 쓰고 마법사라 읽는다) 그 이후에는 소개팅 성공률도 높아지고 여자친구도 생겼다. 하지만 나 또한 어리버리 good boy 였기 때문에 이 책의 정보들을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마음으로는 납득하기 싫어서 행동으로 옮기기 못하였고 이후 사귄 여자친구들한테도 신나게 욕을 들어먹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류의 책을 읽고 연애를 하는 사람들에게 돌을 던지려 들지 모른다. 뭐 던져라. 나는 갑옷이 튼튼하다. 나는 이 책이 조금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senux님에게 빌려줬다가 오늘 받은 책, 기시다 슈가 쓴 게으름뱅이 정신분석 1권에 나오는 다테마에와 혼네를 기억하는가? 클릭이 귀찮거나 RSS 리더를 통해 읽는 사람들을 위해 내용의 일부를 다시 보여주겠다. 일단 다테마와 혼네에 대한 차이점이다.
세상은 '다테마에'로 움직이고 있다. 부모는 자식을 사랑해야 되고, 자녀는 부모에게 감사해야 된다. 학생은 교사를 존경해야 하며, 교사는 여학생에 대해서 성욕을 갖으면 안 된다. 친구끼리는 서로 돕고, 공무원은 공복으로서 국민을 위해 이바지하고, 신문은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 같은 '다테마에'는 자주 '혼네'와 어긋난다. 이 경우, 다테마에는 기만이며 그런 것은 내팽개치고 혼네대로, 각각의 인간성대로 진실에 충실히 살면 된다고 단언할 정도로 사태는 단순치가 않다.
진실을 말하건대, 부모라고 해서 자식에게 반드시 애정을 가질 수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바보 같은 교사도 우굴우굴한데 그들을 존경하라고 말해 봤자 억지일 뿐이다. 예쁜 여학생을 보면, 교사도 성욕을 자극받는다. 혼네(진심)대로 행동했다가는, 방해가 되는 갓난아기는 죽여서 코인로커에 집어넣게 된다. 이것은 극단적인 사례라고 칠지라도, 인간관계는 어떤 공통된 겉으로 하는 표현(다테마에)를 서로 지키는 것으로 성립되는 부분이 크므로, 다테마에가 무너지면 인간관계도 허물어진다.
실용연애전서를 읽고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아래 기시다 슈의 다테마에와 혼네 분류 글에서 첫번째 유형을 탈피해야 한다. 두번째가 되든 세번째가 되든 신경쓰지 않는다. 아무튼 첫번째 유형일 경우 아무리 읽어봐야 소용없다.
어긋난 겉으로 하는 표현(다테마에)과 진심(혼네)를 어떻게 조정하느냐 하는 것이 인생의 큰 문제가 된다. 또, 원칙은 우리가 놓여 있는 사회적 입장에 맞물려 있어서, 우리는 국민으로서, 사원으로서, 남편으로서, 어버이로서 등등 갖가지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기의 다테마에 사이에도 자주 모순이 생기고 그 조정도 문제다.
첫번째 방법은, 어떤 한 다테마에를 단호히 지키며 다른 것은 일체 무시하는 방법이다. 이 방식에 따르면 당사자는 적어도 주관적으로는 모순이 없는 삶을 가질 수 있지만, 한편으로눈 무리가 있다. 고지식해서 인간성에 여유가 없고 도무지 재미있는 데가 없는 말라 비틀어진 인간이 되기 쉽다. (중략) 어쩌다가는 성인이니 위인이니 군신 등으로 떠받들어지기도 한다.
두번째 방법은, 반대로, 다테마에를 버리고 정색하고 나서서 혼네를 좇아 사는 방법이다. 이것은 나쁘게 될 경우에는 범죄자로서 사회에서 베재될 위험이 있지만, 예술 등 어떤 영역에서 재능이 있는 경우는 이것도 어느 정도는 가능한 방법이다. 그러나, 범죄자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아웃사이더로서 소외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 이 부류의 사람은 멀리서 보면 참으로 자유분방하게 행동하여 남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가족등 직접적 접촉을 갖는 사람들에게는 폐스럽기 이만저만이 아닌 존재다.
세번째 방법은 겉으로는 어디까지나 다타마에를 따르고 뒤에 숨어서는 혼네를 만족시키는 방법이다. 위선자가 이에 속한다.
위의 셋이 전형적인 방법인데, 대개의 사람은 그 어느 하나가 아니라 때와 경우에 따라서 여러 방법을 구사해서 그럭저럭 다테마에와 혼네의 모순을 조정해 가는 듯하다.
인간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성인, 어느 정도는 범죄자, 어느 정도는 위선자다.
내가 여태까지 살아온 경험들에 의하면, 착한 남자들이 첫번째 유형에 속한다. 착하지 않더라도 애인이 잘 안생기는 유형의 사람은 다테마에를 따르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여자 만나기가 쉽지 않다. 내가 살면서 본 여자들은 대부분 두번째 혹은 세번째 유형이다. 이럴 경우 여성 개체 입장에서는 껍데기가 어떻든지 혼네는 확실히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혼네를 완전히 무시하고 사는 남자들과 대화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남자들 중에도 혼네만을 좇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말은 여자중에도 다테마에만을 따르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니 평생 혼자 살아야 되나.. 하는 고민을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럴 경우 만날 수 있는 확률이 대단히 적다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기시다 슈는 세번째 유형을 위선자라는, 많이 부정적인 표현을 하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세번째 유형이 많다. 하면 된다 안된다를 떠나서 대단히 안전하기 때문. 이들은 치팅 컬처를 생각나게 해준다. 반칙이다 반칙.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비슷한 사람들끼리 맺어진다. 서로의 외모가 아무리 맘에 들더라도 다테마에와 혼네 비율이 서로 다른 커플이라면 절대로 오래가지 못한다. 오래 가더라도 무지 피곤할 것이다. 대화가 안통할테니까. 물론 몸으로만 대화를 한다면 할 말이 없다.
꽤 많은 줄을 다테마에와 혼네에 대해 썼다. 별 수 없었다. 내용은 좋지만 제목과 주제가 남사스러워 선택하지 못할 것 같은 노파심에 그랬다. 하지만... (실용연애전서 52쪽)
성공의 열쇠는 제대로 된 정신 자세다." 라는 말은 "성공의 열쇠는 성공이다." 라고 하는 것만큼 무의미한 소리다. 사람들은 '정신 자세'라는 말을 너무 쉽게 쓰고 있다. 하지만 그 말은 그다지 도움되는 것이 못 된다. '정신 자세'와 성공은 모두 일관되게 어떤 일을 해서 나온 결과물이다. 운전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면 저절로 제대로 된 '정신 자세'를 갖추게 되고 또 제대로 운전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연애와 사랑도 제대로 배우고,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만 알면 연애에 딱 맞는 '정신 자세'를 갖출 수 있고 성공적인 연애도 할 수 있다.
이 책에 나온 비법들을 공부하고 실전에 응용하기만 하면 여러분은 제대로 된 '정신 자세'를 갖추게 되고 그것은 바로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다. 게다가 여러분은 제대로 된 '정신 자세'가 어떤 것인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가르쳐 줄 테니까 말이다.
대부분의 책들에서는 남자는 어떻고 여자는 어떻고.. 만 써놓고 실제로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제시하는 책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제시해준다. 샘플을 몇 개 보여주겠다.
'탐색전 데이트' 에서 발생 가능한 10가지 문제.
여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어 여자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라고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함부로 결론지으면 안된다. 여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하나?
최대 15분까지만 기다린다. 20분, 30분, 40분 혹은 그 이상 늦어지는 여자를 기다리고 있으면 나중에 여자가 나타난다 해도 여러분을 여자 하나에 연연하는 못난 남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30분 이상 지각한 여자가 늦게 타나났다. 여러분은 이미 떠나고 없다. 그래야 여자에게 자신의 시간만큼 여러분의 시간도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다. 일단 약속 시간 15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는 여자는 안 온다고 보는 편이 낫다. 여자가 메시지를 남기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다음 날 전화해서 약속 장소에 나가지 않아서 미안하다고 말한다.
결국 여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 수치스러운 상황을 역전시키려면 그 '다음 날' 전화해야 한다. 우리는 남자들에게 여자를 상대로 거짓말하지 말라고 가르치지만 여자에게 바람맞았을 때만큼은 예외다. 여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바로 그날 전화해서는 안 된다. 다음의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당일에 전화하면 안달하는 것처럼 보일 위험이 있다. 나도 바쁜 사람이다, 여자한테 바람맞은 것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둘째, 어쩌면 여자가 먼저 전화해서 사과할 수도 있다. 물론 우리와 훈련생들의 경험으로는 그런 일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다음 날 전화해서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물론 여러분은 그 자리에 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말해야 한다. "어제 약속을 못 지켜 정말 미안합니다. 갑자기 회사 일이 꼬여서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어요. 정말 미안합니다. 제대로 용서를 빌 수 있도록 다시 만날 기회를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러면 여자는...
여자가 또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여자가 친구를 데려왔다.
지루하거나 이상한 여자다. 그래도 이 여자와 섹스하고 싶다.
로맨틱한 질문과 대화 때문에 여자가 불편해한다.
여러분이 너무 서둘러 밀어붙였다.
여자의 아름다움에 압도당했다.
여자가 여러분의 화를 돋우거나 여러분이 여자의 의견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작고 사소한 일을 하지 않았다.
여자가 여러분의 품에 안겨 울고 싶은 생각은 있어도 여러분과 섹스할 생각은 없다.
이런식이다. 디테일에 약한 남자들에게 힘이 되어줄 책. 이름하야 실용연애전서.
여자가 일으키는 문제를 해결하는 8가지 비법
여자의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해서는 안된다.
(중략).. 문제를 해결해 주면 여자는 여러분을 볼 때마다 그 문제를 떠올릴 것이고, 여러분을 '남자'가 아닌 '친구'로 생각할 것이다. 여자와 싸우는 것은 폭탄 제거와 같은 일이다. '무엇이 중요한가?'를 끊임없이 생각한다.
(중략).. 싸우지 않고는 못 견딜 것 같다면 이것 하나만 생각하자. '여자가 여러분의 생각이 옳다고 인정하는 것이 더 중요한가, 아니면 그녀를 품에 안는 것이 더 중요한가?' 여자와 싸우고 싶을 때는 항상 그 물음의 답에 따라 행동하기 바란다. (후략).. 화난 여자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에서 작가로 분한 잭 니콜슨은 "여성 등장 인물은 어떻게 만들어 냅니까?" 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먼저 남자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논리와 책임감을 빼 버립니다." (후략)... 자기 개인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중략).. 여자가 다음과 같은 행동을 할 때 절대 자기 개인에 대한 모욕이나 공격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 응답 전화를 안 한다.
- 약속에 늦게 나타나거나 아예 나타나지 않는다.
- 막판에 가서 약속 내용을 바꾸거나 약속을 아예 취소한다.
- 여러분이 그녀를 위해 하는 모든 일을 전혀 고마워하지 않는다.
- 냉정하고, 무관심하고, 모욕적인 행동을 일삼거나 가까이 가기 힘들게 군다.
- 여러분의 유혹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 인사를 해도 무시한다.
여자의 무례함에 우아하게 대처해야 한다. 여자의 말을 '적극적으로' 듣는다.
여자는 자기 이야기를 들어 주고 그 이야기를 되풀이 말해서 잘 들었음을 보여 주기만 해도 화가 가라앉는다. 변명해서는 안 된다.
(중략) 여자는 행복하고 당당한 인생을 위한 하나의 조건일 뿐, 절대 인생 그 자체가 아니다. 이 원칙을 잊으면 화가난 여자 앞에서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게 된다. 여자가 묻는 말에만 대답하면서 갈등에 당당하게 대처해야 한다.
세부 내용을 읽어보니 어떤가. 좋은 책이 맞다. 한창 이 책을 읽던 2003년, 2004년 시절, 만나던 여자들에게 이 책을 보여주면서 이 내용이 맞냐고 물어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미친짓이지만.. (그래서 안됐나) 그녀들은 은은한 웃음을 날리며 열심히 공부하라고 했었다.
오래전에 읽었지만 이 책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에 ㄱ- 미루고 미루다가 유부남이 되어 당당하게 올린다.
Comments
2 thoughts shared
다즐링
푸하하 -_-;;;; 맞습니다. 저책은 숨겨두고 꽁꽁.. 읽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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