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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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누적된 육체의 피로로 정서까지 오염되가고 있습니다. 회복 시도 3일째인데, 완쾌되려면 1주일은 족히 더 쉬어야 할 것 같네요.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를 읽다가, 문득 블로그에 포스트해두고 특수한 정서상태가 됐을때 두고두고 보기 위해, 그리고 좋은 문장들을 이 공간에 방문해주는 사람과 공유하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블로그 포스팅을 합니다.

아래 내용은 page 235-236에 걸쳐 있는 내용이고 클로이가 주인공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내 혼란을 너에게 드러낸 것이 미안해. 우리의 파리 여행을 망쳐버린 것이 미안해. 멜로드라마를 피하지 못한 것이 미안해. 두번 다시 그 비행기에서처럼 울지 않을 것이고, 두번 다시 그렇게 내 감정들 때문에 마음이 찢어지지는 않을 거야. 너는 나한테 무척 잘해주었어. 그것 때문에 나는 내내 울었어. 다른 남자 같았으면 나더러 지옥에나 가라고 욕을 했겠지만 너는 그러지 않았어. 그래서 너무나 어려웠어.

터미널에서 너는 어떻게 그렇게 울면서도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느냐고 물었지. 이해해줘. 나는 이것이 계속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울었어. 하지만 여전히 나를 너에게 묶는 것이 너무 많아. 너는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나는 그것을 너에게 줄 수 없게 되어버렸어. 내가 너에게 사랑을 주지 못하는 상태를 계속 이어갈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것은 부당한 일이고, 우리 둘 다 파괴해버리게 될 거야.

정말 너한테 쓰고 싶은 편지는 쓸 수 없을 거야. 이 편지는 지난 며칠 동안 내가 머릿속에서 너에게 썼던 내용이 아니야. 너에게 그림을 그려주고 싶지만, 나는 펜 놀리는 솜씨가 별로잖아.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없을 것 같아. 네가 빈 부분을 채워주기를 바랄 뿐이야.

네가 보고 싶을 거야. 우리가 함께했던 것들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어. 우리가 함께 보낸 몇 달을 사랑했어. 모든 것이 초현실적으로 뒤섞여 보여. 아침 식사, 점심 식사, 오후의 전화, 일렉트릭에서 보낸 심야, 켄징턴 가든스 산책, 어떤 것도 그것을 망치게 하고 싶지는 않아. 사랑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시간의 길이가 아니야. 느끼는 것과 하는 일이 모두 강렬해진다는 것이 중요한 거지. 나에게 그 시간은 삶이 다른 데 가 있지 않았던 몇 번 안 되는 시간 가운데 하나야. 너는 나한테 언제나 아름다울 거야. 아침에 잠을 깨서 네가 옆에 있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았는지 잊지 못할 거야. 나는 너에게 계속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을 뿐이야. 천천히 상해가는 모습만은 보고 싶지 않았어.

여기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 크리스마스는 혼자 보내거나 아니면 부모님과 함께 보내겠지. 윌은 곧 캘리포니아로 간다니 그렇게 되겠지. 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니까 그러지 마. 윌은 너를 무척 좋아하고 너를 엄청나게 존경하고 있어. 그 사람은 벌어진 일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일 뿐이야. 지저분한 편지 용서해줘. 이 두서없는 편지를 보면 내가 너와 함께했던 방식이 어떤 것이었는지 기억나겠지. 나를 용서해줘. 너는 나한테 너무 잘해주었어. 우리가 계속 친구로 남았으면 좋겠어. 내 모든 사랑으로...

이 편지는 아무런 위안이 되지 않았다. 기억만 새롭게 할 뿐. 편지에서 그녀의 말의 억양과 악센트를 느낄 수 있었고, 그와 더불어 그녀의 얼굴 모습, 그녀의 살갗의 냄새가 되살아났다. 그리고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도. 나는 그 편지의 최종성 때문에, 확인되고 분석되고 과거 시제로 바뀌어버린 상황 때문에 울었다. 그녀의 구문에서 묻어나는 의심과 양면성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메시지는 분명했다. 끝났다. 그녀는 끝난 것을 안타까워했지만, 사랑은 썰물이 되었다.

나는 배신감이 휩싸였다. 내가 그렇게 많은 것을 투자한 관계가 나의 느낌과는 관계없이 파산 선고를 받았기 때문에 느끼는 배신감이었다.

알랭 드 보통 책 많이 봐야겠네요.

Comments

1 thoughts shared

01

다즐링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과 여행의 기술 보고 있어요.. 좋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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