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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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순 경부터 엄청난 수면의 쓰나미가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패턴이 언제부터 반복되었는지 돌이켜보면 2000년 여름. 회사일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27시간을 잤다. 그 이후부터, 오후 늦게 혹은 밤에 출근하여 밤을 지새우고 사람들이 출근하는 모습을 보며 피곤한 기색없이 계속 일을 하다가 다른 사람들 퇴근 시간쯤 되면 퇴근하곤 했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2일에 한 번은 날 볼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나의 계약이 2일에 한번 출근하는 거였다면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저 2일에 한 번 오는 사람이니 2일째 되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날 대할 수 있겠지만, 그들이 2일만에 만난 나는 날밤 깐 사람이라는 것이 문제다. 밤샜으니 피곤하지 않냐는 등.

게다가 밤 샌 사람은 예민하다는 얘기도 있으니, (솔직히 내가 진정 예민해졌는지 느껴본 적은 없다. 과다한 커피 복용으로 아드레날린이 과다 분비됨을 느낀 적은 있는데 경험이 많지 않다.) 나의 이상 행동(?)을 상대방이 사면해주는 지국에 이르게 된다. 내가 나의 예민함 혹은 주의력 소실에 대해 인지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상대방이 나를 사면해주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나는 스스로의 문제점을 깨닫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이것이 또 하나의 큰 문제점을 만들게 되는데, 대인관계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만날 약속을 하고 지키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되어 한 친구로부터 '너랑 만날 때는 한 명을 더 부를꺼야. 왜냐하면 안나올 가능성이 너무 높거든 -_-' 이란 말을 들은 바 있고, 또 한명의 친구는 내가 자고 있을만하거나 목소리가 이상하면 더 이상 만나자는 offer 를 하지 않기까지 한다. 이런 나를 이해해주는 그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을 전한다.

서로 정을 키워나가고 있다면 그것 또한 반드시 좌초된다. 이 긁을 읽는 당신 또한 그렇겠지만 낮에, 그것도 오후 2-3시까지가 아니라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내리 자는 그런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의 이런 생활패턴을 6년 넘게 지켜본 부모님 조차 아직도 이해를 하지 못한다. 그런데 누가 이것을 감히 믿으려 하겠는가? 그들이 나를 필요로 할 때 내가 주위에 없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곳(꿈나라)에 있다면, 처음에는 이해하려고 노력하다가 이내 지쳐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밤에는 거의 누구나 우울해진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자는 사람들의 경우 끽해야 오전 3시면 잠자리에 든다. 그러면 센치해지는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자신의 잠깐의 센치함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밤에 깨어있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은 사람은 그것을 깨달을 여유가 없다. 아니 센치함만이 진실이고 활발한 것은 거짓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을 생활패턴 문제라고 훽 누명을 씌워버리고 변화를 꾀해보자.

그런데 모든 것은 인과응보라고, 생활패턴이 이렇게 꼬인 계기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대부분 극심한 우울증이다.

Comments

5 thoughts shared

01

싸이오블레이드

음... 사랑을 하면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 혹시 지금 여친이 계신건가요? 그래서 더 힘들어 하시는건가? 여하튼 사랑에 폭 빠지신다면, 모든 것을 다 극복하실 수 있을터... 저도 지금 와이프와 만나기 전까지는 rath님과 거의 동일한 생활패턴으로 살았습지요 ^^;

이것은 덤입니다 : http://www.youtube.com/watch?v=0-b7dLq11jI Natalie Cole - when i fall in love

02
R

rath

노래 잘 들었습니다. 그러길 빌어야겠네요. 지금은 의지력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깨어있는 시간에 하고 싶은 것도 없고요.

03

다즐링

-0-;; 뭐.. 잘될꺼예요 토닥토닥*

04
R

rath

흐흐~ 간만에 뵈서 반가웠어요

05

강철심장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내리 자는 그런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해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중에 하나인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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