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dead yet.
1년에 한 번 정도는 슬럼프에 빠진다. 허영이 섞인 말이다. 1년에 족히 서너번은 슬럼프에 빠진다. 이번 슬럼프는 3주밖에 날 벌하지 못했지만 통상 1-2달을 잡아먹는다. 2달씩 4번이면.. -_-
그저 슬럼프에 빠졌으니 잡생각은 머리에서 지워버리고 다시 쳐달리자는 것은 똥 위에 생크림 발라놓고 '아유, 똥이 참 달콤하게 생겼네요' 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생크림 떨어지면 다시 똥이 보이고 똥은 더욱 부패했으니 더 강력한 생크림이 필요해지겠지. 인과응보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이유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가닥이 안잡히니 진전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 기분에 생산성을 잃은 기분이 들어 불안해하기도 하고 실마리를 찾았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워낙 큰 고통이 수반되는 일이니 피하기 쉽다. 학지사의 이상심리학 시리즈 5권을 보면서 (강박성 성격장애, 분열성 성격장애, 자기애성 성격장애, 연극성 성격장애, 회피성 성격장애)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회피성 성격을 약화시키는 것임을 알았다. 무엇을 회피하는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추상적으로 얘기하면 고통이다. 그를 상속한 다른 속성들로 불안(anxiety)도 있고 두려움(fear)도 있다.
여기서 잠시.. Rage Against The Machine 2집에서 fear is your only god! 이 도배되는 vietnow 를 감상하자.
불안과 두려움이라.. 난 이녀석들을 대단히 싫어한다. 뭐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회피 능력에 대해서 알지 못하므로 확언할 수는 없지만 난 회피 레벨이 높은 편이라고 자부한다. 이 말은 범죄자가 '나는 다른 범죄자들 보다 훨씬 더 많은 죄를 저질렀지요. 나는 범죄자 중에서 최고에요!' 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아무튼 local domain 에서 승자가 된 것 아닌가. orz
그래서 이렇게 회피 능력을 통해 불안과 두려움을 통제해 왔다. 회피로 어떻게 통제를 하냐- 할 수도 있겠다. 불안과 두려움의 시각에서는 난 그저 겁쟁이일 뿐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들이 올 시점을 미리 예상하고 그들의 타격을 받지 않는 안전한 곳을 찾아낸 뒤 내 의지에 따라 재빠르게 이동(회피)할 수 있으니 내 입장에서는 통제가 맞다. 이것은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양성이 인정되는 세상이 아니였던가. 문제될 것은 없다 자기 자신을 믿는다면.
그런데 이렇게 회피를 특기로 살다보면 자신의 노력에 따라 레벨업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깨달음을 통해 다른 종족으로 거듭나기는 어렵다.
머리속에서 한 방에 끊김없이 처리할 수 없다면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 이것은 내가 스피드에 중독되어 있음을 나타내며, 과도한 훈련을 하는 이유이자, 일단 시작을 하면 빠르게 끝내는 이유이다. 한 방에 처리할 수 있도록 계속 훈련을 하고 있거나 아이디어를 시뮬레이션 하고 있는 기간은 대단히 길다. 허나 내 능력 안의 일이라면 바로 시작해서 끝을 본다. 이것은 심리적인 문제이다. 실제로 그것이 내 능력안인지 밖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실행에 옮겼고, 이미 불타올랐는데 그것이 내 능력밖의 일이라고 해서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 그 짜릿한 기분, 도파민이 철철 흘러서 가족도 친구도 술도 다 잊어버리고 쳐달리는 상태가 되었는데 왜 그만두나.
수많은 책들에 수많은 이론들이 널려있어서 어떤 이론에 의존할지 모르겠고 자신의 선택을 굳게 믿어야하는 세상이다. 내가 잘하는 것만 계속 강화시키는 것. 못하는 것은 철저하게 회피하는 것. 이런 방법으로 성공하려면 훌륭한 리더에게 의존성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의존성을 크게 하고 살 수는 없지 않나. 그런데 새로운 속성을 개척하려니 고통이 따르고... 그래서 결심했다. 고통을 수용하기로.
지난밤 서점에 갔다가 히라노 게이치로가 쓴 속독에 대한 철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슬로 리딩을 권하는 책을 보다가 내 학습법의 문제점을 깨닫고 글을 썼다.
고맙소 히라노 게이치로. 오독력(誤讀力)을 마음껏 발휘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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