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을 하고 있다는 것은, 프로젝트의 신경써야만 하는 수많은 이슈들을 잠시 가방에 넣어두고 한순간에 하나씩 집중하여 달리는 것을 말한다. 적어도 내게 코딩하고 있다는 것은 그런 것을 의미한다. 한번에 하나에 집중. 나머지 사항들은 머리속에 있지만 주의력은 전혀 할당되지 않는 그런 상태.
기술 관련 서적을 보거나, 자기관리 책을 보거나, 책들은 '좋은 책'이라는 뱃지도 받아야하기 때문에 한 우물만 파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래서 양서를 보거나 기사를 보면 주의력의 범위가 아-주 넓어진다. 마치 완벽하지 못하지만 열등감에 휩쌓인 완벽주의자처럼. (이라고 쓰고 산만해진다고 읽는다)
그래서 코딩을 하려고 딱 앉으면,
자각하고 있던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하기 때문에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에 나온 열정은 과거에 속하는 모든 것들을 파괴해버린다 가 생각나기도) 코딩에 제대로 몰두하기 어려워진다.
나의 경우 집중이 아주 잘되어, 흔히 'Flow' 상태에 빠지게 된 경우를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다.
몸이 아플 때 (여러가지 '하면 좋은 것들'에게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코딩해야하는 어떤 기술이 잘 안풀려서 화가 아주 많이 나 있을 때 (코딩에 집중하도록 마음이 알아서 움직여준다)
코딩해야하는 그 대상이 재미있을 때 (와이프랑 노는 것이 더 재미있다)
안하면 안될 때 (안하면 안된다는 긴장감이, 신경써야하는 다른 모든 것들을 잊게 해준다. 왜, 긴장하면 평소에 잘 하는 것들도 다 까먹지 않는가!)
코딩은 너무 마이크로 하다.
그렇기 때문에 쉬운 개발 언어들이 속속 등장하는게 아닐까 싶다. 마이크로한 곳에 오래 집중하고 있으면 개인 생활이 제대로 돌아갈리 없으니까.
그런데 실력이 미천한 탓인지, 아무리 프로그래밍 언어가 센스있고 API가 잘 설계되어있고 학습 코스트가 0에 가깝자 할지라도, 코딩은 코딩이다. 신경을 써야 한다. 관심과 관리가 없으면 말라죽는 화초처럼, 신경쓰지 않으면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린다.
그래서 나의 선택은 코딩 작업을 좀 더 추상적으로 만들기보다는, 마이크로와 매크로 레벨을 넘나들 수 있는 인간이 되는 것이였다. 쉽지 않다. 마이크로 해지면 성질도 더러워지고... 매크로 해지면 자잘한 버그들도 못잡고.. 확장성이나 유연성도 고려하지 못하고..
그럼 결국 나는 열정을 가지고 코딩을 한다는 얘긴데, 이것 상당히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열정이 있을 때는, 그것이 없는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퍼포먼스를 내주겠지만, 만약 상황이 좋지 않아 마이크로 레벨로 돌입할 수 없다면 일 진행을 거의 못하기 때문.
분명히 마이크로 레벨에서 하던 일들을 '정보화' 시켜서 매크로 레벨의 인간인 나에게 자습시킬 수도 있을텐데,
이상하게도 나의 국어실력이 부족해서인지, 마이크로 레벨 상태에서 내가 발산하는 메시지들을 매크로 레벨의 내게 전달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분명히 이 둘은 다른 사람이다. 이 두 종단간의 메시징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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