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무언가에 몰두해있을 때는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것에 대한 열정이 과거에 속한 기억들을 모두 일시적으로 제거했고 미래에 대한 걱정조차 둔감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500개의 버그 중에 고작 1개 고쳤다고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 버그를 박멸하기 위해 몰입했던 사람뿐이다.
열정은 유통기한이 길지 않으므로 머지않아 그는 자신의 과거를 되찾고 미래에 대한 걱정을 상기시키며 균형 감각을 되찾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리고 사소한 일에 다시는 열정을 불사지르지 않으리라 결심해본다. 이런 과정이 몇 차례 반복되면 그는 열정을 기반으로 한 몰입의 단점들을 서서히 깨닫기 시작하여 어느 시점 이후부터는, 몰입이 필요한 순간이 와도 자기 자신을 내던지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몰랐을 때면 모를까, ego를 집어던지고 있음을 자각하는 것은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그런데 만약 몰입 후에 느껴지는 허무함을 직시하지 못하고 그것이 정말 중요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전문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필요할 때 구워 삶아 먹기 좋은, 전문가. 그는 많은 보상을 받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팔아 넘길 수 있는 자원 중 가장 비싼 자원인 영혼을 팔아넘긴 댓가로 얻은 것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이런 방황을 하지 않을 것이다. 쉽게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지도 않을 것이다.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몰입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500개의 버그 중 몇개는, 누군가의 열정없이는 고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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