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는 그의 저서 문장론에서 독서란 스스로 해야할 생각을 타인에게 떠넘기는 행위라 하였다. 독서는 글을 읽는 것이지만 소스코드를 읽는 것으로 확장하여 사상해보겠다.
프로그래머는 읽어야 할 책이 대단히 많다. 남의 만들어놓은 플랫폼 위에서 노는 것이 프로그래머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해당 플랫폼 (Win32/Win64가 될 수도 있고 FreeBSD가 될 수도 있고, Java가 될 수도 있고 .NET이 될 수도 있고, Eclipse가 될 수도 있겠다)을 익히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소스코드를 보고 추측하는 방법도 있고, 그들이 작성해둔 문서를 읽는 방법도 있다. 그게 소스코드이건 문서건, 그들의 저작물을 읽어야 한다.
저작물의 완성도에 따라, 학습하고자 하는 사람의 독해 능력과 배경지식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부분 저자의 머리속 내용 그대로를 가져오기 어렵다. 빈 구멍들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빈 구멍들이 나올 때마다 생각을 한다. 여지껏 살아오면서 쌓아둔 경험들을 총동원하여, 혹은 상상력을 발휘하여 생각을 한다. 그래서 좋은 저작물이 많지 않던 시절의 프로그래머는 생각을 잘한다. (엄한 생각을 할지라도)
그런데 어느덧 프로그래머가 넘치는 시대가 왔고, 자연스레 프로그래머를 대상으로하는 마켓도 커졌다. 이제 좋은 저작물이 많다. 모든 정보를 다 담고 있지는 않지만, 최소한 마켓이 정의한 범위의 정보는 글만 읽어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만큼 퀄리티가 높아졌다. 동시에 읽기 좋은 블로그 포스트도 넘쳐난다.
그래서 프로그래머들은 점점 더 생각할 기회를 잃는다.
생각하는 것도 힘에 버거워진 마당에, 창의성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Comments
2 thoughts shared
가끔은, 좀 극단적으로, 제가 코드의 숙주가 아닌가( http://www.jong10.com/78 )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_-;; Meme( http://en.wikipedia.org/wiki/Meme )이라는 개념을 작은 범위에 적용한다면, 제 자신은 정말로 복제자가 되어버린 느낌이 들기도 해요. 후...
Continue Reading
Discover more thoughts and insights
클라이언트 인증서로 로그인 하려면
앞 글에서 클라이언트 인증서 이야기를 꺼낸김에 OpenSSL을 이용해 환경구축하는 방법을 간략히 설명한다. Prerequisite OpenSSL Nginx CA 만들기 디렉토리 구조를 언급하고 시작하겠다.
코딩신이 떠난 후 느껴진 책임의 무게
두 달간 깜짝 방문했던 코딩신이 드디어 자리를 비웠다. 소화하는 업무량에는 별 차이가 없지만 개발에 임하는 자세가 확연히 달라졌음을 자각한다. 4월 5일부터 6월 5일까지 庚辰 辛巳월인데 경자년까지 겹쳐 천간에 금
사회 지능은 어떻게 키우나 : 거울 뉴런
SQ 사회지능이란 책을 읽고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당시에도 거울신경세포에 대해 감명을 받아 포스팅을 했었는데 마침 미투캠프에도 거울 뉴런에 대해 언급된 글이 있어.. 25개월 간의 생각 변화를 정리하여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