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좋으면 글을 못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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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나쁨을 무시하고 한강을 한 시간쯤 걷고 풀업을 즐기다 왔더니 기분이 너무 좋아 글을 쓰지 못하겠다. 기분이 좋을 때 나는 온갖 종류의 쓰기 행위를 할 생각이 없어지는데 이는 집중이 온갖 컨디션을 다 초기화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 쓰는 글은 기껏해야 하루이틀 노출될 거고 사회성만 고려해도 되지만 그래도 포스트 하나를 쓰는 데 적어도 20분 정도는 완전히 집중한다.

블로그에 쓰는 글은 조금 더 완전을 기해야 하고 사회성을 제거하고 건조함을 유지하면서 쇼펜하우어 문장론에서 세뇌받은 것들에게 끊임없이 방해를 받으면서도 꽤 큰 분량을 써야 해서 짧게는 50분 길게는 2시간을 집중해야 한다.

프로그램 코드는 훨씬 더 긴 시간을 써야 한다. 왜냐하면 꽤 시간이 지나 나 또는 다른 사람이 다시 읽고 그것을 소화한 뒤 덧쓸 것을 고려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버그 없이 돌아만 가는 코드는 회사에서 월급루팡할 때나 쓰는 거다. 한 번에 할 일을 5회로 나누어 계속 같은 종류의 코드를 반복하여 쓰면 지적능력을 쓸 필요도 없이 5배의 금액을 갈취하며 수고했다는 평판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프로그래밍에 대한 이해도 없는 자들이 세부기획을 내는 환경이 덧붙여진다면 몇 배의 이터레이션을 더하게 되어 금상첨화.

이렇게 나는 운동으로 좋아졌던 기분을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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