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긴장을 한다.
성향에 따라 어디서도 자연스러운 사람도 있고 어디서든 긴장을 많이하고 부자연스러운 사람도 있다. 한국 사람은 특히 긴장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튼.
원래 쓰려던 제목은 '긴장하는 상황' 이였다. 집 앞 길을 걷다가 갑자기 긴장하는 상황에 대한 뭔가가 머리속에서 후르르 지나갔는데 마침 길을 걷는 중이였기 때문에 바로 글로 옮기지 못하고 모바일에 키워드만 기입해뒀다가 RTM 에 넣은지 10일이 넘은 지금에서야 글을 쓴다.
나는 언제 긴장을 하는가? 아니, 나를 긴장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장소? 사람? 정도가 머리에 떠오른다. (사람일 경우 그저 그 사람 없는 곳이면 되므로 비교적 쉬울까)
장소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주 어렸을 때,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몸이 안좋아서 쿨럭 쿨럭 거리고 끙끙 앓더라도 학교에 가면 아무런 증상이 없다. 마찬가지로 요새도, 회사에 출근하면 아프지 않다.
이것들은 편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한 여러사람들이 있는 곳이며, 자주 가는 곳이다. 만약 1번만 가고 쌩이라면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기 때문에 긴장을 조금 더 풀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런 곳' 이기 때문에 아드레날린이 뱅글뱅글 돌면서 아픔을 잠시 동안 느끼지 못하게 해줄 것이다.
그럼 이번엔 긴장이 유발되는 장소 말고 긴장이 해소되는 장소를 생각해보자.
화/장/실
좋은 아이디어는 화장실이나 목욕탕에서 잘 떠오르곤 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실제로 우리는 그런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뭔가 말이 이상하게 꼬이고 꼬였는데 -_-
우리가 필요한 아이디어나 퍼뜩 떠오른 생각들을, 그것을 소비할 수 있는 곳까지 어떻게 '잘' '운반' 할 수 있을까 가 나의 핵심 주제이다.
내가 알기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기술(?)이 필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한번에 하나만 생각하는 사람이 공사다망한 사회에서 대충이라도 섞여 살아가려면 필요하다.
가장 쉬운 예를 들어보면
- **화장실에서 똥을 싸다가 멋진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
이 경우 화장실은 긴장 해소와 관계된 장소이므로, 아이디어는 긴장 지수가 (음.. 100이 최고 긴장이라고 치고 0은 정신줄 놓은거라 친다) 10에서 나왔는데, 똥을 다 싸고 괄약근을 다시 일반 모드로 수축하고 휴지를 뜯어 어딘가를 닦고 (혹은 비데를 사용하고) 몸을 일으키고 바지를 다시 입고 벨트를 메고(이것은 옵션) 뒤를 돌아 물을 내리고 물을 틀고 손을 씻고 수건으로 물을 닦고 문을 열고 나온 후 불을 끄면, **어느새 그 분은 안드로메다로 떠나버렸다. **
만약, 그 분이 아직 내 머리속에 있다 할지라도 이미 생각이 떠오른 시점과 몸 상태가 변경되었고 (자세나 괄약근) 인지할 수 있는 공간이 바뀌어 (전용면적 * 높이) 긴장 지수가 변경되었으니, 만약 생각을 화장실에서 문자화하여 저장해뒀을지라도 그것를 다시 이미지화 하여 머리속에 불러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된다.
이 경우 2가지 방법이 있다.
첫번째는, 두뇌 snapshot 을 뜨는 것이다. (죄송합니다) 두번째는, 장소를 바꾸지 않고 생각난 곳에서 그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것이다.
첫번째 방법은 풍부한 어휘력과 감정 표현력, 좋은 국어 실력, 빠른 타이핑, 빠른 수기 등으로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항상 보이스레코더를 들고 다녀야 한다거나, 노트와 펜을 똥싸러 갈때마다 준비해야 하는 문제들이 있으며 똥을 다 싸고 노트와 펜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화장실에 노트가 쌓이고 어느 시점이 되면 모두 폐기하게 되는 그런 문제아닌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
두번째 방법은 똥 싸다가 '아 맞다 우유 사러 가야지' 가 생각났을 경우 실현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좋은 방법은 그 순간 휴대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해서 '야, 언넝 우유 한 팩 사오너라' 하는 것이 아닐까.
3월 중순경부터 Remember The Milk를 애용 중인데, RTM API들과 sms-mo 조합으로 생각났을 때 문자로 아이디어나 할 일을 등록하는 걸로 어느 정도 커버를 하고 있지만, 두뇌 이미지 snapshot 을 80바이트 미만으로 요약한다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지금은 회사와 집이 걸어서 2분 거리라 무의미해졌지만 집에 돌아가는 버스안에서 하고 싶은 많은 일들이 생각났지만 (해야하는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 이상하게도 방 안에 들어가는 순간 Context 가 뒤엎어지면서 조용히 잊어버리게 되고, 다시 다음날 퇴근 길에 같은 생각이 떠오르는 괴로운 경험들..
아직 답은 없지만 완성도가 높아지는 그 날을 꿈꾸며 포스팅을 마칩니다.
Comments
1 thoughts shared
화니
하악하악.. 저도 비슷한 고민이에요. RTM을 한번 써볼까요.. 사실 전 미투데이랑 Google Cal이랑 제 App이랑 이렇게 세가지를 연동해서 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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