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은 의미가 없다. 무엇을 해냈다는 내용의 글 또한 별로 의미가 없다. 그 행동 자체로서의 의미가 얼마나 없었으면 글이라는 형태를 빌어 또 한번 출판되어야 했을까.
나는 지금 집 근처 할리스에 앉아있다. 맞은편 테이블에 혼자 이어폰을 끼고 공부를 하고 있는 아가씨가 있다. 한동안 읽던 책을 덮더니 연습장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중간중간 창밖을 3~5초정도 멍하니 응시한다. 마치 바깥 풍경을 스케치하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잦은 빈도로 말이다. 그 아가씨의 노트는 어느덧 30줄이 넘어간다. 연필을 사용하고 있나보다 중간중간 지우개를 쓰는 모습이 보인다.
저 사람이 무슨 글을 왜 그렇게 열심히 쓰고 있는지는 관심이 없다. 그저 나도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간중간 아무 이유없이 창밖을 응시하면서. 그렇지만 지우개는 안쓸거다. 컴퓨터로 글을 쓰고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