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뜬금없이 솔티크래커스 이야기
4년 전쯤 지인으로부터 한 디자이너를 소개받았다. 2014년 12월 30일, 강남 어느 카페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앱 개발자를 찾는다며 횡설수설하는 되도 않는 소리를 끊임없이 하고 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눈도 잘 못 마주치고 되게 자신감 없어 보이는 모습이 참 특이했었다. 근데 자신감만 없어 보이고 디자인은 잘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별거 안 묻고 같이 하기로 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언제든 원하면 즉시 때려칠 거라 쉽게 결정하는 걸 몰랐겠지.
처음 3개월 동안은 서로 일에 시간을 많이 쓰며 앱 하나를 정성스레 만들었다. 그 앱은 지금 스토어에서도 내려버렸다. 나와 그의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를 개무시하는 습성이 있다. 열심히 최선을 다했고 재미있게 앱을 쓰다가도 어느 순간 딱 봐서 좆같으면 그냥 버린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마켓은 보잘것없는 개발자 하나와 디자이너 하나의 노력과 정성 따위에 관심 없다.
4월이 되었다. 애플워치란 게 나왔다. 워치 출시빨로 장사 좀 해볼 계략으로 워치에 맞는 앱 만들자며 운동 타이머 앱을 하나 만들었다. 나름 정성스레 3주 정도는 쓴 기억이 있다. 하나 큰 문제가 있었는데 얘나 나나 운동을 안 한다는 것이었다. 워치 지원 넣은 버전이 리젝됐는데 둘 다 운동도 안 하고 뭐 관심이 없어져서 오늘도 스토어에 들어가면 1.0.4 리젝이라고 3년째 떠있지만 매출은 나름 나온다. 알게뭐야. 관심 없다.
5월이 되었다. 애플이 스위프트 1.0 출시를 했다며 자랑했다. 이번에는 디자이너가 스위프트 써서 만든 앱이라고 파도타기 하자며 자기가 옛날부터 만들고 싶었던 아주 간단한 일기장 앱이 있다고 했다. 그러자고 했다. 한 15분 슥슥 해서 그리더니 png 파일 3개를 줬다. Obj-C로 만들면 반나절도 안 걸릴 거였지만 고인물 되기 싫어서 꾸역꾸역 5일 동안 낑낑대며 공부해서 런치했다. 기능이 너무 없으니까 쪽팔려서 사람들 많이 못 받게 하려고 3달러로 해놨다. 출시 한 달쯤 지나 갑자기 모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이 나며 일매출이 백만 원대가 되었다. 둘 다 존나 어이가 없었다. 한동안 신경 끄고 각자 할 거 하며 살았다.
이때부터 우리는 초심을 잃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온갖 쓸데없는 실패 경험과 업데이트만 하며 1년 반을 날렸다. 중간중간 기획/디자인/개발한 앱이 5개쯤 더 있었지만 만들고 나니 엿같아서 런칭 안 하고 버렸다.
다 포기하고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했다. 몇 달쯤 지나니 너무 근질근질했다. 이 디자이너만큼 국어 못하고 의사소통 안 되고 논리적 사고 못하고 산수 못하고 고집 센 애를 본 적이 없지만, 이렇게 디자인 잘하고 나와 업무 손발 잘 맞는 애도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몇 달 쌩까던 시절을 끝내고 매주 주말 카페에서 만나 2시간씩만 일하기로 했다. 각자 집에 가서는 일 생각 안 하기로 했다.
그렇게 또 1년이 지났다. 1년 해봐야 고작 104시간이지만 얘하고 일하면 욕할 거 깔 거 천지긴 해도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좋다. 회사나 다니면서 서서히 말라버려 꺼지기 쉬운 영혼에 생기가 돈다. 그거면 됐다. 돈은 무슨.
Continue Reading
Discover more thoughts and insights
수감생활과 무기력 유지하기
백수되고픈 이유가 뭘지 생각해본다. 작년 2월 말 "회사에 취업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을 때의 마음가짐은 감옥에 수감되어 스스로의 자유를 박탈한다는 것이었다. 수감생활이 편안하려면 바깥 생활에 대한 갈망이 발생하지
OpenSSL - JCE Service Provider
전혀 새로운 기술은 아니지만, 살짝 구글링 해봐도 안나오길래..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것은 바로 JCA(Java Cryptography Architecture) service provider 형태로 openssl
이력서 준비 과정에 수행한 MBTI 성격검사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사람 뽑는 일을 자주 하다보니 이력서 보는 일이 얼마나 지치고, 몇 장 안되는 내용으로 한 사람을 파악하고 평가한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되었다. 그래서.. 이력서에 쓸 내용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