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accomplishment)에 눈먼 사람들이 있다. 아, 물론 내 얘기다.
많은 양의 성취가 목표라면, 단연 ROI(Return On Investment) 높은 일만 처리하는 게 좋다. 그렇게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당근 빠따 균형이 깨지고 잘하는 건 졸라 잘하고 못하는 건 졸라 못하는 빈익빈 부익부 상태가 된다.
사람들은 단순 노가다를 기피하는 것 처럼 보인다. 지루해서인가? 나는 소시적에 단순 노가다 바닥에 몸담았던 적이 있다. 몇달동안 워드 아르바이트를 한 것. 한번은 만 48시간동안 엑셀에 숫자만 넣어야 되는 일이 있었는데, 그 뒤로 numpad 보다 상단의 숫자 자판으로 입력하는 게 더 빨라지기도 했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내게 의미없는 것을 입력하는 것에 익숙해진 것이다. 아무리 지겨워 보이는 노가다를 하더라도, 그것이 성취와 관련이 있는데다가 다른 인간에 비해 ROI가 높게 나오면.. 절대 기피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ROI가 잘 나오던 종목도 개미들이 캐많이 보이면 Return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물론 개미들을 상대로 전투를 하여 승리를 거두는 것도 가능하다. 단연 누적 경험치가 개미들보다 높으므로 마음만 먹으면 개미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개미들과 전투를 하여 승리를 거두는 행위, 그 과정 자체는 ROI가 높지 않다. 기껏해야 방어를 위한 전투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전략 좀 쓴다는 양반들은 높은 ROI가 나오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개미들과의 전투를 벌이는 등 무한경쟁을 시작하기도 한다.
많은 성취가 도대체 어디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심리적인 효과인가? 트라우마에 기인하는가?
Release It! 서문에서도 나오는 내용인데, 모든 feature set을 다 작성하고 유닛 테스트 통과에 성능 테스트까지 다 완료되었다고해서 제품이 쓸만할리 없지않은가. 졸라 잡힐랑 말랑 안잡히는 버그를 잡기 위해 1주일을 날리고 코드 1줄 고치기도 하고, 특이한 고객 1명 때문에 테스트베드를 엄청나게 구축해야하기도 하고. 이 기능을 넣는 것이 정말 옳은건지 아닌지 1주째 회의만 하고 자빠졌다 할지라도 그건 꼭 필요한 과정이다. 기능 3개 중에 무엇이 좋을지 2주일째 고민하는 광경을 성취 중독자가 본다면 2주안에 기능 3개 다 만들고 옵션처리까지 해줄테니 닥치고 니네 일이나 하라고 할지도 모른다.
고치기 힘든 버그 5개를 고치느니 화려하고 매력적인 기능 15개를 만들어서 버그 5개를 덮어버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당연하게도, 다른 무슨 짓을 하더라도, 밤을 새고 별별짓을 다 하더라도, 버그 5개는 여전히 그자리에 남아 고쳐지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10년이 지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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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shared
성취중독자는 아니지만...
"기능 3개 중에 무엇이 좋을지 2주일째 고민하는 광경을 성취 중독자가 본다면 2주안에 기능 3개 다 만들고 옵션처리까지 해줄테니 닥치고 니네 일이나 하라"
고 "생각"만 하는 사람중에 하나인데... ㅋ~
고민도 고민나름이겠죠. ^^
영국생활은 어때요? 가기전에 함 봤어야 하는건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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