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하는 디버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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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로 보름째 몸을 빡세게 돌리고 있다. 그제는 잠수교에서 뚝섬유원지까지 걸었다. 속도는 항상 6km/h보다 살짝 빠르게 하는데 대퇴근과 둔근에 자극을 살짝 줘서 리듬을 느끼며 걷는다. 뚝섬유원지 근처에 오니 리듬도 없고 근육도 파업해서 대중교통 타고 집에 갔다.

회복세가 좋아서 디버깅하는 셈 치고 흡연도 다시 해보며 여러 가지 수치들을 지켜봤다. 흡연은 이완기 혈압을 10 정도 올리고 15분 정도 유지된다. 혈관이 조금씩 털리고 있는 거다. 쿨타임이 짧아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 제일 위험한 것 같다. 한 대 필 때마다 디스크를 1K 갉아먹는데 어디에도 로그가 남지 않는 그런 느낌이다. 이런 녀석이 제일 위험한 거다.

과음에서는 재미있는 점이 발견됐다. 나는 소주 기준 2병을 넘게 마시면 휴식기 맥박이 30 정도 오른 상태가 6시간 넘게 지속된다. 당연히 건강에 좋을 리는 없지만 혈액순환이 심각하게 잘 되는 바람에 다음날 일어나면 평소 7일 걸려야 낫는 찰과상이 빨리 낫는다거나 피부가 좋아지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생긴다. 아마 긴급히 알코올 분해하느라 심장이 뺑이 치는데 뭐 간에만 피를 보낼 방도가 없어서 온몸에 피 돌리다 보니 일어나는 해프닝인 것 같다. 과음이 좋다는 이야기는 당연히 아니다. 그저 어떤 개발자의 과격한 디버깅 세션 하나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수면의 질을 위해 침실 온도를 낮게 유지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핫팩이다.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수족냉증은 없어졌지만 잠옷 바람으로 환기하며 만든 실내온도 18도는 버티기 쉽지 않다. 신기하게도 핫팩을 아랫배에 올려놓으면 춥다는 느낌이 안 든다. 찬 바람이 들어오면 으아 춥다가 아니라 찬 바람이 다리에 닿았구나?로 느껴진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계속 실험해보고 있는데 어제부터 날씨가 급 따스해져서 결론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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