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만한 사람들은 다들 알겠지만, 나는 계약직 선호자다.
계약직은 언제든 짤릴 수 있다는 것이 상호 합의된 상태다. 게으른 인간에게 이만큼 좋은 압박 생성기가 또 있을까. 쿨하게 프로젝트 멋지게 끝내고, 헤어지고, 자기개발 하는거다.
정규직은 조직 생활을 해야 한다. 조직과 개인과의 싱크율이 100%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직을 찾기 힘들다는 현실이 문제다. 나랑 별 상관없는 것에도 관심을 가지라고 강요한다. 강요하여 생긴 관심이 얼마나 가겠나. 제대로 된 관심이 아닌 경우가 훨씬 많다. 결과적으로 가짜 인생을 살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회사와 개인의 내적 구분을 명확하게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가짜 인생은 살지는 않겠지만 이중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하고, 내적 구분을 명확하게 하지 못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회사로 맞추면.. 축하한다. 당신은 사장이 제일 좋아하는 직원이 되었다. 몇해만 지나면 임원이 될지도 모르겠다. 대신 여러가지 변수로 인해 회사를 떠나야 한다면, real world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엿같은 세상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진짜 세상이다. 당신이 있던 속해 있던 회사가 Matrix 였을 뿐이다.
프리랜서나 계약직은 일이 없으면 흙 파먹고 살아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혼자 살 때는 상관없지만, 책임져야할 아내와 자식들이 있어서 계약직은 못하겠다는 분들도 있다. 이런 분들은 그저 자신의 게으름을 변호하기 위해 처자식을 사용하는 사람이 아닐까. 이러한 문화는 이미 널리 퍼져서 처자식이 있는 사람을 선호하기까지 하는 회사도 있으니 참 어이가 없다.
자기관리를 게을리 했을 때 사회로부터 외면받는 피드백을 체험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기회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것을 아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 체험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화장실 들어가기 전과 나올 때랑 다른 법이니까.
추신: 계약직과 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이슈들에는 전혀 관심이 없음을 밝혀둔다. 나쁜 놈들은 어느 곳에나 있는 법이고, 언제나 그렇듯 정부는 정치를 잘하지 못하니까.
Comments
20 thoughts shared
그저 계약직을 조금은 불안한 상태라는 편협된 시각으로 봐왔던 저의 시각이 정화되는 느낌인데요. 지금 보다 점점 더 멋있어지는 계약직 rath님이 되시리라 생각해요. 아우 글 쓰는데 저 트위터 알리미가 계속움직이니 정신이 좀 없네요.ㅠ.ㅠ
함군
잘지내죠?? ㅋㅋ 올만이네 형수도 잘 있구요?? 계약직이건 정규직이건 성장을 하며 살아가지 못한다면 도태되는건 시간문제인듯. 얼릉 컴백해서 소주한잔합시다.
한석균
회사에 속해 있을 때만 안정적인 정규직도 언제든지 쫓겨날수 있기에 계약직과 별반 틀리지 않다고 생각되네요 ^^ 온실의 화초보다는 왠지 정글의 야생화가 더 멋져보이는 사람중에 하나입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강민철
자기관리를 게을리 했을 때 사회로부터 외면받는 피드백을 체험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기회인지 알아야 한다.
저는 이말이 가장 인상적이네요.. 음.. 가슴에 새겨야 겠네요 ^^ 좋은말씀 감사해요
이재명
부디 게을러지지 않기를 바래......
박승민
역시 너답게 사는구나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소주 사들고 런던가면 마중 나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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