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퇴근 후 집에가서 2일간 맘껏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쁨을 가지고 집에 도착했다. 시간은 대략 9시.
지금 시간은 오전 2시. 따져보면 5시간이 지났다. 지난 일주일을 돌이켜봤을 때 이 5시간은 일주일 전체 uptime으로 봤을 때 밀도 있게 쓴 시간이였다. 그러나 지난 저녁 9시의 '내'가 생각했던 5시간과는 연관성이 없었다.
미투질도 잘 했고, 앞으로 진행할 프로그램질에 대한 로드맵을 그려보는 시간도 있었고, 새롭게 알게된 동생과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했고, 이메일로 온 요청 2개도 바로 다 처리했다.
하지만 원래 하려고 계획했던 것은 하나도 하지 못했다. 그것들은 과장없이 2시간이면 MSN 질 하면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일이었다. (미투질하면서 2시간은 어렵다 -_-)
만약 내가 내일 출근해야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하려던 일은 분할정복으로 잘게 쪼개어져 끝냈을테고 내일을 위해 얼른 잠을 청했을 것이다.
옛날 패밀리 게임기 시절 당근 경제력이 없었으므로 게임팩 하나만을 구입 후, 열심히 즐기고 클리어하고 나서 A상가 하니컴퓨터에 가서 적절한 돈을 주고 교환을 했다. 이런식으로 몇년동안 난 게임을 정말 재미있게 했다. 그 시간은 지금 생각해도 즐거웠던 시간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경제력이 생기고 겜팩이 더럽게 많아지면서 어느 하나에 집중을 못한다. 선택의 폭이 넓은 것은 나같은 사람에게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게임 조금 저 게임 조금 하다가 결국은 어느 것에서도 즐거움을 찾지 못하고 서서히 게임을 멀리하게 된다.
물론 이것은 '단호하지 못한 성격'에서 기인된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관리할 수 있는 자원의 수 이상의 것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비할 수 있는 자원, 그 이상의 것을 가지려고 하면 아무것도 제대로 얻지 못한다.
아래는 1시간 전쯤 Jateon 개발자인 kfmes님과의 대화 내용이다.
<font color="#336699">
2007/03/17 01:38:18 황장호
한번에 한가지에만 집중하는게 전체적으로 봤을때 가장 빨리 끝내는 것인데도
2007/03/17 01:38:29 황장호
자꾸 끝나기전에 만들만한 재밌는 것들이 생겨서 큰일이에요 --;
2007/03/17 01:38:32 가현
=_=
2007/03/17 01:38:51 가현
OS에서 프로세스관리 방식이 떠오르는건 무슨 이유에서일까요
2007/03/17 01:39:43 황장호
공부를 열심히 하셨다는 증거죠
2007/03/17 01:39:44 황장호
-_-
2007/03/17 01:40:02 황장호
컴퓨터는 context switching overhead가 아주 적지만
2007/03/17 01:40:17 황장호
사람은 context switch에 시간이 대단히 많이 걸려서 비효율적이에요
2007/03/17 01:40:35 가현
=_=
2007/03/17 01:41:18 황장호
ㅎㅎㅎ
</font>
결국 이렇게 성찰용 포스트를 남길 수 있게 되었고, 지난 5시간은 원래 하려고 계획했던 일 2가지를 했을때보다 더 보람차고 의미있는 시간이였다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나와의 약속은 깨진거다.
혹시나 이유가 IRC와 MSN 때문인가 해서 IRC도 screen detach하고 MSN도 로그아웃했다. 1분도 채 안되서 미투질에 집중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해버렸다 -_-
게임 불감증. 게임은 원래 할 가치가 없었다. 하지만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재미나게 해야한다. 인생은 한번 뿐이니까. 전체적으로 그 사람이 행복하고 기쁠 수 있다면 그걸로 된거다.
하려고 했던 코딩. 그 코딩은 원래 할 가치가 없었다. 하지만 수행하기로 자신과 약속을 했다면 자기신뢰도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수행했어야 했다. 그 코딩이 가치가 있냐 없냐를 따질 필요는 없다. 그 가치를 따지려했던 시점이 언제였느냐가 중요하다.
난 9시에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지금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일 아침에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안했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내일 하루종일이란 시간과 모레 하루종일이란 시간이 있었으니까. 이렇게 쓰고나니 참 알차게 보냈다. 미루는 내 자신이 미웠을 뿐이다.
계획을 아예 안하면 완전히 루즈해지고, 계획을 세우면 계획이란 것에 정신적 자원과 시간을 빼앗겨 버닝하지만 계획은 처리못하고 계획대로만 살면 배가 산으로 간다.
제대로 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 나는) 하지만 위에서 쓴 듯이 계획을 안세우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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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최선을 다해야지" 라고 생각을 하다가, 언젠가 "그래, 최선을 다한거였어" 라고 자기 기만을 하는 자신을 발견한 뒤부터는. ...(...) .. . .... ... ..... .. .... .. ..... . ... .... 했답니다.
xhoto
근데, reserve 면, mymits의 reserve 님이신지 -_-?
사람들마다 사용하는 다양한 표현방법들 때문에 서로 오해도 많고 그렇지만, 알고보면 많은 사람들이 같은 코드가 흐르고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제 표현에 공감해주신다니 감사
프리버즈
"미투질도 잘 했고, " -_-b
rath, 그 관계가 빙고 --/ reserve, 제가 그곳에 제 의견을 피력할 입장이 아니라서요 --;;; 언제 오프라인 모임에 나가게 된다면, ㅋㅋㅋ 인사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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