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임과 쇼펜하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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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쯤 쇼펜하우어 문장론 40페이지만 읽고 氣가 꺾여 비실비실한 상태. 중간고사가 어제 오후 10시부로 끝나고, 스프링노트 메신저 봇 3종 세트(MSN, 네이트온, 구글톡)도 완성했다. 내 맘에 안들긴 하지만 어찌됐든 1차 오픈은 끝난 것.

얼마전에 읽었던 Goal Free Living (31% 인간형) 때문이였을까. 이것저것 끝나긴 했는데 후련함이 없다. 하기 싫은 것들을 억지로 한 게 아니라서 그런것일까.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잠은 오지 않았고 System Of A Down 의 과격한 음악을 들으며 대리만족을 해보지만 별로 풀리지 않는다.

그래도 좀 풀렸다 싶어서 맘편히 뜨뜨읏-한 물로 여유있게 샤워하고 침실로 들어갔다. 좌로 돌아눕고 보인 쇼펜하우어의 문장론. 이녀석!! 일주일이 지났으니 다시 밟아주겠어! -_- 했으나 머리만 살고 피곤에 쪄들은 나를 다시 각성상태로 몰아넣었다.

요새는 무의식과 의식이. 아니 마음과 이성이 잘 분리되어 협업하는 것 같다. 어떤 글을 보고 질투심을 느끼거나 스스로에게 부끄러워졌을 때. 바로 인지하고 "또- 또- 열심히 합리화해보려해도 소용없어. (씨익)" 하고 혼잣말로 목소리를 바꿔가면서 대화를 한다. 진정 미친게지;;

그런 의미에서 작년에 구입한 분열성 성격장애는 잘 샀다.

쇼펜하우어의 문장론은 도저히 소화할 수가 없다.
다른 책들처럼 읽고 느끼고 사색하고 망각되면.
무의식으로의 소화는 끝난거니 상관없는데
정신적인 데미지- 커버할 수가 없는 이 중압감.

나보고 대놓고 하는 말 같다. 마치 비웃듯이.
만약 이런 내용이 종이에 출판된 책이 아니고 웹문서였다거나 지인 혹은 친구의 입에서 나온 말이였다면 난 받아들이거나 사색도 하지 않았을테고, 임팩트도 없었을테고 그냥 조용히 Ctrl-F4를 누르거나 차단을 하거나, 내가 인지하기도 전에 화제를 돌려버렸겠지. 설사 인지하였다 할지라도 그 사람에 내게 이 말을 내게 한 저의를 소심하게 생각하면서 한 눈을 감아버리고 사실을 부정하고 죄없는 그를 미워하거나 사이트에 악한 마음을 품었겠지.

근데 이건 생명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종이들의 묶음에다가
내가 내 돈주고 주도적으로 산 것이며
저자가 날 알리도 없으며 옛날에 저세상 가셨다.
요새 읽고 있는 피드백의 힘과도 꼬이지 않는가.
도망칠 곳이 없다. 변화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되겠지.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은 불특정 다수에게 뭔가를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미래의 나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것이기도 하고,
난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에 익숙치 않으니 행여라도 나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그냥 여기서 다 퍼가시란 얘기다. 블로그에 포스팅 할 때는 현재의 내 자신을 속이진 않는다. 적어도 내가 의식할 수 있는 선에서는.
그러나 오프라인에서 내가 대화하면 무의식적으로 사람을 두려워하여 긴장하기 때문에 당황해서 본심은 더 어긋나기만 한다. 만약 그대의 시간이 허락한다면- 그냥 여기서 나라는 사람을 훑어보시고.. 인연이 아니면 서로 시간을 아끼자는 취지도 있다.

쇼펜하우어 문장론을 소화하여 내재화 하려면 몇년이 걸릴지 모르겠다.
볼테르님 曰 : "형용사는 명사의 적이다" 이것마저도 내 가슴에 비수로 꽂힌다.
쿠인틸리아누스님 曰 : 학식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쉽게 말하고, 학식이 부족할수록 더욱 어렵게 말한다.

표현이 모호하고 불명확한 문장은 그만큼 정신적으로 빈곤하다는 반증이다. 이처럼 표현이 모호해지는 이유는 거의 대부분이 사상적으로 불명료하기 때문이며, 작가의 사상이 불명료하다는 것은 사색의 오류, 모순, 부정에서 시작된다.

문장이 난해하고 불분명하여 모호하다는 것은 그 문장을 조립한 작가 자신이 현재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응석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하고 싶은 말이 없다는 사실을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숨기려 한다.

쇼펜하워 형님 대단하십니다.

쇼펜하워 말대로 계획없이 글을 쓰기 시작하니까, 정말 주제도 없고 독자를 기만하는 행동을 또 저지른 것만 같다. 제목은 간결하고 함축적이여야 한다는 부분에서 '끄적임' 은 좋은 선택이였던 것 같다.

Comments

2 thoughts shared

01

기분째즈

쇼펜하워는 그냥 학식이 부족했던 사람일꺼야.

02
R

rath

그..그랬으면 좋겠어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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